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2015년 어느 날의 내 생활비

2014.11.28
빠르면 내년부터 곡류와 과실, 채소 등의 비가공식료품과 도서, 신문, 교육청 인가를 받은 학원비 등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매겨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제외한 은행 수수료에 부가세를 징수하는 정책은 확정됐다. 최근 4년간 경제가 성장한 만큼 가계 소득은 늘지 않았고 올해 서울의 빅맥지수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인 일본의 도쿄를 넘어선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만 더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부가세는 상품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가 세금을 내고 있는지, 얼마나 더 내는지 인지하기 힘들다.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월급이 늘지도 않는데 왜 은근슬쩍 세금은 더 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막연하게만 보이는 정부의 세수 증대 방식이 실제로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2015년, 갑자기 늘어날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 내역서를 미리 들여다보며 어디에서 얼마큼 생활비가 늘게 되는지 확인해봤다.



# 식료품 303,000 → 333,300
- 쌀 50,400 → 55,440
- 고기(돼지고기, 닭고기) 177,600 → 195,360
- 과일(사과, 바나나) 61,000 → 67,100
- 채소 14,000 → 15,400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쌀은 4인 1가구당 한 달에 24kg 내외 정도 소비된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수확기 쌀 가격 기준이 20kg당 41,900원이기 때문에 여기에 예상대로 10% 부가세가 붙는다면 24kg 쌀의 최종 소비가는 약 55,440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쌀의 공급 물량 제한선이 유동적이라, 만약 쌀 공급가가 올라간다면 그만큼 최종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기와 과일에도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한국인의 고기 소비량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돼지고기와 그다음 순위인 닭고기(약 200,000원), 1년 내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사과와 바나나(약 67,100원)를 각각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더해야 한다. 기본적인 요리 재료로 쓰이는 채소인 무, 양파, 마늘 등에도 부가세가 포함되니, 이 증가분까지 더하면 총 식료품비는 과세 전보다 약 30,000원 정도 오르게 된다. 어떻게든 과세 전 가격으로 식료품을 사고 싶다면, 물론 길은 있다. 돼지고기 1kg 정도를 덜 먹는 방법 말이다. 쌀은 무게를 마음대로 조절해 살 수 없으니 이 방법이 제일 간편할 텐데 괜히 씁쓸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 책 & 신문 33,000 → 36,300
- 책 18,000 → 19,800
- 신문 15,000 → 16,500

2인 이상 1가구가 한 달에 책에 쓰는 돈은 약 18,000원이다. 그래서 10% 부가세가 붙는다고 해도 과세 전후 가격 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폐지됨으로써 더 이상의 큰 할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균 이상으로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1~2천 원이 아쉬울 수 있다. 출판사마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내놓는 고전 문학전집은 꾸준히 수요가 있고 패션, 리빙 분야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2~3만 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니 여기에 붙는 부가세는 책 가격만큼 올라간다. 또한 학생이 있는 가족의 경우 매달 사야 하는 문제집과 수험 서적의 수는 일정하지 않다. 결국 1가구당 한 달에 1권만, 그것도 20,000원 이하의 책만 사겠다고 철칙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부가세로 늘어나는 금액은 쌓이고 쌓여 아예 책 한 권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 되기 쉽다. 신문에 붙는 평균 부가세 1,500원을 아끼려고 인터넷 신문만을 읽는다 해도, 책과 신문에 들어가는 지출액을 무시 못 하게 되는 셈이다.

# 학원비 239,000 → 262,900
실질임금상승률이 매년 제자리걸음이고, 부채를 갚고 난 뒤의 실질가계소득이 늘지 않아도 한국에서 줄지 않는 소비 항목이 학원비다. 대부분 입시를 위한 학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취업을 위해 혹은 승진을 위해 공인중개사, 세무사 학원이나 요리사 등 각종 전문자격사 학원을 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공인중개사처럼 학원 커리큘럼이 1년으로 잡혀 있는 경우 1년에 100~2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는데, 월별 학원비에 10% 부가세가 붙는다면 학원비의 앞 자릿수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학원비가 가장 난감한 항목인 이유는 대체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과세가 되지 않는 과외는 금액 자체가 학원비의 3, 4배 정도로 높고, 대부분의 학원비들은 비슷한 가격대에 책정돼 있기 때문에 아예 학원 하나를 그만두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당장 필요한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 생활을 위해 다니는 학원이라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늘어난 금액을 감당하거나, 뭐든지 알아서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습관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은행 수수료 180,000 → 198,000
은행 수수료에 부가세가 붙는 경우는 여신(대출), 수신(예금)을 제외한 모든 분야다. 즉 평소에 입금이나 출금을 할 때 나가는 수수료는 과세되지 않지만 펀드 판매, 제휴수수료에는 부가세가 붙는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짜리 펀드를 샀고, 예상대로 10% 정도의 부가세가 수수료에 붙는다면 그에 따른 수수료는 은행에 내야 하는 것만 해도 평소보다 18,000원 비싸진다. 1,000만 원짜리 주식형 펀드의 경우는 이미 은행에 내는 수수료 말고도 자산운용사(60,000원), 결제 은행(10,000원)에 내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는 입장에서 이는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더욱이 낮은 금리 탓에 일반 시민들이 투자용으로 흔히 선택하는 것이 펀드나 주식이다. 수익률과 관계없이 나가는 수수료가 늘어나면 그만큼 시민들의 기본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저금리를 감수하고 예금만 하며 돈을 묵혀두거나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지, 괜찮은 부동산 정보가 없는지 지금부터라도 찾아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 기호식품(담배) 75,000 → 135,000
예상대로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담배는 한 갑당 4,500원이 된다. 한국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한 갑이므로 흡연자는 한 달에 135,000원을 부담하게 되고 만약 한 달 담뱃값을 과세 전만큼으로 맞추고 싶다면 흡연량을 한 달에 16갑으로 줄여야 한다. 담배가 흡연자 개인과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예상대로라면 흡연자는 비가공식료품부터 책, 학원비, 은행 수수료 등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늘어난 세금과 함께 오른 담뱃값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75,000원에 맞춰 흡연량을 줄여도 소용없을 수 있다. 정말 금연을 위해서라면 담뱃값을 아예 6,000원대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흡연량을 30갑에서 16갑으로 한꺼번에 줄이는 것보다 차라리 액상 20ml 정량의 전자담배를 이용하며 금연을 시도하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변화에 적응하느라 늘어난 스트레스를 20ml로 다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 한여울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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