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는 정말 연약한 정신의 물고기인가

2014.11.17

또 죽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의 개복치는 계속 죽는다. 개복치가 물고기를 먹고 모험을 하면서 포인트로 새로운 먹이를 사고 몸집을 키우는 이 게임은 아주 단순하지만, 죽을 것 같지 않은 이유로 개복치가 끊임없이 죽기 때문에 어렵다. 바다거북이 무서워서 죽고, 핸드폰 배터리가 별로 없어서 화면 밝기를 줄여았더니 눈이 나빠 수족관 벽에 부딪혀 죽었다. 때로는 먹이를 먹으며 “뭔가… 이상해!!!!!!!!!!” 하면서 죽을 것처럼 놀라다가 “…착각했던 것 같다”는 말로 심장을 쫄깃하게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복치의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심지어는 개복치의 죽음을 바라기까지 한다. 이 게임에서 개복치는 죽으면 죽을수록 돌연사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 게임의 목표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개복치가 되는 것인데, 50톤이 넘기도 한다.

단순함과 ‘죽음’에 대한 기발한 육성 방법으로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개복치 무덤이 되었고, 10월 25일에 출시한 이 게임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한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PLAY에서 무료 게임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그리고 게임 속 개복치의 온갖 사망 원인을 담은 글들이 돌아다닌다. 아침햇살이 강렬해서, 공기방울이 눈에 들어가서,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서, 바다거북이 무서워서, 동료가 사망해서, 물 위로 점프를 하다가, 직진만 할 수 있기에 바위에 부딪혀서. 설마 살아 있는 생물이 이렇게 죽을 리가 있나. 이건 게임의 괴상한 설정이겠지. 그래서 개복치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개복치는 복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로, 아가미구멍이 작고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퇴화하고, 배지느러미가 없는 것들이 많다. 바다의 중층에서 헤엄쳐 다니며, 날씨가 좋고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에는 수면 위에서 천천히 헤엄쳐 다니거나 옆으로 누워 떠 있기도 한다. 이처럼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는 것처럼 보여 ‘Sunfish’라 불리고,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Head Fish’라고도 불린다. 학명은 ‘Mola Mola’. 맞다. ‘몰라몰라’다. 해파리, 바다새우, 작은 물기, 동물 플랑크톤 등을 먹이로 하고, 기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초대형 플랑크톤의 한 분류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몰라몰라’라는 이름답게 백과사전에도 개복치의 연약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직업을 살려 직접 취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개복치는 정말 잘 죽나요?”
“살아 있는 생물에 죽는다는 표현은 좀…”
부산 아쿠아리움의 사육전시부 양준호 팀장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다. ‘죽음’이라는 말에 조금 예민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의문은 이내 풀렸다.

“게임처럼 정말 예민한가요?”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다른 어종에 비해서 몇십 배는 기르기 어렵습니다. 먹이 반응이 좋지만 조그마한 상처에도 민감하고, 수질에도 빛에도 민감합니다. 심지어 관람객들이 핸드폰이나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도 먹이 반응이 없어 약해져서 죽기도 합니다.”
“피부가 굉장히 두꺼운 걸로 아는데 그렇게 예민한 생물이라는 건가요?”
“두께 자체는 두껍지만 피부도 예민합니다. 피부가 사포처럼 거칠거칠해서 다른 물고기들이 기생충을 떼어내려고 문지르기도 하는데, 사람이 만지면 피부가 화상 입은 것처럼 자국이 남습니다. 그래서 만질 때는 글러브를 끼고 만져야 합니다.”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겠네요.”
“일단 사람을 따르거나 하지 않습니다. 개복치가 눈이 크고 좋은 편인데, 눈이 큰 생물들이 원래 겁이 많거든요. 관람객들이 쳐다보면 숨기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 겁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진만 하기 때문에 부딪혀서 죽기도 합니다.”

게임은 설정이 아니었다. 개복치는 정말로 예민하고, 예민해서 쉽게 죽는 생명체였다. 이런 약한 생명체라면 행동이라도 빨라야 할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추진력을 위한 꼬리지느러미가 있지만 머리가 크고 몸통이 잘린 모양이라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너무 둔해서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천천히 유영을 하는 것에 가까울 정도다. 다행히 이렇게 느려도 몸통이 매우 커서 상어 급의 물고기가 아니면 잘 덤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게임의 미션이었던 개복치 몸집 키우기는 정말 개치의 생존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또한 개복치는 3억 개의 알을 낳는다. 개복치는 새끼 때 너무 느리고 돌봐주는 부모가 없어 많이 잡아먹히기 때문에, 알을 최대한 많이 낳는 것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복치가 죽고 대가 이어질수록 강해지는 것은 이런 사실 때문 아니었을까. 믿을 수 없이 개복치가 잘 죽는 이 게임은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개복치의 상태를 파악해서 만든 게임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다 큰 개복치는 게임처럼 어이없이 죽지는 않는다. 큰 몸집 덕에 그물에 걸려 사람에게 죽지 않는 이상 천적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만 받지 않는다면, 개복치는 천수를 누릴 수 있다. 천적은 없고, 3억 개의 정자 중 1~2개만이 살아남아 잉태를 하고,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스트레스 때문에 위염이 많은 생물. 음, 잠깐. 왜 사람들이 <살아남아라! 개복치>를 하는지 갑자기 알게 된 거 같다. 개복치의 삶은 묘하게도 인간과 비슷했던 것이다. 게임에서 개복치를 키우던 사람들은 종종 SNS에 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12년 동안 키운 박사가 비정규직!”, “힘들여 찍은 책이 반품사!”, “힘들여 개발한 프로젝트가 돌연사! 사유: 사장님의 변심” 등의 패러디를 만들기도 했다. 흐느적거리며 하는 일이라고는 먹이만 먹는 개복치는 천수를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그를 위험하만든다. 우리도 게임 속 개복치를 키우며 천수를 누리는 개복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

글. 이지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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