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저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살까요?

2014.11.28

개복치라는 낯선 생물체의 이름을 마치 개라든가 고양이 정도로 자주 보고 있는 요즘이다. 게임 속의 개복치는 너무도 예민해 별것도 아닌 이유로 자꾸 돌연사 하는 모양인데, 난데없이 쏟아진 이 생물체에 대한 관심에 개복치의 학명이 ‘Mola Mola(몰라 몰라)’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럼 소설가 박민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그의 첫 소설집 <카스테라>에는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라는 소설이 있으니까. 어찌 됐건 개복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소설을 먼저 소개해보자면, 세상이 “그렇고 그렇다”는 이유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링고 스타의 지원을 받아 우주여행을 하게 된 스무 살 두 청년이 개복치 모양의 지구를 보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설명할 방도가 없다. 정말 있는 그대로 그런 내용이다.

사실 <카스테라>라는 소설집 속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렇다. 표제작 ‘카스테라’에서 주인공은 부모님과 중국, 미국으로 모자라 마침내 하나의 세계를 냉장고 안에 넣어버리고,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에서는 사람이 너구리로 변한다. ‘헤드락’에서는 주인공이 헐크 호건의 목에 헤드락을 걸지를 않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속 아버지는 기린이 된다. 말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박민규는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좀 일어나면 어떠냐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기에는 개복치와 기린, 너구리나 대왕오징어, 펠리컨, UFO도 있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인간도 있다.

난 이 소설집 속에 나오는 인간들, 이후로도 박민규가 계속 써온 소설 속의 인간들을 좋아한다. 박민규 소설 속 인물들은 인물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인간이라는 느낌이다. 부장의 성희롱을 견딘 뒤 너구리의 위로를 받거나, 시간당 3,500원을 받는 “아버지의 산수”를 “나의 산수”로 이어받는 인간들. 여전히 고시원 간판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소설 ‘갑을고시원 체류기’의 ‘나’는 자신을 “초라하고 불편하고 부끄러운”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박민규 소설 속 인간들은 대개 그런 모습이고, 그래서 외롭다. 하지만 박민규는 그들을 혼자 두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하다못해 동물이 되어서라도 함께 있고,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박민규가 그 인간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고쳐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에 등장하는 비틀즈의 노래 ‘Eleanor Rigby’의 “저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살까요?”라는 질문에 박민규 소설로 답하자면, 그들은 모두 지구에, 외롭지만 그래도 같이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또 박민규와 이 소설집을 떠올릴 일이 있었다. 지금은 석촌호수를 떠난 러버덕을 보면서, 정확히는 러버덕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글과 사진을 보면서였다. 장난감 오리를 실은 배가 폭풍으로 인해 바다에 장난감 오리를 쏟아버린 뒤 그 오리들이 해류를 따라 온 바다를 돌아다녔다는 이야기. ‘아, 하세요 펠리컨’에는 남미에서부터 오리배를 타고 연천유원지까지 찾아온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오리배 세계시민연합”으로 오리배를 타고 날아서 일자리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들이 길을 잃고 잠시 쉬어 가며 연천유원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습도 러버덕이 쏟아진 바다와 닮지 않았을까. 사랑스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함께 있어서 사랑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을까. 말도 안 되고 멋진 상상이었다. 어쩌면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인간들의 대부분은 박민규 소설 속의 그들처럼 외롭고, 또 쉬어 갈 곳이 필요할 것이다. 박민규는 그 “저렴한 인생들” 사이에 “심야전기”가 흐른다고 썼다. 고된 하루를 보낸 어느 밤, 내게 남는 전기가 있다면 흐린 불을 밝히고 박민규의 소설을 읽겠다. 울다가도 웃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분명히 따뜻할 테니까 말이다.

윤이나
보험과 연금의 혜택을 호주 공장에서 일할 때만 받아본 비정규직 마감 노동자. 책도 읽고, 영화와 공연도 보고, 축구도 보고, 춤도 추고, 원고 청탁 전화도 받는다. 보통 노는 것같이 보이지만 쓰고 있거나 쓸 예정이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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