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잔혹사│③ 롯데가 갖지 못한 여덟 가지

2014.11.11

“9구단, 10구단은 시기상조다. 결국 부실 구단이 생겨날 것이다.” 프로야구 9구단 창단을 강경하게 반대했던 롯데의 주장은 적중했다. 그 구단이 NC 다이노스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겠지만 말이다. 응원하는 팀에 대한 불만을 항상 쏟아내던 다른 구단의 팬들도, 요즘의 롯데 팬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다른 구단이 내세울 게 이것‘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롯데에게는 그것‘마저도’ 없다. 그만큼 지금 롯데의 상황은 현저하게 암담하다. 나머지 구단에는 있지만 롯데에는 없는 여덟 가지를 통해, 현재 롯데의 상태를 진단해보았다.


한화 이글스: 회장님의 의리

김승연 회장이 직접 채택한 한화 그룹의 정신은 신용, 그리고 ‘의리’다, 7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3년 연속 꼴찌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는 팬들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년에는 정근우와 이용규를 각각 70억, 67억에 영입했고, 올해는 20억을 주고 김성근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비록 이용규가 부상으로 고전하고 김성근 감독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 역시 내년 성적이 나온 이후에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한화의 프런트는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시기 롯데는 선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필성 코치를 감독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선수 및 코치들의 갈등이 폭발했고, 프런트가 CCTV로 몰래 선수단을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수단과 팬들에 대한 의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파렴치한은 되지 말았어야 했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의 선수 운영

올해 코리안 시리즈까지 올라간 넥센 히어로즈(이하 넥센)가 최근 2년간 보여준 놀라운 성장에는 이장석 대표의 트레이드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다. 이장석 대표는 상대 팀에서 아직 빛을 보지 못했던 박병호 같은 선수를 트레이드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팀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가진 채 그에 어울리는 선수를 뽑은 것은 넥센의 중요한 성공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롯데는 영입한 용병 히메네스가 태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빚었고, 36억에 4년 계약을 맺었던 정대현은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일말의 양심

2009년 우승팀이 한순간에 몰락했다. 오랜 암흑기, 그리고 납득이 되지 않는 구단의 행보에 화병이 나기는 KIA 타이거즈(이하 KIA)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직에 있는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던 선동열 감독의 재임 소식에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한 지역신문의 폭로였다. 감독실에서 “안치홍이 군입대를 고집하면 임의탈퇴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고, 결국 선동열은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마지막 순간에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던 것은 KIA가 보여준 일말의 양심이었고, 레전드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 롯데는 선수단이 성명서를 통해 이문한 부장의 문제들에 대해 폭로했을 때, 그는 “내 명예와 가족이 받은 상처에 대해 법적으로 호소할 것”이라 말했다. 

NC 다이노스: 공룡 굿즈

NC 다이노스(이하 NC)는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타 팀 팬도 사고 싶게 만드는 굿즈를 내놓는다. 무릎 담요를 겸할 수 있는 공룡 망토부터 패셔너블한 스냅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5월 FA를 통해 입단한 뽀로로 친구 크롱 관련 상품들은 지난달부터 다이노스 샵에서 만날 수 있다. 사실 NC의 아기자기한 굿즈들은 NC 프런트가 얼마나 팬심을 잘 읽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NC는 팬들을 위해 스프링캠프 훈련 현장에서 ‘잘 자요’ 인사 영상을 찍어서 공개하고, 구단에 관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롯데 홍보팀에게 이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굿즈라도 근사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건만 자이언츠 로고가 박힌 썬캡을 쓰고 휴양지를 활보해야 한다면… 아찔하다.

LG 트윈스: 희망

유광점퍼는 LG 트윈스(이하 LG)가 가을-겨울용으로 입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유니폼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상징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다른 의미를 준다. LG 팬들은 2년 연속 유광점퍼를 입었다.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3위로 마무리했던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는 9위에서 4위까지 올라오는 기적을 보여줬다. 롯데 팬들에게 LG의 드라마가 주는 의미는 포스트시즌 진출 그 자체는 아니다. 가을 야구라면 최근의 롯데가 더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시즌 초반에 감독이 도망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LG는 결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를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결국 팬들에게 희망을 증명해냈다. 올해 롯데는 LG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한때 월 승률 1위까지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프런트로 인해 촉발된 갈등이 선수단을 흔들면서 7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두산 베어스: 신속한 인사 결정

송일수 감독의 계약 기간은 3년이었지만, 두산 베어스(이하 두산)는 그를 1년 만에 경질시켰다. 송일수 감독은 시즌 내내 납득할 수 없는 선수 기용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물론 성적까지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두산 야구에 대한 우려도 커졌지만, 구단 경영진은 빠른 결단으로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감독의 계약기간을 깨고 1년만에 경질 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송일수 감독은 프런트가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김진욱 감독을 경질시키면서 “성적이 안나오면 책임지겠다”며 임명한 인물이다. 적어도 두산 프런트는 감독 교체로 발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진 것이다. 반면 롯데 프런트는 선수들의 CCTV 사찰 문제가 국회에서까지 논란이 돼서야 사장과 단장이 물러났다. 그리고, 그 전에 코칭 스태프로는 프로야구 경험이 1년 밖에 안 된 이종운 감독을 선임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SK 와이번스: 추억할 수 있는 전성기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실패하며 최근 몇 년간 삐걱거리고 있는 SK 와이번스(이하 SK)이지만, 팬들에게는 추억할 수 있는 전성기가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는 3회 우승, 3회 준우승을 기록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김용희 신임 감독의 SK가 2015년 재도약에 성공한다면 지난 2년의 침체는 잠시 헤맸던 시기로 기억될 수 있다. 반면 롯데는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그땐 좋았지” 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롯데의 우승은 이미 22년 전 일이다. 

삼성 라이온즈: 재활 시스템

3년 연속 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에게 부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이겠느냐만, 그중에서도 야구팬들이 가장 선망하는 것은 800억 원의 건설비가 투입된 삼성 트레이닝 센터(STC)가 아닐까. 이곳의 재활 프로그램을 거친 선수들은 뛰어난 회복력을 보여주고, 팀의 전력을 단단하게 보강한다. 때문에 선수들이 부상을 입으면 기약 없이 복귀를 기다려야만 하는 타 구단 팬들에게 STC는 거의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처럼 인식된다. 또 삼성에게는 웬만한 1군 구장보다 뛰어난 시설을 자랑하는 2군 구장인 경산 볼파크가 있고,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사실 삼성은 1번에서 7번까지 언급했던 내용들 중 대부분을 갖고 있다. 새삼스럽게 롯데에게는 없고 삼성에 있는 것을 따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롯데 팬은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롯데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기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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