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등갈비 위에 치즈를 얹었을까

2014.11.26

“요즈음 홍대에 치즈 등갈비라는 메뉴가 인기래요.” 연남동에 틀어박혀 일하느라 도통 홍대를 비롯한 시내에 나갈 일이 없는 내게 치즈 등갈비라는 ‘뜨는’ 메뉴를 알려준 건 음식에 관심이 많은 지인이었다. ‘치즈+등갈비’라는 단어는 나를 한참 동안 허공을 보며 생각하게 만들었다. 뼈가 붙어 있는 단백질에 치즈를 더한다니. 포털에서 검색한 치즈 등갈비의 사진은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블루치즈를 얹은 햄버거나 치즈 소스를 바른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칠리 핫도그 위의 치즈 같은, 고명이나 소스처럼 곁들이는 정도의 치즈를 생각했던 나는 치즈가 매운 등갈비를 찍어 먹는 소스로, 철판 가득 지글지글 끓이는 모습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퐁듀? 피자? 바비큐? 두루치기?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요리이지만 와, 정말 기발하고 멋지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그동안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재료들이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일단 섞는 것에 의의를 두고 개발돼 외식업계의 반짝이는 메뉴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을 오랫동안 봐왔다. 또한 아무리 규칙을 깨는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셰프의 일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클래식한 재료들의 궁합에 대한 규칙은 웬만해서는 잘 깨지지 않는다. 깨진다면, 그 모험을 시도하는 셰프가 아주 솜씨가 뛰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치즈 등갈비는 이런 기준과는 상관없다. 치즈 등갈비, 치즈 떡구이, 치즈를 잔뜩 얹은 메뉴들을 광고하는 식당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건 지난 10여 년 동안 인기 있었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더 큰 자극을 위한 매운 음식들의 유행이 흘러 도착한 또 하나의 지점이다. 과거 광풍처럼 외식계를 휩쓴 불닭집 메뉴에는 입을 식히기 위한 누룽지 정도만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먹는 연령층은 더더욱 낮아졌고, 누룽지 대신 느끼한 치즈를 찾게 됐다. 아니, 허전함과 공허함은 잠깐 얼얼한 매운맛 정도로는 이제 이길 수 없는 크기가 되어버렸다. 캡사이신을 부어 넣은 매운 요리 위에 그 매운맛을 가릴 정도의 느끼함이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맥락이 함께 더해진다.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맛보다는 양이 많은 대패 삼겹살이나 일정 금액에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퇴직 후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으로 식당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런 흐름에 동참했고, 그들은 새로운 음식문화를 선보이기보다는 자극적인 음식을 선보이기 바빴다. 맛도 있고 양도 많고 값도 저렴한 유니콘 같은 메뉴들이 끊임없이 나왔고, 이것은 사실상 음식에 있어 맛이 아닌 다른 요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하는 역할을 했다. 맛에 대한 취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먹은 것을 먹어보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식당들에 줄을 서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그렇게 보면 매운 양념에 버무린 빨간 요리와 죽죽 늘어나는 치즈만큼 포토제닉한 음식도 찾긴 힘들 것이다. 

이제 치즈는 더 이상 까망베르나 고르곤졸라라는 발음도 힘든 이름을 달고 옹색하게 배달음식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닌, 공깃밥이나 떡 사리와 같이 양식이 보여줄 수 있는 넉넉함을 나타내는 재료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에 파마산 치즈를 듬뿍 갈아 넣은 토마토 스파게티, 치즈의 무게를 못 이겨 휘청거리는 부채꼴의 피자를 입으로 가져가는 연예인들과 주욱 늘어나는 치즈의 이미지. 치즈의 넉넉함은 곧 맛으로 연결된다고 대중들은 믿게 되었고, 빨리 굳지 않고 잘 늘어나는 토핑 전용 치즈는 지금도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치즈 옷을 두껍게 입은 음식들을 틀린 음식이라고, 먹으면 안 된다고 비난하고 싶진 않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환경이 이런 음식을 만들어낸 것이고, 좀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나를 비롯한 요리를 배우고 필드에 있는 이들이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아니니 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매운 등갈비에 녹는 치즈를 찍어 먹는 것보다 더 균형 잡힌 음식이 있다는,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대기업이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음식과 접근하기 힘든 파인 다이닝 사이에도 모험을 해볼 만한 세계의 다양한 음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잘 끓인 양파수프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그뤼에르 치즈의 향, 마카로니 앤 치즈에 갈아 넣은 레드 레스터의 맛과 오렌지 컬러, 아보카도에 살짝 얹은 로크포르 치즈의 알싸함 같은 것들. 뽐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음식을 알도록 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글. 차유진(요리연구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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