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마동석, 오직 하나뿐인 그대

2014.11.03
사진. OCN

단 25일 만에 서울을 접수하고 28년형을 받아 복역 중인 동방파의 행동대장, OCN <나쁜 녀석들>의 박웅철(마동석)은 주먹으로 사는 사나이다. 동료 수인을 구타한 교도관에게 덤벼들다 두들겨 맞아도 눈 깜박 않고 씩 웃는 배짱, 연쇄살인마의 흉기를 맨손으로 꽉 쥔 채 끝까지 주먹을 휘두르는 맷집은 그만이 가진 특별한 무기다. 그러나 홉뜬 눈과 히죽 웃는 표정만으로도 상대를 오금 저리고 얼어붙게 만들 수 있을 이 불곰 같은 남자는 사실 <나쁜 녀석들>에서 코미디와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 “춘향이야, 춘향이. 거… 심청인가? 하여튼 쌀 받고 팔려간 애 있잖아”라며 나쁜 기억력과 얕은 상식을 드러내고, 추격하던 상대를 놓쳐버리자 “파워핸들이 아니라서 그래. 아이 참…”이라며 멋쩍게 핑계 대는 박웅철은 잔혹한 사건에 냉정하고 치밀하게 접근해가는 동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캐릭터다.

단순, 무식, 열혈. 범죄, 액션, 느와르 영화에 흔히 한 명쯤 있는 이런 캐릭터를 마동석이 연기한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프로 경기에서 뛰는 게 소원인 2군 출신 야구선수(<퍼펙트 게임>), 결혼을 앞두고 성생활의 위기를 맞은 소심한 꽃집 주인(<결혼전야>)을 연기한 적도 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깡패와 형사다. 그것은 180cm의 키에 100kg에 육박하는 체중, ‘미쉐린 맨’처럼 터질 듯한 근육으로 뭉친 체구를 지닌 배우가 가장 먼저 선택받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자 자칫하면 순식간에 소비되고 사라질 수도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십 대 시절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였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십 대에는 프로레슬러와 보디빌더들의 트레이너로 일했던 남자는 연기를 하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양지와 음지에 나란히 한 발씩을 담근 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는 돈 안 갚는 친구의 손가락을 스패너로 내리칠 만큼 냉혹한 사채업자(<비스티 보이즈>)이자 얼결에 건달의 세계에 들어섰지만 싸움판이 벌어지면 덩칫값 못하는 마음 약한 남자(<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였고, 미키 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나와 ‘미키성식’이라는 본의 아니게 귀여운 별명을 얻은 형사(MBC <히트>)였다가 충성스럽게 모시던 선배 형사에게 어이없이 목숨을 빼앗기는 희생양(<부당거래>)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십수 명의 깡패와 형사, 깡패 같은 형사, 형사 노릇 하는 깡패를 연기하는 동안 마동석은 그 어떤 깡패와 형사라도 자신의 인장을 찍어 내놓는 배우가 되었다.

사진. 마동석 트위터

그러나 강렬한 인상과 압도적인 피컬로 거친 세계를 헤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마동석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친해지고 싶은 ‘형님’이다. 그는 적이 무기를 들어도,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커도, 자신보다 몇 배나 머릿수가 많아도 쫄지 않고 철퇴 같은 주먹을 날리는 담대한 사나이이자 <나쁜 녀석들>에서는 장기 밀매 인신매매단과 결탁한 경찰특공대를 향해 “아무리 돈이 좋아도 지킬 건 지키면서 살자. 이 아름다운 새끼들아!”라고 일갈하는 ‘양심적’ 깡패다. 그래서 험상궂어 보이지만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은, 왠지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기대 혹은 믿음은 작품 안팎에서 마동석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장판교 위의 장비 같은 기상을 지닌 이 남자는 <군도>에서 사용한 무기에 ‘애완 쇠구슬 해피’라는 별명을 붙였고, 병아리나 강아지를 위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예뻐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속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몹시 귀엽다. 심지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살인자>의 프로모션으로는 연쇄살인마 역을 연기한 마동석이 여성 관객을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안심귀가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한 CF에서 마동석은 CF 촬영 중 계속해서 전력질주를 시키는 감독을 향해 “감독님, 순간적으로 배달통에 넣을 뻔했네?”라며 다가선다. 웃고 있지만 위협적인, 살벌하지만 코믹한 그의 모습은 마동석이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있는 동시에 배우의 이미지 자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상품가치나 스타성이 높은, 멋진 인물은 아니지만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어서” 연기에 뛰어들었고 “연기도 운동처럼 참고 인내하는 것”이라며 우직하게 캐릭터를 연구하던 남자는 데뷔 후 10년에 걸쳐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동료 배우 조진웅으로부터 ‘누나’라 불릴 만큼 반전 있는 ‘형님’ 마동석이 맨주먹으로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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