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순 “유세윤과 난 가끔 윙크하는 사이”

2014.11.21
‘황복순 할머니는 정말 유세윤 코디인가요?’ 포털 사이트에 황복순이라는 이름을 치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UV가 슈퍼스타라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 Mnet < UV 신드롬 >과 < UV 신드롬 비긴즈 >에서 UV의 코디로 나온 황복순 할머니는 당시 실제 코디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고 빅뱅 태양의 코디로 들어간 후 행복해하는 모습 등으로 화제가 됐지만, 할머니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았다. 2년 만에 tvN < SNL 코리아 5 >(이하 < SNL >)의 ‘자수구찌쇼’에서 다시 유세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개 역할을 맡은 유세윤이 갑자기 질문을 던져도 센스 있게 대답하고, 되레 돌발 질문까지 던지는 황복순 할머니가 종종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다는 제보 정도다. 과연 무엇이 사실일까. 이번에야말로 궁금증을 제대로 풀겠다는 마음으로 할머님을 만나 직접 여쭸다. 정말 유세윤과 어떤 사이신 거냐고.

방송사에 인터뷰를 신청하니, 선생님 스케줄이 많아 약속을 잡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황복순
: 지금은 영화랑 드라마에 단역으로 많이 출연하지. 내일은 CF 촬영도 하러 가. 욕하는 국밥집 할머니 역 맡았어. 오늘도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하여튼 드라마 쪽에서 날 불렀거든? 근데 이 인터뷰 약속을 먼저 했으니까 거절했어. 난 섭외 들어오는 대로 다 하는 편이지만 먼저 한 약속은 꼭 지켜. 그래야 질서가 생기거든. 토요일에는 < SNL >이 있으니까 다른 건 안 잡아. 하려고 하면, 토요일에도 여러 개 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에 집중을 해야지. 마음이 불안하면 몸도 불안해지잖아.

< SNL >에서 개 역할을 맡은 유세윤 씨가 게스트들과 대화하는 ‘자수구찌쇼’에는 어떻게 출연하시게 된 거예요?
황복순
: 작가들이 불렀어. 할머니 생각에는 아마 유세윤이 작가들한테 날 추천한 거 같아. 그 전에 작가들은 날 몰랐겠지.

유세윤 씨한테 진짜 선생님을 추천했는지는 안 물어보셨어요?
황복순
: 아이고, 세윤이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도 별로 없어. 토요일 저녁에 방송국 오면 세윤이는 회의하고 연습하느라 정신없고 난 옆에서 과일이나 좀 주는 거지. 세윤이가 직접 번호도 찍어줬거든? 35번으로 저장돼 있어. 근데 전화해도 안 받아. 그래도 엊그제는 세윤이가 한약이 생겼나 봐. 매일 챙겨 드시라고 하면서 나한테 주더라고. 그래서 열심히 먹고 있어. 할머니 생각 엄청 한다니까? (웃음)

자주 만나지 못해도 방송을 보면 두 분,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유세윤 씨가 나와서 노래 부르는 것만 봐도 웃으시고, 유세윤 씨는 선생님께 재미있는 장난도 많이 치고요.
황복순
: 응. 방송국에서 가끔 지나가다 만나면 서로 고개 끄덕이고 윙크하는 사이거든. 촬영 들어갈 때 내 손을 잡고 코너에 대해 알려주더라고. “할머니, 내가 뭐 물어보면 아무렇게 대답해”라고. 그래서 나도 편해졌어. 대사 외울 것도 없고 재미있잖아. 요즘에는 내가 막 이야기하면 세윤이가 “할머니 그런 대사는 어디에서 배웠어요?” 그래. 그럼 난 “그냥 하는 소리야” 하고 웃지. 그런 게 다 재미있어.

유세윤 씨가 진짜 손자처럼 반말도 하고 짓궂게 장난해도 그런 호감이 있어서 편하게 받아들이실 것 같아요.
황복순
: 그럼. 저번에는 세윤이가 “할머니 지금 몇 살이야?” 이런 거 물어봤잖아. 난 “팔팔하게 살려고 80살이야”라고 했고. 근데 웃기만 하고 안 믿더라고. 그럼 나도 “나이 속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고 웃어버려. (웃음) 할머니라고 해서 어려워하지 않아서 참 좋아. < UV 신드롬 > 찍을 때도 갑자기 “할머니, 뭐 먹을 거야?” 이렇게 묻더라고. 그래서 된장찌개라고 했더니 “그럼 나도 된장찌개!” 이래. 참 소탈하고 착해.

유세윤 씨 외에 ‘자수구찌쇼’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더구나 생방송인데, 혹시 실수할까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황복순
: 아무도 모르기는 한데… 그래도 다들 할머니라고 많이 도와줘. 난 솔직하게만 말하면 돼. 지난번에 강용석이가 대통령 되고 싶다고 할 때도 대통령은 아무나 찍는 거 아니니까 난 신중하게 뽑겠다고 했지. (웃음) 맞지 않아? 그리고 저번에 누구야, 신… 신… 신성우? 그 사람이랑도 재미있게 찍었어. 걸스데이 혜리도 갑자기 나한테 안기고. 다들 너무 예뻐.

‘자수구찌쇼’와 달리, 설정과 대사가 있는 < SNL > 코너 ‘극한 직업’도 찍으셨어요. 특히 갑자기 코피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설명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황복순
: 진짜 코피는 아니니까 괜찮아. 정말 코피 흘리는 거였으면 내가 또 (유)병재 안쓰러워서 인상을 찌푸렸겠지만 그건 아니잖아. 병재도 직접 와서 세밀하게 설명 잘 해주고. 난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했지. 병재도 그렇고 세윤이도 그렇고 다 한바탕 웃자고 하는 거니까 난 좋더라고.


‘자수구찌쇼’나 < UV 신드롬 > 같은 방송이 잘 맞으시나 봐요. 상황은 가짜지만, 리얼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방송이요.
황복순
: 내가 잘 하는 거 같기도 해. < UV 신드롬 > 할 때 내가 유세윤한테 더덕을 주면서 “자, 천 년 먹은 산삼이다! 이거 먹고 내일 세수하면 물에 기름이 떠 있을 거야!” 하고 즉석으로 지어내서 말했는데, UV도 엄청 놀라더라고. 할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웃음) 내가 집에서나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이런 장난을 안 치거든? 손자, 손녀들한테는 그냥 할머니 하는 거 봤냐고만 하는데, 평소에 못 하는 것들을 유세윤이랑 하니까 재미있어. 그리고 원래 늙으면 친구가 있어야 해. 집에서 혼자 말하면 아픈 줄 아니까. 집에서는 평범하게 지내고 사람들 볼 때마다 웃고 떠들어야 좋은 거 같아. 할머니는 사람들이 여럿이서 뭘 만드는 게 참 좋아.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바쁘게 사는 모습 보는 것도 좋고.

방송 하시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세요?
황복순
: 내가 (19)35년생인데, 지금도 영화 지방 촬영 갈 때 혼자 버스 타고 다녀. 8, 9월에도 <허삼관 매혈기> 촬영 끝내고 밤 11시 반에 도착했어. 그렇게 번 돈을 내 용돈으로 쓸 때 제일 좋아. (웃음) 아, 손주들 용돈 줄 때도 신나지. 또 외손녀가 유세윤을 좋아하거든. 몇 년 전에 <20's Choice> 갈 때는 외손녀가 친구 데리고 나랑 같이 갔었어. 그리고 요즘에 애들이 날 알아보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니까 참 좋아. 그저께에도 에버랜드에 CF 찍으러 갔다 오는데, 어떤 학생이 지하철에서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휴대폰 사진 꺼내면서 방송 나오는 할머니 아니냐고. 맞다고 했더니, 로또 된 것보다 더 좋다고 여자친구랑 같이 사진 찍자고 하더라고. 요즘 이런 애들이 부쩍 많아. 연기 계속하고 싶어. (웃음)

영화와 드라마, 광고 합쳐서 출연작이 200여 편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된 거예요?
황복순
: 할머니가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35년 하다가 64살에 가게를 팔고 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했어. 거기에서 물리치료 봉사도 하고 배드민턴도 배웠는데, 어느 날 어떤 할머니가 어제 돈 4만 원을 주웠다는 거야. 물어봤더니 복지관 뒤에 있는 기획사 통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대. 이리 가라고 해서 가고, 저리 가라고 해서 갔는데 4만 원을 줬다는 거지. 아이고! 그래서 배드민턴 채 들고 바로 찾아갔어. 처음에는 그 기획사 건물이 14층이고 너무 넓어서 못 찾겠더라고. 그래도 내가 끝까지 찾는다 해서 매일 다시 가고 또 갔어. 어느 날 겨우 사무실 문을 두드렸더니, 바로 “안 사요!” 하더라고. 그래서 물건 팔러 온 게 아니라 나도 보조 출연을 해보고 싶다 했지. 사진이 꼭 필요하다길래 사진관 가서 바로 사진도 찍었고 그날로 신청해버렸어.

우연한 기회를 필연으로 만드셨군요. 처음 들어간 작품 기억나시죠?
황복순
: 아, 그럼. <태극기 휘날리며>였어. 가보니까 비누, 성냥 장사꾼 역할을 시키고 어디로 다들 가버리더라고. 일단 난 장사했던 사람이니까 알아서 물건 예쁘게 진열해놨어. 소품으로 준 돈 들고 “비누도, 성냥도 10원!” 하면서 소리쳤지. 그랬더니 감독이 날 보더니 전에 뭐 찍었냐고 하는 거야. 그래서 처음이라고 했더니 안 믿더라고. 그러고 나서는 나눔이라는 기획사한테 다른 작품 소개받고 <화려한 휴가>도 찍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 거야. 중간에 MBC 가서 또 연기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유세윤이 있었어. 아마 그때 내가 아들 역 맡은 사람한테 앙칼지게 쏘아대면서 연기하는 거 보고 섭외를 했나 싶어. 며칠 뒤에 기획사 통해서 < UV 신드롬 > 코디로 섭외 왔거든.

연기를 배우신 적은 없는데도 기본적으로 감각이 있으셨나 봐요.
황복순
: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내 발로 기획사를 엄청 찾아다니기도 했어. 촬영장 가면 사람들한테 기획사 위치 물어보고 직접 내 사진이랑 음료수 들고 다니면서 섭외 신청했지. 그리고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연기를 배워야겠다 싶어서 충무로에 있는 학원도 다녔어. 자식들 몰래 몇 달 다녔는데 우는 연기, 웃는 연기 시험만 보면 다 100점인 거야. 하하. <화려한 휴가> 때도 보니까 나문희 씨보다 내가 더 잘하더만. (웃음) 지금까지도 감독들한테 꾸중 들어본 적이 없어. 연기를 정말 잘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칭찬받으니까 용기가 계속 생겼어. 사람이 뜻이 있고 성실하게만 살면 뭐든 다 될 수 있는 거 같아.

원래 뜻한 바가 있으면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기시는 편이세요?
황복순
: 응. 할머니는 계속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거 좋아해. 집에서 낮잠 자는 날이 1년에 몇 번 없어. 내 인생 남이 살아주는 거 아니잖아. 고개 숙이지 않고 정면을 보고 살면 넘어질 일이 없어. 그런 맘으로 살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사람들 많이 있는 데 가서 풀려고 하고. 이제는 내 돈 벌어서 먹고 싶은 거 잘 사 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야. 난 생선을 좋아해. 시장 가면 생선 좋은 게 뭐가 있나 보지, 다른 건 안 봐.

그렇게 즐겁게 지내시는 게 건강의 비결인가요?
황복순
: 그럼. 그리고 다행히 건강은 어느 정도 타고났어. 내 친구들은 다 지팡이 짚고 다니는데 난 아직 허리, 다리 아픈 것도 몰라. 옷도 좋아해서 한 4벌 가지고 다녀. 출연하는 작품에 필요한 거 맞춰 입으려고. 내가 건강하고 일도 있으니까 가족들도 좋아해. 특히 며느리가 편하지. 먹고 싶은 건 내가 챙겨 먹거든.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며느리한테 먹을 거 차려 오라고 해? (웃음) 안 되지.

몸도 마음도 늘 청춘처럼 느끼시겠네요.
황복순
: 밖에 오래 있으면 눈물 나오잖아. 눈 시려서. 그때 늙은 걸 느끼지, 다른 때는 모르겠어. 영화 현장도 밤 12시, 새벽 2시에 오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냥 다 가. 누가 하라고 하는 거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피곤하지 않은 거 같아. 지금도 하루 이틀 쉬면 축 처지는데, 일하면 생기가 있어.

< SNL >이 29일에 끝나서 서운하시지는 않으세요?
황복순
: 그래서 세윤이한테 말했더니, 세윤이가 또 준비해서 코너 잡을 거라 하더라고. 필요하면 또 불러주겠지. < SNL > 같이 한 애들 다 정들어서 서운하기는 해. 이름은 못 외워도 얼굴 보면 다 알거든. 애들이 케이크도 주고 빼빼로도 줬는데, 나는 뭘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하네. 그래도 또 볼 일이 있겠지. (웃음)

그럼요. (웃음) 그때까지 연기를 하며 지내실 것 같은데, 앞으로 연기하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황복순
: 내 나이에 돈 벌어서 빌딩을 사겠어, 뭘 사겠어. 맡고 싶은 역할도 없고 주면 다 할 거야. 그냥 가는 날까지 즐겁게 하고만 싶어. 재미있게 사는 게 중요하니까. 혹시 주변에 할머니 필요하다고 하면 꼭 소개해줘. 알았지?

글. 한여울
사진.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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