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씨의 행복여행>의 로자먼드 파이크, 흥미로운 미스터리

2014.11.27

상품 설명
<나를 찾아줘> 이후로 로자먼드 파이크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는 한다. 진정한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나 평범한 가족의 여정을 담은 <우리가 휴일에 한 일들>은 분명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들이지만, 단정한 단발로 다듬어진 금발의 아름다운 아내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관객들은 내심 엉뚱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나를 찾아줘>는 관객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영화였고,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부각된 여배우에게 한동안 이것은 족쇄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적당히 예쁜 여자, 남들만큼 재능을 가진 배우로 살아왔던 로자먼드 파이크에게 이토록 선명한 선입견은 오히려 반가운 청신호다.

그 긴 불투명의 세월이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007: 어나더 데이>의 본드걸로 영화 데뷔에 성공했을 때는 하필 전성기의 할리 베리가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 우아하고 지적이지만 어딘가 촌스럽고, 여성스럽지만 귀엽거나 섹시한 부류는 아닌 여배우를 위한 자리는 흔치 않았고 그녀는 <쟈니 잉글리쉬 2: 네버 다이>와 <타이탄의 분노>와 같은 속편들에 두서없이 출연하거나, 코미디 영화 속의 차분한 인물을 맡기가 일쑤였다. 심지어 <둠>에서는 주인공의 쌍둥이 남매라는 설정이었고, <잭 리처>에서는 시나리오에 있던 키스신마저 삭제되었으며, 필생의 연인으로 등장한 <세번째 사랑>은 남자의 회환에 후반부를 집중하는 등 로자먼드 파이크에게는 로맨스의 기회조차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써로게이트>에서 사이보그를 연기하던 신인이 사이보그들의 마을에서 사람의 표정을 짓는 유일한 여자로 <더 월즈 엔드>에 출연하기까지, 그녀는 연극을 병행하며 내공을 다지고 근성을 길렀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로자먼드 파이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그녀가 “알 수 없는 인상”을 가졌기 때문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어딘가 비어 있는 그녀의 얼굴은 관객을 연이어 속이며, 위기에 처해 거짓말을 시작할 때 희열에 빠지는 눈빛을 보여주는 에이미를 덧입히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혹독하기로 소문난 감독의 연출에 부응하며 체중 조절까지 감당해낸 집중력과 지구력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재산이다. 그러니 내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막 놀라운 여배우에 대한 첫 번째 단서를 펼쳐 보았을 뿐이며, 언제 그녀의 두 번째 단서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성분 표시
클래식 50%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머니와 오페라 가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로자먼드 파이크는 부모님을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덕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그녀는 본인 역시 피아노와 첼로 연주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유난히 클래식한 가정 분위기에서 성장한 그녀는 <007: 어나더 데이> 스크린 테스트를 받을 당시, 드레스를 준비해 오라는 제작진의 주문에 오페라용 드레스를 떠올리고는 커다란 장미가 달린 푸른 무도회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제작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사랑과 전쟁 40%
베넷가의 첫째 딸 제인으로 출연한 <오만과 편견>은 로자먼드 파이크가 가진 외모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감독인 조 라이트는 작품을 계기로 그녀와 약혼에 이르기도 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제인과 커플이 되는 빙리 역할에 사이먼 우즈를 캐스팅할 것을 고집했는데, 그는 로자먼드 파이크와 대학 시절 연인이었으며 결별 후 커밍아웃을 한 상태였다. 덕분에 두 사람은 2년 만에 만나 커플 댄스를 추는 장면을 연기해야 했고, 사이먼 우즈는 빙리가 제인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서 유난히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조 라이트 감독은 청첩장을 문제로 로자먼드 파이크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그녀는 하객들에게 전화로 결혼 취소 소식을 전해야 했다. 이후 로자먼드 파이크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으며, 둘째의 출산이 임박해 있다. 첫째 아들의 이름은 솔로.

클래스 10%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오만과 편견>, <잭 리처>, <나를 찾아줘>(곤걸), <꾸뻬씨의 행복여행>, <어 롱 웨이 다운>(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에 자주 출연한다. 그리고 <둠> 역시 인기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취급 주의
완벽하다고 확신하지 말 것
박사, 심리학자 등 고학력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지만 <언 애듀케이션>에서 로자먼드 파이크는 드물게 자신의 금발을 백치미의 상징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언 애듀케이션>의 파트너 도미닉 쿠퍼를 다시 만난 그녀는 백치 미녀에 빙의된 듯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다.

영국 사람이라고 확신하지 말 것
‘미국말’ 연기가 따로 필요할 정도로, 로자먼드 파이크는 우아한 영국 억양을 구사하는 영국배우다. 그러나 <잭 리처> 개봉 당시 톰 크루즈와 함께 부산을 방문한 그녀는 ‘부산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바 있으니, 만나게 된다면 “아주라”의 뜻을 물어보기로 한다.

글. 윤희성(칼럼니스트)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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