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지금의 행복을 즐기고 싶다”

2014.11.03
에픽하이의 새 앨범 <신발장>은 전 곡이 ‘차트 줄 세우기’를 했고, 타블로는 KBS <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net <쇼 미 더 머니 3>에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그들은 앞으로 음악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했다. 골방에서 데뷔 앨범을 만든 지 10년이 넘었고,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힙합이 됐으며, 그사이 멤버 중 두 명은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됐다. 그래도 계속 힙합을 하고 에픽하이의 음악을 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앨범을 낸 뒤 오는 14~16일, 삼일동안 진행하는 첫 콘서트를 앞둔 타블로, 미쓰라 진(이하 미쓰라), 투컷 세 사람에게 함께 음악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타블로, 투컷, 미쓰라 컬러수트와 셔츠 모두 마뉴엘리츠. 타블로 슈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투컷 슈즈 Saint Laurent, 미쓰라 슈즈 나이키.

앨범 전 곡이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헤픈엔딩’하고 ‘BORN HATER’는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고.
타블로
: 정말 다행이다. (강)혜정이가 작년쯤 내가 너무 힘들게 작업하는 걸 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싱글로 내라고 했다. ‘헤픈엔딩’은 조원선 씨가 올해 초에 녹음을 했었으니까. 혜정이도 앨범을 좋아하지만 이러다 안 나올까 봐 걱정이 됐나 보더라. 계약도 얼마 안 남았는데. (웃음) 그때마다 이건 앨범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전 곡이 차트에 오르니까 할 말이 생겼다. 이래서 앨범 만드는 거라고. (웃음)
투컷: 나도 그 할 말을 했다. (웃음) 계속 집 바깥에서 작업했는데 뭔가 결과물은 없었으니까.
타블로: 앞으로 앨범 작업할 때 감성 충전해야 하니까 우리 셋이 갑자기 뉴욕에 간다고 해도 이해해달라고. (웃음)
미쓰라: 너무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관심과 사랑이다.

선공개 곡 ‘BORN HATER’가 1위를 해서 집에 더 할 말이 생겼겠다. (웃음) 19금 힙합곡인데 1위를 했다. 올해 힙합신에서 제일 인상적인 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투컷
: 그러게. 난 <쇼 미 더 머니>를 능가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웃음)
타블로: 난 거기 있었어. 그 태풍의 눈에 내가 있었다고. (웃음)
투컷: 에픽하이에서 여러 명이 하는 단체 곡은 내 전문이다. 섭외부터 녹음 끝날 때까지 내가 다 하는데, 원래 이런 곡은 대중보다는 힙합 마니아들을 위한 곡이다. 그분들을 위해서 제대로 해야겠다 했는데 대중까지 받아들이고 심지어 좋아해주니까 시대가 바뀌었나, 운이 좋았나 싶다.

이젠 피처링한 래퍼들이 누군지 다 아는 시대니까. ‘BORN HATER’의 빈지노, 버벌진트, 바비, B.I, 송민호는 모두 대중에게도 유명하다.
타블로
: 단체 곡들이 좋은 건 베테랑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다. 베테랑과 신인이 붙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게다가 이 곡은 주제가 ‘BORN HATER’니까 피처링진이 공개되면 노래가 나오기 전에도 엄청난 이야기가 돌 거다, 심지어 듣지도 않고 안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생각이 달라진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곡이었다.

뮤직비디오를 휴대폰 비율에 맞게 세로로 찍었다.
타블로
: 사실 나도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 MAMA >에서 베스트 세로 뮤직비디오는 주셔야 하지 않나? (웃음) 사실 잡지 화보를 생각했다. 움직이는 사진처럼 나오면 좋겠다는 느낌이었다.

뮤직비디오를 디지페디와 작업했는데, 원래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작업하던 팀은 아니다.
타블로
: 디지페디를 섭외했을 때 회사 내부에서 누구냐고도 했다. 예전부터 같이 작업하고 싶었고, ‘BORN HATER’는 들을 때부터 그들을 염두에 뒀다. 그렇게 감독이나 콘티까지 다 우리끼리 정했는데, 그래도 그 세 명이 나오니까 YG 때깔이 느껴지더라. YG 느낌이라는 게,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웃음)

그 때깔 나는 (웃음) 바비와 B.I가 ‘BORN HATER’ 녹음한 뒤 안 돌아가고 작업실에서 치킨 먹고 게임 했다면서. 앨범에 있는 코멘터리 CD에서 들었다.
타블로
: 걔들 숙소가 나하고 같은 아파트에 있어서 많이 보기도 했고, <쇼 미 더 머니 3> 하면서 거의 매일 함께했다. 작업도 하고 그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도 듣고. 가끔씩 회사 몰래 데리고 나가서 야식 먹으면서 혜정이도 와서 이야기하고 이러니까 그 세 명은 친동생들 같다. 회사에서 준비하는 연습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예전에 나에 대해 좋아했던, 현재에 내가 그리워하는 모습들도 있고. 겁 없는 열정이나, 뭐든지 다 해보고 싶은 헝그리한 모습들이 보이니까 굉장히 그 친구들에게 끌린다.
투컷: 나이 차이가 나지만 그냥 학교 선후배 사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이 대선배라고 깍듯이 대하는데, 내가 불편하다. 야, 무슨 90도 인사야, 안녕하세요 하고 지나가. (웃음)

자켓 munsoo kwon, 셔츠 johnny hates jazz,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글라스 surface to air.

그 열정을 끌어내는 게 이번 앨범의 숙제 아니었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세 사람이 가정도 생기면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게 기억난다.
타블로
: 멤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오랜만에 날 리더로 생각하고 하라는 대로 따라와 달라고 했다. 명령하지는 않는다.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라. 멤버들이 거기에 따르겠다고 했고 1집이나 2집 만들었을 때처럼, 한 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나.
타블로
: 사실 에픽하이가 무너졌을 때는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멀어졌을 때도 아니다. 오히려 ‘Fly’가 나오고 과분한 박수를 받으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 때였다. 3집이나 4집 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했고, 각자 서로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보였다. 팀으로 움직이려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계속 안 됐고, 이미 힙합신은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정확히 뭘 해야 할지 헷갈리니까 더 따로 놀게 됐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왜 좋았는지 생각해보자고 계속 말했다.
투컷: 우리는 시작부터 그런 구도로 왔던 팀인데, 오래 함께하면서 나사가 풀렸다. 각자의 고집도 생겼고.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여야 한다. 그게 아니면 팀이 아니라 크루고, 팀에는 끌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미쓰라: 나는 슬럼프가 있었는데, 그때 나를 위해 멤버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멤버들이 도와줘서 앨범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게 한 팀의 앨범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어떻게 도와줬나.
타블로
: 가둬놓기도 했다. (웃음) 여기에서 나가는 순간 에픽하이를 나가는 거라고도 얘기했다.
투컷: 묵묵히 기다리다가는 끝장을 볼 것 같았으니까.
타블로: 묵묵히 8개월을 기다렸다. (웃음) 그러다 에픽하이 10주년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나하고 투컷은 가장이라, 매일 작업하는데 아무 결과물이 없으면 부끄러운 일이 된다. 그게 2년이 되면 기다기 힘들다. 그래서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해 다시 팀으로 돌아오게 했다.

자켓과 셔츠, 타이는 munsoo kwon,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자 NONA9ON.

‘BORN HATER’에서 미쓰라의 가사가 자학적인 부분이 많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미쓰라
: 자학할 시기였다. 그런데 내가 나를 너무 싫어하면 날 버릴 거 같아서 마지막에 난 난놈이고, 끝난 게 아니라는 여지를 주고 끝냈다.
투컷: 그 점에서 얘가 가장 솔직하다. (웃음) 사실 ‘BORN HATER’ 녹음할 때 “솔직한 건 알겠지만 너 이래도 되겠니?”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미쓰라의 랩 자체는 앨범 전반적으로 상당히 세다. 마음하고 달리 그런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미쓰라
: 나라는 사람을 내가 잘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던 시기라서 아예 날 컨트롤하는 걸 멤버들에게 많이 맡겼다. 나를 프로듀싱하는 사람들이 더 잘 쓸 수 있는 소스라고 생각하고 맡겼다.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미쓰라가 ‘막을 올리며’에서 “f*** you”를 외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미쓰라가 돌아왔다는 느낌이었다.
타블로
: ‘갑툭퍽’이었지. (웃음) 그게 1년 반 전쯤이었는데, 그때 미쓰라가 그 랩을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미쓰라는 아예 음악 자체를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2년 전 1월에 앉혀놓고 그런 대화를 했었다. 음악을 하고 싶은 거면 하고 아니면 관두자고.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풀어졌던 나사를 한꺼번에 조이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화도 났는데 생각해보니 그래서 팀이더라. 더 중요한 건 그래서 친구들이라는 거고. 가끔은 한 친구가 너무 지쳐서 자기가 들어야 할 짐을 들기 싫어하면 같이 들어줘야 한다. 이 좋은 반응이 나왔을 때 다 같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미쓰라도 자기 큰일 날 뻔했다고, 우리도 너 없었으면 이렇게 기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앨범의 일관성은 그런 데서 나온 걸까. 세 사람이 한 팀으로서 일관된 방향을 유지한 것 같다. 특히 전과 다르게 여러 장르를 섞기보다 힙합 사운드에 집중했다.
타블로
: 2년 전쯤, 지난 앨범이 나오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는 이미 스케치해둔 게 있었고. 그래서 투컷하고 음악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듣고 싶은 게 뭘까 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들, 살면서 만들고 싶은 음악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전부 힙합 곡이더라. (웃음) 한 시대의 느낌도 있고. 그래, 그러면 일렉트로니카적인 건 다 쓰지 말자고 했다. 대중성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미친 듯이 하자고 했다.
투컷: 곡을 절반 이상 만든 게 100곡쯤 되고, 스케치만 한 것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다. 마우스 클릭을 최소 10만 번 이상 했을 거다. (웃음) 실제로 작업하면서 마우스 클릭한 횟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노트북에서만 3만 번은 되더라.
타블로: 나도 그 정도였다. (웃음) 처음부터 대중성 필요 없고 곡이 나와서 대중적인 게 있으면 그걸 타이틀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자고 하니까 재미가 붙었던 거 같다. 우울해도 상관없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일관적인 느낌이 났다.

‘막을 올리며’는 그런 선언처럼 들렸다. 전통적인 힙합 방식으로 LP에서 샘플링을 했다. 코멘터리 CD에서 말한 것처럼 그 LP 구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투컷
: 자존심이 있었지. LP로 반드시 해야지! 이랬다. 웃기긴 한데 정통의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홍대 퍼플레코드에 그 LP가 있고. (웃음)

자켓 munsoo kwon, 티셔츠 alexander wang, 팬츠 Saint Laurent, 선글라스 GENTLE MONSTER.

힙합 비트 중심의 느린 곡들만 선택한 이유가 있나.
투컷
: 에픽하이 앨범을 만들 때는 나만 좋다고 실을 수가 없다. 내가 토대를 만들고 그 위에 타블로가 가사, 멜로디, 테마를 정하고 융합해야 하는 건데 그렇게 완성된 덩어리가 별로면 실을 수가 없으니까 서로 동의하는 것만 뽑았다.
타블로: 나는 사운드 만드는 걸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내가 만든 비트는 굉장히 미니멀하다. 그런데 나한테는 그게 운 좋게 장점이 됐다. 내 노래는 가사가 주가 돼야 해서 소리가 빌수록 집중하기 좋다. 그런데 투컷의 비트는 원래 화려하고 세서 사실 불편할 수도 있다. 투컷은 그냥 비트만 들어도 좋은 걸 만드는데, 나는 항상 비우라고 하니까.
투컷: 이제 막 만들 때 들려달라고 할 때도 있다.

왜?
투컷
: 타블로 머릿속에는 그것만 듣고도 그림이 그려지니까.
타블로: 그렇지. 그런데 이 친구들은 별로인데? 밋밋하지 않아? 이런다. 예전에는 얘네들이 기분 나쁘게 말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미 어떤 그림을 그린 나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난 들으면서 어떤 가사가 들어갈지, 어떤 멜로디가 들어가면 좋을지, 누가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이 나는데 다른 멤버들은 그걸 공유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투컷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이거 허당이야 완전 스케치야 이러는데 나는 다 들려달라고 하고.
투컷: 내가 마음에 드는 비트는 다 깐다. (웃음) ‘BORN HATER’가 그랬다. 기본적인 비트만 장난처럼 만들었는데 그걸로 자기 랩을 쓰더라. 그럴 때마다 꼭 수트를 입었는데 바지만 벗은 느낌이다. (웃음) 워낙 친해서 그 상태로 보여줄 수 있는 거지.

그러면서 타블로 특유의 가사 쓰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 특히 ‘RICH’는 영화적이기도 하고, 시처럼 비유가 많이 쓰였다.
타블로
: 지난 몇 년간 국내 힙합신이 외국을 닮아가면서 주제를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주가 됐다. 사랑 이야기를 해도 실제 래퍼의 삶에 대해 말한다. 그게 힙합적이고 좋은데, 나는 1집 때부터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도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랑 노래도 내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나도 그 사람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노래를 듣고 힘이 됐으니까.

‘헤픈엔딩’과 ‘스포일러’의 정서가 그래서 가능했던 거 같다. 표면적으로 남녀의 사랑에 대한 노래지만, 보다 보편적인 이별에 대한 노래 같기도 했다.
타블로
: 맞다. 솔로 앨범 <열꽃>을 만들 때부터 내가 더 이상 사랑과 이별 노래를 쓰려고 하면 내 감정이 진실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이별을 겪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내가 가장 관심 있고, 뚜렷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걸 쓰려고 했다. 삶과 죽음. 그건 누구나 생각하는 일이고, 나에게도 분명히 있는 일이다. 인생 자체가 그런 일을 계속 겪었던 운명이었고. 그래서 가사를 쓸 때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살짝만 사랑으로 비틀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걸로 변하더라. ‘스포일러’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 이 사람을 쥐고 있을 수 없는, 누군가를 잃게 되는 걸 그런 식으로 표현했고, ‘헤픈엔딩’도 너무 이별을 많이 겪어야 하니까 무뎌지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처럼 바꿨다. ‘BORN HATER’도 내 이야기로 시작해 좀 더 넓게 펼치고 싶었다. 나도 hater들을 이해한다, 그렇게 안 하는 사람에 대한 리액션이 아니라 원래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그 점에서 전작 <99>와 대조적이다. 그 앨범은 굉장히 밝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배제한 것 같았다.
타블로
: 아무래도 좀 더 내 상황과 거리를 두고 썼다. 미쓰라도 그랬고.
미쓰라: 그때는 내 마음이 아니라 에픽하이가 돌아온다는 상황에 너무 집중했다. 그래서 슬프게 돌아오는 건 싫고 좀 더 무대 위에서 웃고 싶고, 밝으려고 노력했다.

<신발장>은 본인들의 심리나 문제와 직접 대면하는 느낌인데 <99>는 일단 안 본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발장>에서야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나 싶었다.
타블로
: 맞다. 누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걸 마주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슬프니까 클럽 가고, 미친 듯이 술을 먹기도 한다. 내가 그때 딱 그랬다. 이미 ‘헤픈엔딩’과 ‘스포일러’의 스케치가 나왔지만 거부했다. 투컷이 계속 이걸로 타이틀을 하자고 해도 슬픈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때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정확히 일주일 후에 녹음하기 시작했던 거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앨범이 지나간 후에야 내가 감정들을 마주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다시 막을 올렸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타블로
: 사실 모르겠다. 난 앨범 만들 때마다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갖고 있는 걸 다 쏟아붓는다. 몇 년 동안 메모했던 걸 하나씩 지워가면서 이 앨범을 썼는데, 그 메모를 다 썼다. 그래서 다시 충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끝인 거다. 억지로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충전은 어떻게 하나.
타블로
: 모르겠다. 예전에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1분 1초’ 만들 때도 그랬고, 6집 만들 때도 표현할 게 없었다. 크게 표현할 게 없는데 30곡이 나온 게 대단한 거 같다. (웃음) 그러다 <열꽃> 내기 전에 감성적으로 엄청난 충전이 있어서 리부트됐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모르겠다. 해봐야 알 거 같다. 물론 지금처럼 사랑받는 게 큰 힘이 된다.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는 이런 관심을 어떻게 이어가지? 이랬는데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지 싶다.

일단 지금을 즐기는 건가.
타블로
: 우리가 안 좋았던 점이, 뭘 내고 나서 대중이 행복한 순간들을 안겨줬는데 그걸 만끽하고 추억을 만들기도 전에 항상 다음 걸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추억이 없다.
투컷: 앨범 내면 여행이라도 가든지 해야 하는데. (웃음)
타블로: 그냥 우리가 잘된 추억? 아, 그때 상 받았지 하는 정도. 그건 내 잘못이 크다. 난 뭘 안 하면 미친다. 집에서 음악 못 하는 상황에서도 뭔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도 만끽을 못 하니까 미쓰라한테 슬럼프도 온 걸 거고. 요즘 하루를 키우면서 많이 느낀다. 하루를 내 페이스에 맞추면 안 되지 않나. 멤버들도 내 페이스에 맞춰서는 안 된다. 그래서 팀의 페이스도 보고 못 견디겠으면 난 내 걸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아이를 가지면서 팀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멤버들을 아이 키우듯 하겠다는 건가. (웃음)
타블로
: 미쓰라가 내 아이 같다. (웃음) 가끔은 속상하게도 하지만 내 아이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으악 소리 지르다가 아이스크림 사주고. (웃음) 가끔씩 와서 미쓰라가 날 안아줄 때가 있다. 갑자기. 옷이 접혀 있으면 애들이 와서 정리해주고. 그럴 때 꼭 장남이 와서 해주는 느낌이라. (웃음)
투컷: 나도 애 아빠야. (웃음)
타블로: 그래도 아빠 마음이 발동돼 자식들아, 내가 진짜 열심히 할게.
미쓰라: 나도 33살이야.
타블로: 넌 평생 동생이야. (웃음)

스타일리스트. 문승희(단체컷), 최유미(개인컷)│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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