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일본 드라마 속 고양이 분양합니다

2014.11.27
27일 개봉한 <고양이 사무라이>는 애묘인들에겐 완벽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고양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으면 치명적인 귀여움에 심장이 아파 올 정도니 말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 영화의 원작을 비롯한 고양이를 앞세운 드라마들이 하나의 장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고양이들은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고양이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이들을 위해 <아이즈>가 총 열 마리의 고양이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여덟 편의 일본 드라마를 소개한다. 비록 만질 수는 없지만, 모니터 너머로나마 무료 분양받는 기분을 만끽하도록 하자.


①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고양이 출연 분량 ★★☆
일본 드라마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 대부분은 주인공의 심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다. <빵과 스프, 고양이가 함께 하기 좋은 날>의 아키코(고바야시 사토미)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고양이 ‘타로’를 만나고, ‘동물은 키우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어겨가며 그를 집 안에 들인다. 그리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점심 식당을 차린다. 중요한 이야기가 거의 식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다 보니 타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냥냥거리며 방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 작은 의자를 밟고 올라가 창밖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모습, 식사 준비 중인 아키코의 발밑에 얌전히 웅크리고 있는 모습 등이 아주 잠깐씩 비춰진다. 심지어 나중에는 홀로 집을 지키다 훌쩍 가출한 후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덩치만 클 뿐 하는 짓은 아기 같은 타로가 귀엽긴 하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겐 다소 마음이 괴로워지는 드라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② <고양이 사무라이>

고양이 출연 분량 ★★★★★
1부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것은 시대극을 빙자한 고양이 육아물이다. 그것도 고양이의 온갖 매력을 어떻게든 전부 담아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엄청난 고양이 ‘덕후’가 만든 것 같은 드라마다. 검술을 모두 깨우친 험상궂은 인상의 사무라이 큐타로(키타무라 카즈키)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폼 나는 액션 장면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원래 죽이기로 돼 있었던 하얀 고양이 타마노죠를 몰래 키우기 시작한 이후, 큐타로는 진중권 교수 못지않은 고양이 아빠가 된다. 돈도 별로 못 버는 주제에 고양이용 비누를 사는가 하면, 특제 밥도 직접 만들어 먹이고 고양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애써 만든 우산을 다 찢어놔도 절대로 혼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여유롭게 누워 햇볕을 쬐거나, 넉살 좋게 큐타로의 무릎에 올라앉는 타마노죠의 찹쌀떡 같은 자태는 숨겨왔던 우리의 수줍은 욕망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나, 나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

③ <고양이 택시>

고양이 출연 분량 ★★★★
소심한 데다 우울한 기운마저 풍기는 마흔 살의 택시기사, 마세가키(컨닝 타케야마)가 있다. 그는 타인과의 소통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탓에 회사로부터도, 가족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다. 이 가련한 아저씨를 구제하는 건 공원 한쪽 구석에서 살고 있던 오동통한 고양이 ‘미코가미’다. 이름이 적힌 목걸이는 달고 있으나 실제론 버려진 상태인 미코가미는 마세가키의 동정을 사고, 택시에 동승하며 손님들의 마음을 연다. 사실 이 고양이의 얼굴은 예쁘장하기보다는 재밌는 쪽에 가깝다. 코 근처에 오서방 점처럼 자리 잡은 갈색 얼룩하며, 시도 때도 없이 혀를 빼물고 있는 멍한 표정은 처음엔 웃기고 보다 보면 귀여우며 마지막엔 정든다. 낯선 손님이 안아 올려도 편안하게 몸을 맡기는 붙임성, 청소기를 돌려도 도망치지 않는 느긋함, 목욕을 시켜도 발버둥 치지 않는 무던함 또한 미코가미의 매력포인트다. 이런 고양이가 있는 택시라면,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④ <검은 고양이 루시>

고양이 출연 분량 ★★★
아기고양이는 엄청난 행복과 그만큼의 고통을 함께 안겨준다. <검은 고양이 루시>를 보고 나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자신보다 검은 고양이를 애지중지하던 점쟁이 아버지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카모시다 요(야마모토 코지)는 혼자 남은 어머니의 집에 있던 검은 고양이 두 마리를 어쩌다 떠안게 된다. 각각 ‘루’와 ‘시(sea)’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아기고양이들은 요의 일상을 단번에 바꾸어놓는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것은 기본이며, 작고 뾰족한 발톱으로 커튼에 매달리고 비닐봉지를 다 찢어놓는 등 난장판을 쳐놓는다. 게다가 요는 이 어린 생명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영업맨으로 일하던 정수기 회사에서 해고되기까지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우다다다 집 안을 질주하는 루와 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그래도 이들의 사랑스러움을 외면하기란 어렵다. 쌔근쌔근 잠든 걸 보면 더더욱.

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고양이 출연 분량 ★★★☆
아마 홈즈는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던 고양이들 중 가장 특이한 존재일 것이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 얼굴과 몸의 경계가 희미한 삼색고양이에게는 커다란 비밀이 있는데, 하나는 추리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고소공포증에 피만 보면 기절해대던 형사 카타야마 요시타로(아이바 마사키)는 홈즈와 함께 각종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중요한 힌트를 던져주는 건 당연히 고양이의 몫이다. 그는 발로 연필을 굴려 요시타로가 결정적인 단서를 눈치채게끔 돕거나, 정신 잃은 요시타로를 깨우고 용의자가 지나가면 소리를 내는 등 제법 유능한 탐정 역할을 한다. 늘 가방 안에 들어앉아 커다란 얼굴을 쏙 내밀고 있지만 보통 고양이는 아닌 셈이다. 다른 비밀은 홈즈의 정체다. 그는 때때로 남잔지 여잔지 분간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변해서 요시타로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둔다. 고양이와 대화하는 것은 많은 ‘집사’들의 오랜 염원이나 글쎄, 고양이가 이렇게나 무서운 인상의 사람이 된다면 좀 곤란할 것 같기도 하다.

⑥ <구구는 고양이다>

고양이 출연 분량 ★★★
200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와는 약간 다르게 전개된다. 인기 만화가인 코지마(미야자와 리에)는 어느 날 반려묘 ‘사바’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중 공원에서 노숙자 할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던 아기고양이를 맡아 키우기 시작한다. 아메리칸숏헤어 종의 고양이는 어쩐지 새침한 인상이지만, 코지마가 붙여준 ‘구구(good-good)’라는 이름만큼 건강하고 성격 좋은 고양이로 자라난다. 조금만 만져주면 바로 골골거릴 정도로 순하고, 새로운 고양이를 데리고 와도 심하게 텃세를 부리지 않는다. 아침에는 코지마의 배 위에 엎드려서 졸기도 하며, 이리 오라고 말하면 알아듣고 다가온다. 동거한 지 15년이 지난 후에도 둘의 관계는 여전하다. 그래서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와 같이 살아가며 느끼는 즐거움, 책임감 등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드라마만으론 아쉽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구구 사진으로 만든 PC 버전, 모바일 버전의 바탕화면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일본어의 높은 장벽을 넘어 회원가입까지 해야 하는 게 흠이지만.

⑦ <검은 고양이, 때때로 꽃집>

고양이 출연 분량 ★★★
허브의 일종인 쿠미스펙틴과 수염이 닮았다고 해서 ‘쿠미’다. 작은 꽃집 겸 카페 ‘고양이의 수염’에서 하루 종일 보드라운 담요에 누워 있거나 캣타워에 올라앉아 있는 쿠미는 사실 점을 봐주는 고양이다. 동창회에 갈지 말지 갈등하는 손님이건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는 손님이건 모두 쿠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가 ‘YES’ 혹은 ‘NO’라는 글자가 쓰인 접시 중 한쪽에 담긴 사료를 먹으면 그게 곧 대답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특별한 건 히나타 키요카(타이라 아이리)의 죽은 남편, 코우키(타니하라 쇼스케)의 영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겉모습을 빌린 남편은 키요카에게 끊임없이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나라고 설득한다. 고양이의 얼굴에 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장면은 낯설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쿠미의 표정과 눈빛 덕분에 적어도 어색하진 않다.

⑧ <최고의 이혼>

고양이 출연 분량 ★★
앞의 일곱 편과 달리 <최고의 이혼>은 본격적인 고양이 드라마가 아니다. 느긋하고 먹성 좋으며 헐렁한 성격의 아내 유카(오노 마치코), 꼼꼼하고 결벽증적인 남편 미츠오(에이타)의 나날 속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가 양념처럼 끼얹어져 있을 뿐이다.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별것 아닌 일들로 유치한 입씨름을 벌일 때도, 각자 혼잣말을 중얼중얼 읊조릴 때도 핫사쿠와 마틸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논다. 언제나 서로 장난치기 바쁜 두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다툼이란 참으로 하찮고 덧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문득 사라져 버린 핫사쿠와 마틸다를 찾는 과정에서 유카와 미츠오는 재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점 봐주고, 추리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고양이에 이어 부부 사이를 회복시켜주는 고양이라니, 역시 그들은 여러모로 인간을 치유하는 동물인 것이다.

글. 황효진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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