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TV 밖 연예인의 탄생

2014.11.06

얼마 전 아프리카 TV의 BJ(‘Broadcasting Jockey’의 줄임말) 유소희는 별풍선 35만 개를 선물로 받았다. 별풍선은 하나당 11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시청자가 BJ에게 선물할 수 있고, 일정량이 모이면 아프리카 TV가 정한 별풍선 하나당 수익 분배 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인터넷 방송으로 한 번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방송을 한다는 것만으로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프리카 TV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BJ는 하나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전 중이다. 분야도 라디오 DJ처럼 음악을 틀어주는 것부터 ‘먹방’, 특정 분야에 관한 인터넷 강의까지 가능하다.

유소희가 원래 연예인이었고, 또 다른 인기 BJ 최군이 MBC 16기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BJ로 전업했다는 사실은 아프리카 TV BJ의 인기를 설명하는 단서다. 이들에게 아프리카 TV는 TV 바깥의 또 다른 활동 무대고, 그들에게 별풍선을 주는 이들은 그들의 팬이다. 그들의 방송에 방송사처럼 많은 제작비를 들이거나, 제대로 된 연출이 있기는 어렵다. 대신 그들의 방송은 문자 그대로 ‘라이브’이자 ‘리얼’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BJ 러너교와 꽃빈의 결혼 소식은 아프리카 TV를 통해 공개됐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 방송을 시청했다. 일부 애청자들은 축의금으로 별풍선을 쏘기도 했고, BJ 꽃빈과 친분이 있는 BJ 윰댕이 합류해 예비부부에게 별풍선을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교제 사실을 밝힌 BJ 대도서관과 윰댕 커플은 아프리카 TV에서 합동 방송을 시도했고, 볼에 뽀뽀를 하며 화제를 모았다. BJ들이 문자 그대로 리얼리티 쇼를 보여준 것이다.

BJ 대도서관이 자신의 방송을 ‘퍼스널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는 것은 BJ들의 방송을 명확하게 정의한다. 아프리카 TV에서는 공부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이것만으로 무슨 재미가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방송이 나가는 와중에 부모님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흥미로운 사건이 될 수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의 방송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기 BJ들은 여기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어필한다. BJ 대도서관은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재치 있는 애드리브나 상황극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소재와 형식이 무엇이든 명확한 캐릭터가 있고, 실시간으로 계속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시청자들은 별풍선을 쏜다. TV에서 ‘관찰 예능’으로 불리는 리얼리티 쇼가 보여주는 것들을 아프리카 TV에서도 보여준다. TV만큼 화려할 수는 없지만, 대신 BJ들은 실시간으로, 편집 없이,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끊임없이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게임 대신 해주는 BJ 대도서관의 방송 중 일부.

어린아이가 Mnet <슈퍼스타 K>를 보고 자라 최근의 <슈퍼스타 K>에 출연하는 세상이다. 그만큼 요즘 10~20대는 리얼리티 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SNS를 통해 자신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하지만 TV 출연 기회는 한정돼 있고, 상당수는 아프리카 TV 같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을 어필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 숙지해야 하는 내용을 빠르게 습득한 그들은 그것을 자신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며 BJ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타를 꿈꾸지만 아직 스타가 되지 못한 이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이나 종편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나 형식을 방송하려는 이들이 아프리카 TV 같은 곳에 모여 그들만의 매체를 만들고, 어느덧 시장이 생겼다. 지금 아프리카 TV는 리얼리티 쇼와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가 모인 또 다른 세대다. 미국에서도 VINE(6초짜리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유명해진 소년들이 아이돌 그룹처럼 ‘Magcon’이라는 조직을 만든 후 전국 투어를 돌고,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스스로 스타가 되는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바로 몇 분 뒤의 상황도 예측할 수 없는 BJ의 방송들은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TV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플랫폼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고, 어떤 아이들은 불과 3~4세부터 그 플랫폼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스타가 되고, 새로운 직업을 갖는 이들이 생긴다. 몇 시간에 걸쳐 밥을 먹는 것으로도 ‘방송’을 하고, 스타가 된다. 어디서나 스타가 될 수 있고, TV를 통해 스타가 되는 법에 대해 학습한 세대. 리얼리티 쇼와 스마트폰 시대의 풍경은 그렇게 바뀌고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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