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① IKEA가 왔다

2014.11.25


쓰디쓴 환영인사, 지독한 신고식이다. 국내 첫 매장인 광명점 오픈은 12월 18일로 예정돼 있지만, IKEA에 관한 뉴스는 이미 차고 넘친다. 사실 뉴스라기보단 논란이다. IKEA 코리아는 지난 14일 한국어 홈페이지를 열고 품목별 가격을 고지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베스토 부르스 TV 장식장, 헴네스 TV 장식장, 스톡홀롬 3인용 가죽 소파 등 몇몇 아이템의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 IKEA는 또 꼬투리를 잡혔다. 해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장식용 벽걸이 세계 지도에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이다. “우선 이번 사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리며, 저희는 이번 사안을 IKEA 글로벌 차원에서 심각하게 인지했고 논의하고 있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IKEA 측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었으나, 반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코레일은 19일 오픈 예정이던 서울역점 IKEA 팝업스토어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같은 날, IKEA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고 가격 정책에 관한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IKEA가 가격 정책에 대해 설명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IKEA 측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요가 큰 PS 캐비닛과 말라 이젤은 미국, 중국, 일본보다 저렴하고, 펠로 암체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저렴하다. “환율과 물류비, 세금, 관세 등 상황에 맞게 책정”(앤드루 존슨 IKEA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된 결과다. 국가별 아이템 가격을 단순하게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단 얘기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IKEA를 둘러싼 잡음은 너무 컸던 기대에 따른 결과다. 이 정도로 저렴한 비용에 이 정도로 그럴싸한 가구를 판매하는 곳은 지금으로선 IKEA뿐이다. 그들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도 “보다 낮은 가격”이다. IKEA는 고객이 직접 조립하고 직접 실어 가야 하는 불편함이 당신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단, 그들이 궁극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가구를 포함한 리빙 아이템이 아니다. 삶의 풍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병행수입으로 구매한 빨간 PS 캐비닛 위에 TV를 올려본 사람이라면, 이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방 전체의 인상이 얼마나 산뜻하게 바뀔 수 있는지 안다. 취향과 타깃별로 섬세하게 꾸며진 IKEA 매장의 쇼룸은 디스플레이라기보단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의 생활공간처럼 보인다. 싼값에 구매한 IKEA 제품들로 내 집과 방 또한 저렇게 꾸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홈 퍼니싱 솔루션이다.


그래서 IKEA를 구매하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IKEA의 폭발력은 매장을 중심으로 한 경험에서 극대화된다. 그저 쉽게 버려도 부담 없는 싼 가구가 필요하다면, 그냥 IKEA를 모방한 수많은 제품들 중 하나를 골라 구입하면 된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갖고 싶은 거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라이프스타일숍도 얼마든지 많다. 중요한 건 넓디넓은 IKEA 매장에 직접 가서 쇼룸을 구경하고, 물건을 찾느라 헤매고, 단돈 1,500원에 판매하는 아침식사를 즐기고, 지치면 스웨덴식 전통 미트볼을 먹어보는 과정이다. 그러고는 필요와 관계없이 구매한 물건 몇 가지를 ‘블루백’ 안에 담아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영화 <500일의 썸머>에도 등장했듯 IKEA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여가이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을 지배 중인 ‘몰링(Malling,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행태)’을 압축시켜놓은 것과 같다. 주말이면 온 가족과 커플이 대형 쇼핑몰 안에 몰려 들어가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처럼 IKEA 안에서도 그 일들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쇼핑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위락시설인 셈이다. 그렇게 IKEA는 우리의 주말을, 여가를 즐기는 방식을 바꾼다.

가격은 싸다. 디자인은 ‘북유럽풍’이 아니라 진짜 북유럽의 것이다. 다른 데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IKEA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인다. 한샘이든 리바트든, 국내 가구 업체 중 이 같은 체험을 안겨준 브랜드는 한 곳도 없었다. 가구는 결혼이나 이사 등의 이벤트가 아니면 구입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가정의 필요와 가구의 특성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았던 건 물론이다. 선택할 수 있는 가구의 폭은 자개장롱과 대리석 식탁, 비싸고 무거운 원목 TV 장식장, MDF에 흰 칠을 한 화장대 등으로 한정적이다. 가구의 가격은 철에 따라 달라질 만큼 투명하지 못하고, 전시된 가구의 디스플레이는 앉거나 손을 대보기조차 조심스럽다. 가구 매장은 집을 대리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판매장에 그쳤으며, 가구 구매는 대부분 즐겁고 편하기보다 부담스럽고 주눅 드는 일이다. IKEA의 물건이 가장 싸거나 세련되지 않을 순 있다. 다만, 내 인생이 조금 더 나아지는 듯한 착각이나마 느끼게 하는 건 IKEA가 유일하다.

“IKEA 체험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당신은 그 여행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것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원정이 될 것이다. 화살표에 이끌려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당신은 일종의 꿈을 꾸는 듯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 IKEA, 그 신화와 진실 >을 쓴 엘렌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싸고 큰 가구가 필요할 만큼 좋은 집을 살 수도 없는 지금의 한국에서, IKEA 원정은 더더욱 매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국가도, 대형 가구업체도, 중소 자영업자들도 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우리 삶을 어떻게 얼마나 흔들어댈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연면적만 13만 1,550㎡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IKEA 광명점 오픈까진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20년까지는 국내에서 다섯 개의 IKEA 매장이 더 오픈할 예정이다. 이들은 월마트나 까르푸처럼 실패를 맛보게 될까, 이 나라 전체를 통째로 바꿔놓을까. 당장은 개점 첫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광명점으로 달려갈지가 가장 궁금하지만.

글. 황효진
사진제공. IKEA 코리아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