퍼스널리티

유병재, 새로운 극한직업의 탄생

2014.12.15

알고 보니 극한직업, 유병재 편. 지난주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도 출연했던 유병재는 현재 tvN [SNL 코리아]의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버라이어티쇼의 한국 버전 작가, 분명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유일무이한 직업인 건 아니죠. 연예인이 아니면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도 했으니 제법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전무후무한 일은 아니고요. 유병재라는 사람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직업이나 일종의 셀러브리티가 되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유병재 본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정체성에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기존의 직업을 찾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우선 해보고 스스로 하나의 직업이 된 유병재의 직업은 그래서 유병재 자체입니다. 지금부터 그가 왜, 알고 보니 극한직업인지 하나하나 알아가 보겠습니다.

“학벌이 좋으니까 괜찮아.” 얼마 전 tvN [오늘부터 출근]에서 이력서에 희망연봉 4,000만 원을 적던 유병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휴학 중. 그가 휴학 후 원하던 대로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더라면 ‘엄친아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을 얻기에 충분한 조건이었죠. 하지만 아이고, 똑 떨어져 버리고 실망해서 두 달 동안 누워서 [앵그리버드] 게임만 했다죠. 사실 지금 봐도 유병재는 재밌는 사람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개그맨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라디오스타’에서도 혜리에 대해 과도한 애교는 부담스럽다고 쭈뼛거리며 말하는 모습 보셨죠. 학교 다니면서 ‘쟤 좀 특이해’라는 숙덕거림은 들을지언정 술자리를 휘어잡으며 분위기를 주도할 타입은 아닙니다. 남 웃기는 걸 좋아하지만 무대 체질은 아니고, 엉뚱한 아이디어가 많지만 KBS [개그콘서트] 스타일은 아닌 그에게 정녕 어울리는 직업은 없었던 걸까요. 하지만 그는 세상에 자신의 재능을 끼워 맞출 자리가 없다는 것에 좌절하거나 자신을 깎아서 그 자리에 들어가는 대신, 핸드폰으로 ‘한 번만 안아줘’처럼 두고두고 회자되는 코믹한 UCC를 제작해 남을 웃기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합니다. 그렇게 짠! 유병재는 유병재라는 새로운 직업의 길을 선택합니다.


유병재의 첫 방송 출연작은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 여기서 그가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현실의 유세윤과 감독으로서의 유세윤이 교묘하게 겹쳐지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운 이 프로그램에서, 유병재 역시 UCC 제작자라는 현실의 자신과 유세윤의 조감독이라는 작품 속 역할이 겹쳐진 모습을 보여줬었죠. 단순히 재능을 인정받아 기존의 시스템 안에 편입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길을 택한 거죠. 그가 목표이기도 했던 [SNL 코리아] 작가로 입성하고 그 이후에 CF 및 지상파에 출연했지만, 그를 쉽게 방송 작가 혹은 연예인이라 분류할 수 없는 건 그 때문일 겁니다. 그는 작가이면서도 또한 [SNL 코리아] ‘극한직업-매니저 편’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메라 앞에서 직접 구현해낼 줄 압니다. 그가 방구석 UCC 스타였을 때부터 가장 잘해온 일이 그거니까요. UCC에서, 그리고 [유세윤의 아트비디오] 안에서 그토록 수많은 따귀 맞는 개그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매니저 유병재’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특히 그가 ‘극한직업-매니저 편’에서 보여준 피학적 개그는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유병재의 정체성과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공을 살리지도, 개그맨 공채에 합격하지도 못한 그는 직업의 이름이 가진 권위를 누려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그는 가지지 못한 권위를 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탈권위적인 개그를 통해 자신만의 웃음 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문희준을 따라온 사생팬들에게 훈계를 하면서도 자기보다 덩치가 좋은 여학생에게는 한마디도 못 하고, 자신을 괴롭힌 이하늘에게 복수랍시고 아몬드 초콜릿을 빨아 먹고 남은 아몬드를 주는 게 전부인 찌질하고 소심한 모습은 매니저라는 직업보다는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서부터 쭉 이어져 온 유병재라는 직업의 성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극한직업-매니저 편’에 출연하는 순간에도, 콩트 연기도 잘하는 작가보다는 유병재가 잘하는 걸 잘하는 유병재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유병재는 알고 보니 극한직업이 맞습니다. 힘들고 고달파서가 아니라, 성공 모델의 막차에 올라타는 대신 자기 자신이 한 극단에 서서 새로운 모델이 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죠. 물론 인터넷 UCC 문화, 유세윤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개그맨, 케이블 시장의 확장 등 여러 운이 함께 따라주지 않았더라면 그가 지금과 같은 외형적 성공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운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재능을 깎아내 세상에 편입하거나 혹은 편입하지 못해 자신이나 세상을 탓하는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하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한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결국 삶의 출발점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유병재는 증명해주는 듯합니다. 유병재라는 모델의 성공은 오직 유병재에서 끝난다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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