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2014 차세대 걸 그룹 서열도

2014.12.10
최근 아이돌 시장은 걸 그룹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소녀시대와 씨스타 같은 기존 강팀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한편, AOA와 걸스데이, 에이핑크처럼 그 자리를 노리는 또 다른 강팀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약의 기회를 맞은 EXID, 갓 데뷔한 레드벨벳과 러블리즈 같은 뉴페이스들도 있다. 걸 그룹계의 판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지금, 가장 높이 올라가게 될 팀은 과연 누구일까. 걸스데이와 러블리즈, 레드벨벳, 에이핑크, 헬로비너스, AOA, EXID 등 차세대 걸 그룹이라 할 만한 일곱 팀을 골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현재 서열을 비교했다.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곱 가지 힌트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걸 그룹이 눈길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섹시 콘셉트다. 과감한 노출이나 퍼포먼스는 화제를 모으고, 이는 팬덤의 저변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댄스 그룹 포맷과 밴드 포맷을 오가며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던 AOA는 올 한 해 용감한형제가 만든 ‘짧은 치마’, ‘단발머리’에 이어 ‘사뿐사뿐’까지 섹시 콘셉트를 꾸준히 밀어붙이며 팀의 색깔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스커트 지퍼를 올리거나 고양이의 몸동작을 흉내 내는 퍼포먼스는 노골적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엔 더없이 좋은 전략인 것이다. 지난 1월 ‘성인식’과 ‘초대’를 연상케 하는 ‘Something’을 발표하며 완전히 자리를 잡은 걸스데이 역시 섹시 콘셉트의 수혜자다. 데뷔 초부터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표방했던 헬로비너스가 멤버 교체와 함께 ‘끈적끈적’으로 컴백한 이유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억되기 전에 눈에 띄는 것조차 쉽지 않은 아이돌 시장에서 ‘섹시’는 여전히 강력한 한 방인 셈이다.

청순한 콘셉트에서는 아직 에이핑크의 지분이 압도적이다. 2012년 발표한 ‘Hush’를 제외하고, 데뷔곡 ‘몰라요’부터 일관되게 순수한 소녀들의 이미지를 그려온 에이핑크는 ‘LUV’를 통해 살짝 성숙해진 청순함을 내세운다. 노출이 거의 없는 실크, 쉬폰 소재의 의상이나 긴 머리카락을 좌우로 찰랑거리는 안무 등은 이들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청순 콘셉트로 승부하는 걸 그룹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에이핑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후발주자는 지난 11월 데뷔한 러블리즈다. 여고생처럼 단정한 교복을 차려입고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너무 너무 힘들면 많이 많이 슬프면 / 그대 마음 몇 스푼 더 넣으면 또 견딜 수 있어”(‘Candy Jelly Love’)라고 노래하는 이들은 첫사랑 판타지의 클래식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두 팀이 양분하고 있는 소녀 콘셉트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레드벨벳의 다음 행보다. 데뷔 후 세 달 만에 ‘행복’‘Be Natural’로 해맑은 소녀와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오간 바 있는 레드벨벳은 또 무엇을 보여줄까.

의외의 한 수였다. EXID의 ‘위아래’는 사실 지난 8월에 발표된 곡이었다. 그러나 팬이 직접 찍은 멤버 하니의 동영상이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며 새롭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위아래’의 커버 댄스 영상이 쏟아지는 현재 상황은 EXID가 이 영상 하나로 얼마나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해냈는지를 방증한다. 공식 팬 카페의 회원 수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이다. 입소문만으로 기존 걸 그룹들을 위협할 정도의 존재감을 갖게 된 셈이다. 걸스데이는 MBC <우리들의 일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혜리의 3초 애교가 SNS상에서 급격하게 퍼지며 다시금 주목받았으며, 헬로비너스는 군부대에서 부른 ‘멸공의 횃불’ 영상이 MC몽의 컴백 이슈와 맞물리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니 기억하자. 웬만한 TV 프로그램만큼 강한 폭발력을 가진 것이 SNS에서의 화제성이라는 사실을. 물론, 러블리즈처럼 데뷔 전부터 근거 없는 루머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건 함정이다.

무대와 뮤직비디오 외에, 소속사 혹은 멤버들이 제공하는 팬 서비스 차원의 콘텐츠는 팬덤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그리 크지 않은 그룹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식적 ‘떡밥’의 존재가 더더욱 중요하다. 이제 막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AOA의 경우, ‘사뿐사뿐’의 안무연습 영상을 네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했다. 무대와 같은 버전, 0.8배속으로 느리게 재생한 버전, 동물 잠옷을 입고 추는 버전, 멤버들이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춤을 추는 ‘아이컨택’ 버전 등이었다. 또한 헬로비너스는 Jason Derulo의 ‘Wiggle’에 맞춰 섹시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모습을 단체, 서영, 유영 버전으로 공개했으며, 과감하고 노골적인 안무가 담긴 이 영상은 팬덤뿐 아니라 SNS상에서도 계속해서 퍼지는 중이다. 데뷔와 동시에 네이버 스타캐스트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러블리즈 다이어리>를 선보이고 있는 러블리즈도 ‘떡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보다 보면 정들고, 정들면 사랑하게 되는 법. 그러니 팬 서비스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음원 차트에서의 순위는 대중적인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다. 씨스타가 음원의 제왕으로 등극하며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였듯, 걸스데이의 ‘Something’은 무려 한 달 동안 3위권에 머무르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위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심지어 이 곡은 가요 프로그램의 스페셜 무대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패러디되기도 했다. 하지만 걸스데이의 약진, ‘LUV’를 통한 에이핑크의 음원 차트 첫 1위보다 더 놀라운 것은 EXID의 차트 역주행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이후 아예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위아래’는 하니의 ‘직캠’이 퍼지며 새로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그리고 EXID는 이 같은 흥행을 발판 삼아 가요 순위 프로그램 출연 등 다시 ‘위아래’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원 차트는 보다 대중적인 트렌드를 가장 빨리,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창구인 것이다. 차트 높이, 더 나아가 오래 머무를수록 팀의 생명력도 강해진다.

‘Something’의 큰 성공 이후, 걸스데이는 모바일 게임과 패션 브랜드, 전자기기 등 10대와 20대, 남성과 여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각종 광고들의 모델로 발탁됐다. 여자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귀여움과 섹시함을 두루 갖춘 걸스데이의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가 결합된 결과였다. 게다가 혜리는 ‘진짜 사나이’에서의 활약 이후 개별적으로 찍은 광고만 세 개에 달하기도 했다. 데뷔하자마자 비스트와 함께 교복 모델로 나섰던 에이핑크는 일관된 콘셉트 덕분인지 파트너가 바뀌는 와중에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며, AOA는 모바일 게임과 네일 아트 액세서리 CF 등으로 조금씩 광고계를 접수하고 있다. 말하자면 광고는 인지도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다만, EXID가 찍은 운동화와 음료수 광고는 ‘위아래’로 유명해지기 전이었고, 헬로비너스는 멤버들 각자 출연하되 캐릭터가 전혀 부각되지 않은 방식으로 등장한 CF가 더 많았던 탓에 팀의 성공 덕분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팀의 높아진 인지도는 멤버들의 개인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성공적인 개인활동은 다시 팀을 알리는 데 일조한다. 민아 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군분투했던 데뷔 초기와 달리, 걸스데이의 멤버 네 명은 고르게 활약하는 중이다. ‘진짜 사나이’에서 주목받으며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도 캐스팅된 혜리, MBC <우리 결혼했어요 4>로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케이블 드라마에도 출연 중인 유라, 마스터우&도끼와의 ‘Finale’처럼 다른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꾸준히 시도하는 소진, 결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하긴 힘들지만 계속해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 중인 민아까지 쉬는 멤버라곤 없다. 한편 에이핑크의 경우 tvN <응답하라 1997> 이후 KBS <트로트의 연인>에서 주연을 맡았던 정은지,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 보조 MC를 맡고 있는 윤보미 정도가 개인활동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며, AOA와 헬로비너스, EXID 몇몇 멤버의 개인활동은 아직까진 시험 단계로 보인다. 더불어 갓 데뷔한 레드벨벳과 러블리즈의 개인활동이 전무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두 팀이 좀 더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거기에 또 새로운 걸 그룹들이 등장할 내년이야말로 차세대 걸 그룹 전쟁의 진짜 시작이 아닐까.

글. 황효진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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