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독기’를 부를 때는 나를 도마 위에 올려놨다”

2014.11.19
알 만한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래퍼들, 큰 회사의 아이돌 연습생들, 그 사이에서 무명의 래퍼가 결승에 올랐다. 말 그대로 Show Me The Money. 무대가 돈으로 환산되는 Mnet <쇼 미 더 머니 3>에서 스스로를 “듣보잡 래퍼”라 했던 아이언은 결국 다른 래퍼들의 커리어를 부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제는 <쇼 미 더 머니 3>의 무대보다 더 큰 곳에서 공연하며 꿈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그 꿈으로 가는 길 앞에서, 아이언을 만났다.

<쇼 미 더 머니 3>가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아이언
: 공연도 하고 곡 작업도 하고 연습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쇼 미 더 머니 3>를 하기 전에는 백수였는데 요새는 바쁘게, 사람답게 살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옛날에는 비싸서 쫄쫄 굶다가 “오늘 하루는 햄버거 먹어야 쓰겄어” 이러고 먹곤 했다. (웃음) 근데 방송 끝나고는 매일 맥도날드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떠돌면서 얹혀살았는데 지금은 집이 생겼다. 혼자 사는 건 아니지만.

<쇼 미 더 머니 3> 준우승이 정말 인생을 바꿨나 보다.
아이언
: 본선만 가자고 생각했는데, 얼결에 결승까지 가버렸다. 준결승 무대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긴 했는데 결승에서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보여주고 싶은 무대를 보여줘서 후회는 없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으면 왜 출연하려고 했나.
아이언
: 내가 너무 탱자 탱자 놀아서 주변에서 나가보라고 했다. 그 전에는 백수로 지냈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거나 동묘 앞을 걸어 다니거나 그랬다. 친구 집에 TV, 컴퓨터도 없어서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살았다. 잠도 많아서 예전에는 “넌 잠 때문에 망할 거다”라는 말도 들었으니까. 그때 마침 양동근 형님도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셨고, 그래서 ‘나 같은 캐릭터가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양동근(YDG)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냈다.
아이언
: 초등학교 때 MBC <논스톱>에 볶은 머리를 하고 나오셨을 때부터 좋아했다. 덕분에 힙합 음악을 접하기도 했고, ‘골목길’, ‘구리뱅뱅’ 등 모든 앨범을 다 들었다. 그 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힙합을 했다. 원래는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서 반항도 했고. 힙합을 들으면서 이건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랐던 양동근인데, 예선 때부터 은근히 강하게 키우지 않았나. 결선 리허설 때도 알아서 하라고만 하고.
아이언
: 난 그게 너무 좋았다. 동근이 형님이 그러셔서 인정받으려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본선 무대에서는 약간 삐지기도 했었는데 (웃음) 오히려 나를 띄워주시기 위해 악역을 자처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동근이 형님도 프로듀서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주셨으니까. 감사하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듣보잡 래퍼’가 유명한 래퍼들과 경쟁하는 건 어떤 기분이었나.
아이언
: 하루하루 소풍 가는 느낌이었다. 무대에 서보긴 했는데, 그 전에는 크루의 멤버로 같이 했지만 내가 주인공인 무대는 처음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무대로 해소되고, 긴장감에 마음이 쫄깃쫄깃해져서 좋았다. 그래서 촬영 중에 피부가 가장 좋았다. (웃음) 나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는 ‘듣보잡 래퍼’였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무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어서 길을 왔다 갔다 했는데, 어느 순간 나를 믿게 됐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촬영을 가면 밥을 줬다. (웃음)

스스로 가사에서 발음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독기’에서 자신의 어두운 시절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걸 꺼리지 않는다.
아이언
: 그냥 나를 도마 위에 올려놨다. 특히 ‘독기’ 때는 “왜 잘되고 있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면서 가사를 수정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근데 이 부분을 들어내면 가사의 의미가 없어져서 그냥 그대로 갔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남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걸 음악을 통해서 깨달았다. 그런데 <쇼 미 더 머니 3>를 하면서 관심을 받다 보니까 내가 괴롭힌 상대 입장에서는 얼마나 짜증이 나겠나. 어떻게 보면 나를 혼내달라, 나는 여러분들이 아는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다, 욕해달라고 쓴 곡이었다. 그런데 그런 글들이 안 올라오니까 난 좀 의아했다. 그리고 나도 발음이 안 좋다는 걸 알고, 실수도 많이 했다. 이빨이 2개 없어서 발음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

결국 그런 태도가 랩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아이언
: 스윙스 형에게 솔직하게 자기 잘못한 거, 못한 거 있으면 다 드러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진정성 있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그리고 이런 태도가 받아들여지는 게 힙합의 가장 멋진 점 같다.


‘독기’에서 그런 태도가 가장 잘 보인 것 같다. 그 전 무대까지는 떨기도 했었는데.
아이언
: 초반에는 목 상태가 너무 안 좋기도 했고, 흥분해서 말아먹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독기’ 때는 차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독기’ 무대는 본인이 직접 구상을 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된 건가.
아이언
: 노래를 생각할 때 매번 무대까지 그려나가는 편이다. 이쪽에서는 뭘 하고, 이때는 조명이 터지고. 지금은 방송 때보다 더 잘 그려진다. 당시에는 하기 전에 생각도 많이 하고 영상들도 많이 찾아봤었다.

본인이 주인공인 무대는 처음이다 보니 더 많이 신경을 썼겠다.
아이언
: 전에도 무대를 서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큰 무대는 처음이었다. 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이하 대남협) 크루와 같이 했을 때는 단체로 하는 곡들이 많았으니까.

대남협에는 어떻게 들어갔나.
아이언
: 아는 분의 소개로 방탄소년단 연습생으로 들어가면서 랩몬스터를 알게 됐다. 나중에 팀 성격이 아이돌로 바뀌면서 나는 나오게 됐다. 랩몬스터가 대남협 원년 멤버였는데, 덕분에 친해져서 대남협에 올해 초 들어갔다. 그 전까지는 계속 혼자 작업했다.

지원을 받다가 혼자 작업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언
: 어릴 때부터 혼자 하다 보니 많이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데 그럴 환경이 아니었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 도와주었다면 지금의 나는 완성이 안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음악 고집이 센 편이기도 하고, 게을러서 아이돌로는 못 있지 않았을까. 가사를 잘 쓰고 싶으면 책을 읽는다거나 그런 직접적인 액션을 취하는 게 아니라 침대에 누워 뒹굴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열심히보다는 잘,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열심히’를 바라지 않나.
아이언
: 그래서 음악을 안 했으면 낙오자가 됐을 거다. 예전에 고3 때였나? 막노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당 7만 5천 원 중 2만 원이 깎였다. (웃음) 그 전에는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에서 우승해 돈을 벌었는데, 그때도 열심히 한 건 아니었다. 돈 떨어지면 광주, 순천 주변으로 대회 나가서 돈 벌고 그랬다. 처음에는 꼴찌였다가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다. 우승 부상으로 뉴질랜드도 다녀왔는데, 학교에서는 학교 빠졌다고 엉덩이를 맞기도 했다. (웃음)

그런 경험이 <쇼 미 더 머니 3>에서 많은 도움이 됐겠다.
아이언
: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관객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그랬다. 근데, 자신감은 무대를 서면서라기보다는 믹스테잎 < IXTAPE >을 내놓으면서 생겼다. 연습생 생활을 하다 나왔고, 혼자만 작업하다가 크루에 들어가게 됐고, 믹스테잎을 발표면서 정체성을 찾았다. 그 전까지는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음악은 계속했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했는데, 앨범 하나를 만들고 나니까 마음이 달라졌다.

작가들이 작품을 완결해야 발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아이언
: 맞다. 딱 그거다. 믹스테잎은 각설이 콘셉트로 만들었는데 (웃음)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는 나 위로 산이 있는 재킷 그림을 만들었다. 그림 그대로 이 믹스테잎은 산으로 간다는 걸 표현했었다. (웃음) 총 제작비는 9천 원이었다. 직접 그림을 그려서 PC방 가서 스캔하고, 검색으로 포토샵을 배워서 만들었다. 이제 와서 보면 믹스테잎도, <쇼 미 더 머니 3>의 무대도 부끄러워서 못 보겠다. 근데, 그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부끄럽다는 건 그만큼 내가 더 발전했다는 신호니까.

그럼 요즘엔 어떤 일을 통해 발전하는 것 같나.
아이언
: 예전에는 혼자 작업하는 게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공연도 하면서, 그 사람들을 대하면서 ‘같이 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다. 그냥 내 삶이 음악이 되는 거니까 뭔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쇼 미 더 머니 3>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게 하고 싶기도 하고. 장르적인 편견도 깨고, 힙합은 이걸 해야 한다는 식의 편견도 깨고 싶다.

정체성을 찾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
아이언
: 사실 이제야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예전에 드렁큰 타이거가 ‘Good Life’로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다. 그게 지금 내 꿈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면, 지금은 DJ 하는 친구랑 같이 살고 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혼자 방 3개짜리 집에서 살고 싶다. 아, 물론 맥도날드가 바로 옆인 곳에 집을 얻을 거다.

글. 이지혜
사진.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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