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 DISS YOU?

2014.11.12

MC몽은 마치 싸움이라도 할 것처럼 돌아왔다. 새 앨범 타이틀은 < MISS ME OR DISS ME >였고, 재킷 이미지는 자신을 상징하는 원숭이 캐릭터가 눈과 입을 막은 것이었다. 걸스데이의 민아가 피처링한 수록곡 ‘Whatever’의 첫 소절은 “Rumor 퍼트린 놈들아 숨어 (중략) loser들의 타고난 특기 직업 정신으로 물어뜯기”고, 내레이션에 참여한 하하는 연애담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던 민아에게 노래 속 남자친구에 대한 험담을 한다. 그러나, 막상 공이 울리자 그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며 링에서 내려간다. 타이틀곡 ‘내가 그리웠니’는 < MISS ME OR DISS ME >가 ‘그리워하거나 디스하거나’가 아니라 ‘내가 그리웠니 나를 디스했니’라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Whatever’의 가사는 노래 속 여자의 남자친구를 헐뜯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고, 노래 속 하하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남자다.

“같은 남자로서 참 우스워.” ‘Whatever’에서 MC몽이 하는 랩은, 그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병역 기피 논란 때문은 아니다. 그가 병역 면제 기준을 받는 근거가 된 발치된 치아들은 대부분 수사를 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마지막 치아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 MISS ME OR DISS ME > 내내 어떤 입장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들과 같이 숨어버린 엄마 / 그분에겐 간절한 기도만이 평화 / 몰래 듣지 말아요 내 노래”(‘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 “애써 돌아가는 너의 집 앞 골목 / 사람을 피해 숨은 지하 구멍”(‘내가 그리웠니’) 같은 신세한탄만 있다. “Rumor 퍼트린 놈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실제 사생활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후배의 노래 속에서 괜한 역정을 낼 뿐이다. MC몽은 누구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뉘앙스만 던질 뿐, 사람들이 반응하는 순간 오해라며 물러선다. 그리고, 하소연한다. 나는 불쌍하다고. 왜 그런지 말하지는 않겠지만. 

억울하다면 랩으로 맞받아칠 수 있었다. 잘못했다면 사과하면 된다. 하지만 MC몽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0904’ 단 한 곡을 빼고 모든 곡에 허각, 백지영, 에일리, 효린, 범키 같은 보컬리스트들을 배치한다. 랩으로는 자신의 논란에 대한 입장 대신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과 ‘내가 그리웠니’에서 자기 연민을 보여주고, ‘마음 단단히 먹어’부터는 일반적인 사랑 노래를 들려준다. ‘New York’을 기점으로 경쾌한 분위기도 소화하기 시작하고, 범키가 참여한 ‘What could I do’는 보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함께 ‘썸’과 ‘SNS’ 등의 단어까지 쓰며 요즘 유행도 반영한다. 그만큼 그는 대중의 취향을 맞추는 데 노력한다.


대중적이기 때문에 인상적인 순간도 존재한다. MC몽은 랩을 하지만, < MISS ME OR DISS ME >의 곡들은 사실상 발라드처럼 뚜렷한 기승전결을 가진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MC몽은 가수가 멜로디를꾸듯 플로우를 바꾸면서 곡의 흐름을 바꾸고, 피처링 보컬리스트의 멜로디는 이 흐름 속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그만큼 어느 부분이든 지루하지 않고, 앨범 전체의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는 대부분의 곡 후반부에서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새로울 것은 없는 형식이지만, MC몽은 모든 곡에서 지루해질 틈 없이 집요하게 구성에 변화를 주며 흡인력을 높인다. 역설적으로,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린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의 성과는 음악적으로 위대하지는 않지만, 일주일 이상 차트를 ‘올킬’하는 성적과 함께 지금 가장 범대중적인 음악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샘플로는 남을 것이다.

그는 논란을 아웃복싱하듯 툭툭 건드리다 오해라며 빠져나갔다. 앨범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대신 대중의 취향부터 고려했다. 그의 랩은 이런 방향이 낳은 극단적인 결과물이다. ‘죽을 만큼 아파서 Part.2’의 1절에서 “어제의 내 마지막 기억은 너와”의 플로우는 단조롭게 반복된다. 랩이 일반적인 가요에서 멜로디처럼 반복되는 역할을 한 결과다. ‘내가 그리웠니’의 “엎지른 물은 또 깨질 그릇 / 세살 버릇 다 끝났거든”처럼 라임 하나를 맞추는 데 급급한 가사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플로우에 억지로 라임을 끼워 맞춘다. ‘고장난 선풍기’에서 MC몽의 랩과 개리의 랩을 비교해보라. 경력 10년이 넘은 래퍼가 수준 이하의 랩을 했다. 대신 랩을 하나의 도구로만 사용해 대중성이 높은 곡을 만들었다.

그래서 MC몽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랩을 망쳐도, 랩으로 자신이 불쌍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억울한 게 있다면 제대로 맞부딪치지 않아도, 남자 답지 않다며 타인을 공격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해도, 그래도 음원차트 1위면 된 것일까. 그렇다면, 현명한 선택이다. 위험 부담은 최소로 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으니. 다만 그가 “같은 남자로서 참 우스워”라고 했던 대목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은 할 것 같다. 그건 그냥 하지 말지. 손흥민 선수하고 싸울 것도 아니면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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