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2>를 기다린다!

2014.11.24

지난 12일, <클레멘타인 2>의 예고가 공개됐다. <클레멘타인>의 주인공이었던 이동준이 출연하고, ‘<클레멘타인> 제작진의 트라이앵글 액션 터치’, ‘한국판 <익스펜더블>’, ‘거친 남자들의 블랙 바이올런스 무비’ 등 일부러 B급 스타일을 의도한 문구들이 등장한다. 절정의 순간, 황보라는 울면서 이렇게 외친다. “오빠, 일어나!” 이상인의 대표작으로 드라마 대신 KBS <출발 드림팀>이 언급되고 제공사에 ‘이상인의 밥깨비’가 포함되어 있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지만, 짓궂은 장난이라기에는 공을 많이 들인 영상이었다. 1분 남짓한 트레일러가 공개되자마자 유튜브 조회수 30만을 돌파했고, 네티즌들은 <인터스텔라>의 독주를 막을 작품이 등장했다며 화답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영상은 K 이동통신사의 GiGa Wifi 광고의 티저임이 밝혀졌다. 정작 본 광고의 조회수는 선공개 영상의 1/10도 되지 않았다. <클레멘타인 2>가 실재하는 영화가 아님이 밝혀지자 실망한 것이다.

<클레멘타인 2>가 실제로 극장에서 개봉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10년 전에 개봉했던 <클레멘타인>은 관객 수 6만대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대중들 사이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이상한 영화임은 분명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90년대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스티븐 시걸과 2004년작이라고 보기 힘든 조잡한 포스터가 이상야릇한 조합을 만들었고, “아빠! 일어나!”라는 대사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7년의 타임 워프 후 갑자기 강력계 형사가 될 정도로 뜬금없고, 액션 장면에서 제대로 붙는 컷이 하나도 없으며, 시도 때도 없이 ‘클레멘타인’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슬픈 감정을 강요한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낚시 평점’이라는 새로운 놀이로 이어졌다. 네이버의 <클레멘타인> 영화 소개에 함께 있는 리뷰 및 별점 평가란에 평점 10점을 주며, 누가 더 창의적인 평을 남기는지 경쟁했다. “<클레멘타인>을 보고 암이 나았어요”, “한국 영화의 역사는 BC(Before Clementine)와 AC(After Clementine)로 나뉜다” 등의 한 줄 평을 쓰는 놀이는 10년 넘게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 중이고, 그 숫자만 13,000개가 넘는다. 이 세상에 그냥 못 만든 영화는 많지만, <클레멘타인>은 정말 괴이한 위치에 올라섰다. 

그리하여 <클레멘타인>은 좋은 영화는 못 됐지만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클레멘타인> 이후로도 형편없는 영화들은 꾸준히 나왔고, 관객들은 <클레멘타인>처럼 이런 영화들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못 만든 영화에 대해 ‘망작’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그 작품들을 한두 줄의 문장으로 놀리는 것이 인터넷의 유희로 자리 잡았다. 작년에 개봉한 <살인자>의 관객은 8만 명이었지만, 이 영화가 왜 재미없는지 구구절절 비판한 리뷰의 조회수는 36만을 훌쩍 넘겼다. 이제 형편없는 영화들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일종의 도시전설처럼 퍼지고, 마니아들은 일부러 밤새도록 재미없는 영화만 보는 ‘시네마지옥’ 같은 상영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클레멘타인>은 어떤 의미에서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고, 지난 10년간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7광구>, <수목장> 등 수많은 ‘망작’들이 <클레멘타인>에 도전했지만 여전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후속작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동영상에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만든 것은 앞으로도 <클레멘타인>뿐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망작’이라 해도 이 작품처럼 영화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상한 것들이 우연히 섞이기란 어렵다. 원래 120억의 개런티를 요구했던 스티븐 시걸이 12억으로 합의를 본 후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부터 황당하고, 스티븐 시걸의 얼굴 옆에 “아빠! 일어나!”라는 문구와 주인공 딸의 얼굴이 함께 박힌 포스터는 못 만든 포스터의 교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엉망이다. 이 와중에 김혜리는 진지하게 연기를 했고, 1/10만 받고 출연한 스티븐 시걸은 모든 장면에서 표정이 똑같다. 하나만 있어도 비웃음을 살 모든 이상한 요소들이 한 작품에 모였고, 그것이 공교롭게 인터넷 문화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던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하는 우연의 우연. 그리고 덕분에 지금 이 시간에도 네티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클레멘타인>을 놀리며 피식 피식 웃는다. 그러니 이제는 <클레멘타인>에 ‘리스펙트’를 보내야 할 때다. 비록 영화를 본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이 영화 한 편으로 10년을 웃겨주고 있으니.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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