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의 조직론

2014.11.27
장동민은 tvN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이하 <더 지니어스 3>)의 출연자 중 가장 놀라운 플레이어다. 거친 욕을 하며 재미있는 모습만 보여줬던 그의 기존 이미지와 달리, 4명이 살아남은 현재 최고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장동민이 게임의 본질을 파악한 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팀원을 움직여 게임 판을 주도하는 일련의 과정은 <더 지니어스> 모든 시즌을 통틀어 봐도 가장 체계적이며 정교한 편이다. 게임의 맥을 읽고 전략을 만드는 데에 능했던 시즌 1 우승자 홍진호와 날카롭게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던 시즌 2 우승자 이상민을 합쳐놓은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과연 매회 주도적으로 판을 움직이며 이슈 메이커가 되는 장동민이 효율적으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요인은 뭘까. 장동민의, 장동민에 의한, 장동민을 위한 조직론을 분석해봤다.


1. 팀원의 수
“저쪽 팀에서는 우리가 수를 늘려서 한탕 하려고 한다 생각할 수 있는데, 단체가 많아지면 적도 많아지지 않을까요?” 장동민은 첫 회 메인매치인 과일가게가 시작되자 이렇게 말했다. 그가 적극적으로 연합 팀원을 늘리지 않고 남휘종과 함께 권주리 정도만 자신의 팀인 수박팀으로 옮겨 오게 한 이유다. 장동민의 이런 생각은 게임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면서 동시에 당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조직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당시 환경은 기본적으로 같은 과일을 뽑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이었지만, 팀에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배신을 할 사람도 많아지는 상황이었다. 조직 설계 이론의 대부분도, 조직에 사람이 한 명 추가되면 인간관계가 6배로 증가해 두 명이 동업을 할 때처럼 일에만 집중할 수 없고 조직 관리, 조직 문화까지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게임 후반에 장동민이 강용석 한 명만 설득하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던 이유는 이런 변수를 만들지 않았고 연합 팀원 숫자가 적은 만큼 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통제의 방식
보통 조직을 설계할 때는 통제, 자율, 협조라는 변수의 관계를 결정해야 한다. 여러 조직 이론에 따르면 이 세 변수 중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야 효율적이고 통제를 하더라도 어떤 강도로,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4회 메인매치인 창과 방패에서 장동민은 팀원을 꾸린 후 통제에 협조를 조금씩 곁들여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그리고 팀원을 통제할 때는 그에 맞는 역할을 분명히 제시하며 강한 통제에 따른 반발심을 상쇄시켰다. 거짓말에 약한 하연주의 특징을 고려해 그의 행동을 통제한 것처럼 말이다. 장동민은 게임 이해도가 낮은 하연주를 구박하면서도 “넌 배우니까 대사 외우는 것처럼 내가 알려준 말을 그대로 외워서 해”라며 팀원에게 맞는 방식을 제안했다. 덕분에 이 가이드는 하연주에게 확실한 참여 동기가 됐고, 장동민은 별다른 부담 없이 통제와 협조를 섞어가며 팀을 이끌 수 있었다.


3. 의리의 힘
장동민은 게임을 할 때 우리 팀과 상대 팀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팀 내의 의리를 확실하게 강조한다. 첫 회부터 장동민은 “우리는 끝까지 의리로 가는 거야”라는 말로 팀을 뭉치게 했고, 김정훈이 상대 팀의 도움을 얻어 데스매치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고 다음 게임에서 연합을 짤 때 그를 배제했다. 광산 게임에서는 자신의 작전대로 따라온 유수진과 신아영이 데스매치에 가지 않도록 최연승과 딜까지 했다. 내 편은 무조건 살린다는 장동민의 이미지는 “떨어져도 절대 원망을 하지 않게 만든다”는 남휘종 말처럼, 연합 팀원의 신뢰를 얻는 데에 더없이 좋다. 그리고, 팀 내에 형성된 강한 의리는 자연스럽게 상대와 내 팀의 경계를 더욱 명확히 해, 조직의 목표 수행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역할도 한다. 내 팀과 상대의 경계가 분명해질수록 내 편이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이 생기고 조직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설계하는 장동민 입장에서 의리란 단순히 이미지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팀원의 신뢰와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열쇠인 셈이다.


4. 공포의 유발
장동민은 강한 방법으로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능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딜을 할 때도 그렇지만, 위기에 몰릴 때 그는 협박처럼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장동민은 광산 게임에서 자신과 몰래 연합했던 오현민이 중간에 딜을 바꾸려 하자 그게 왜 배신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오현민에게 유리했던 지원책이 끊길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7회 별자리 게임에서 배신을 당하자 “1등은 생명의 징표를 한 명에게 준다. 그 두 명을 제외한 사람들은 얼마나 떨릴까?”라며 대놓고 상대 팀, 특히 신아영의 불안 요소를 끊임없이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대방에게 반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는 효과적이었다.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 중 실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 팀원 태도 변화에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일단 사람의 심리를 흔드는 데에 공포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으며 이후 그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때 또 한 번 팀원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동민을 배신했던 신아영이 다음 회에서 다시 장동민에게 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5. 일관된 목표
장동민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그것을 통제해가며 효율적으로 게임을 해왔다. 자신의 뜻대로 게임을 이끌기 위해 “일주일을 밤새 고민”하고 왔다는 8회에서도 장동민의 방식은 명확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방식에 큰 위험 요소가 있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장동민의 목표는 최연승과 김유현을 데스매치로 보내는 것뿐 아니라 자신과 오현민이 결승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게임 중반 자신의 계획대로 김유현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최종 목표를 드러내게 됐다. 그동안 장동민의 목표는 노골적이었지만 단순했으며, 그만큼 일관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직을 짜고 운영하는 장동민의 집중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머릿속에 두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며 게임을 한 결과,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팀원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였고, 대놓고 경계했던 김유현과 최연승은 모두 살았다. 물론 장동민이 신아영과 하연주 모두를 살려줄 이유는 없었지만, 강하게 팀을 통제하면서도 신뢰를 얻으며 리스크를 조절했던 그의 방식이 실효성을 잃은 것이다.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또 다른 방식이 장동민에게 필요해진 순간이었다.

참고 서적
<거시조직이론 개정4판> 김인수 (무역경영사)
<조직행동론> 강정애 외 4명 (시그마프레스)

글. 한여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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