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③ <미생>에서 배우는 신입사원 서바이벌 가이드

2014.11.04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걸 합하면 삶이 되는 거예요.” tvN <미생>에서 한석율(변요환)은 인생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말을 직장생활로 조금 바꾼다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직장에서의 생활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상식 과장(이성민)이 장그래(임시완)에게 “직장생활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직장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과 겪는 상황에서 하는 선택에 따라 직장생활의 방향도 결정된다. 그래서 지금 직장에서 장그래처럼 한창 적응 중일 신입사원들을 위해 <미생>을 통해 본 직장인 서바이벌 가이드를 준비했다. 실제 신입사원들로부터 들은 요즘의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약간의 팁도 준비했다. 물론, 직장생활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겠지만.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에서 연락을 받고 그다음 날부터 출근한다. 급하게 취업을 하게 된 터라 아버지 양복 중 가장 좋은 양복을 입고 가는데, 치수가 안 맞아서 헐렁하긴 했지만 첫 출근으로 정장을 입은 것은 옳은 선택이다. 설령 캐주얼한 복장을 착용하는 회사라도 첫날은 정장이다. 모 IT 기업 마케팅팀 과장은 “한 일주일 정도는 정장을 입는 게 신입사원 같고 보기 좋더라”라고 말했는데, 그만큼 첫날 받는 인상으로 신입사원에 대해 평가하는 일이 많다. 특히 첫 출근 시 가방 속에라도 직장의 경쟁사 제품이 있는지 꼭 확인할 것.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다닌 A는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면서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했는데, 지나가는 여성의 시선에서 뭔가 찌릿한 기운을 느꼈다. 알고 보니 회사 이사님이었다고.


호칭
장그래는 영업 3팀에 들어온 후 옥상에서 김동식(김대명)과 인사한다. 김동식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대리”라는 직함을 강조하는데, 직장 상사가 자신의 호칭을 강조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다. 모 대기업 자회사를 다닌 B는 출근한 지 얼마 안 돼 부장에게 과장님이라 불렀는데,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야~ 내가 과장에서 부장 자리 올라가는 데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 과장이라고 하지 마~”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직장에서는 이름보다 직급이 더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설사 이름은 까먹더라도 성+직위는 반드시 알아놔야 한다. 직급의 순서는 보통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순이다.


특기
장백기(강하늘)는 재학 시절 ‘PT 마스터’라고 불렸고, 이를 안 직장 상사가 전무(이경영)에게 보고할 때 쓸 아프리카 자원 개발 아이디어 PT를 맡는다. PT는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가 잘돼 있었고 PPT 파일과의 호환성까지 생각해 PPTX, PDF 파일로도 제작했다. 이렇듯 업무에 좋은 한 가지 특기를 가진 것은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단, 이때는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C는 잘 보이기 위해서 컴퓨터가 고장 난 선배를 도와주었다가 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20통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에게 “PT를 잘 만듭니다”라고 하면 PT 기계가, “포토샵을 잘합니다”라고 하면 포토샵 기계가 될지 모를 일이다. 가능하면 업무에 꼭 필요한 특기만 부각시키자.


옷 입는 법
일을 하다가 찜질방에서 밤을 새운 장그래는 깜빡하고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한다. 이를 본 안영이(강소라)는 “인턴은 복장 규제가 꽤 철저해요”라며 넥타이 매는 것을 도와준다. 그만큼 신입사원의 복장에 대해 철저한 회사가 많다. 영업사원 D는 출근 시 양말 색을 양복과 신발의 중간색으로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다. 그만큼 규정이 철저할 뿐만 아니라 회사마다 달라 신입사원들이 애먹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한 직장에서는 여자 직원들이 입는 카디건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단체로 검은 카디건을 맞추게 한 일도 있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감이 안 잡히겠지만, 일단 유행하는 아이템은 피하고 샌들도 피하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출근하자 “패션쇼 하냐”며 핀잔을 주는 직장상사를 보면 속은 답답하겠지만, 신입사원에게 무슨 힘이 있겠나. 회사에 적응할 때까지 가장 보수적으로 입는 게 안전하다.


전화 받기
첫 출근을 한 장그래는 팀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걸려오는 전화에 당황한다.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실제 신입사원들에게도 자주 일어나는데, 업무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상대에게 되물을 때 “에? 에?” 하는 식으로 답을 하는 등 회사의 규칙에 어긋나게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장그래처럼 상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모 기업의 마케팅 팀에 근무했던 E는 ‘두성종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것을 ‘두성종’이라는 사람으로 착각했다. 그러니 전화를 받으면 회사 이름과 부서, 받는 사람의 신분을 밝히고, 메모를 남길 때는 상대의 이름, 연락처, 용건을 확실히 확인하자. 상사에게 전화를 건네줄 때도 이름과 용건 정도는 물어보고 건네주어야 한다. 또한 통화 중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자. 한 신입사원은 상사에게 파트너 회사의 연락처를 받아 무난하게 통화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사장에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통화한 사람이 사장의 여자친구이기도 했다고. 한마디로 ‘갑’질 당한 것. 이런 경우는 상대방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질문
장그래는 오상식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오 과장이 “질문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신입사원에게 질문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신입사원 기간이 지나면 상사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업무 지시를 하기 때문이다. 그때 모르면 “넌 왜 아직도 그런 걸 몰라?”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 게다가 오 과장이 “우린 일당백이 필요해”라고 말했던 것처럼 요즘에는 준비된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가 많고, 부서 배치를 받은 날부터 담당자가 된다. 신입사원으로 불리는 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모르면 무조건 물어봐서 익혀야 한다. 귀찮게 군다는 핀잔을 듣는 게 훗날 몰라서 능력 없다는 소리 듣는 것보다 낫다.


업무 지원
첫 출근 날, 장그래는 전화 받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다른 팀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는다. 괜히 다른 팀의 전화를 받아서 내 일이 늘어날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과 잘못을 따지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생>에서 오 과장이 다른 팀에 지원 요청을 하자 인턴들이 오징어 젓갈에 꼴뚜기 젓갈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러 간 것은 말 그대로 육체노동만 하면 되는 일로, 딱히 책임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무 지원에는 부서 및 상사 간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으니 섣불리 하는 것은 회사 정치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이때야말로 무조건 상사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자.


사내 왕따
장그래는 낙하산에 고졸이라는 이유로 인턴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 사실 왕따는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슬프게도 직장에서는 왕따가 종종 일어난다. 심지어 “땀 냄새가 많이 나서” 혹은 “너무 말라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왕따의 이유는 결국 다수가 자신과 다른 소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기는데, 제약회사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F는 어느 날 카카오톡으로 “000 선배와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라”는 상사들의 지시를 받았다. 000 선배는 영업부서에서 매출 1위인 사람이었는데, 혼자 매출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였다. 출판사에 다녔던 G 역시 6개월 만에 주임으로 승진하자 다른 신입사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도 했었다. F와 같은 회사를 다닌 H는 매출 2위임에도 “난 그래서 회사에 들어가면 어리바리한 척해, 그리고 내 매출 다른 사람 앞으로 넣어주기도 하고”라고 말했다고. 어이없지만, 직장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다. 그저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지내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그런데 왕따를 주도하는 사람과 친해진다는 것도 힘든 일이니, 이러나저러나 고역이다.


업무 실수
장그래는 보안을 철저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 보고서를 흘려 상사가 전무에게 혼나는 빌미를 준다. 장그래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있는데,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런 표정이라도 짓는 것은 중요하다. 콘텐츠 관련 업체에서 일했던 L은 4,000원이었던 영화를 실수로 2,000원에 과금을 매겼고, 영화가 2,000원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된 것을 안 라이선스 업체에서 강력한 항의를 해왔다. 그만큼 큰일이었지만, L이 “차라리 누군가 자신을 혼냈으면 좋겠다”라며 식사도 제대로 못 하자 상사였던 대리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갔다. 변명보다는 잘못을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해명은 “왜 그랬냐?”고 물어볼 때 하자. 단, 상사가 엄청나게 화가 나 있으면 뭘 하든 안 먹힐 때도 있다.


회식
회식 자리에서 오 과장은 장그래에게 “아니야. 좀 그래. 그래. 속상해 그래. 그래 안 그래 장그래?”라는 농담을 했고, 이에 김 대리는 “아~ 재밌다” 하면서 장그래에게 “야, 웃어”라고 말한다.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이지만, 현실의 회식에서 이 정도 농담은 꽤나 괜찮은 편이다. 현실에서는 했던 말 또 했던 상사, 술 먹으면 기절하는 사람에게 술 먹이려는 상사,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술 먹이고 정시에 출근하라는 상사 등 상상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는 수많은 상사들이 있다. 이런 상사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술도 마셔야 하는 것이 대다수 직장의 회식 자리다. 해결 방법? 없다. 알아서 살아남는 수밖에. 모든 것에 답이 있어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참고 도서
<신입사원 상식사전> 우용표 (길벗)
<신입사원 기본에 충실하라> 나카이 도시미 (이팝나무)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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