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차스테인, <인터스텔라>의 좋은 답안지

2014.10.30

상품 설명
빚어서는 완성할 수 없는 모양이 있다. 매끈하게 깎아낸 듯 빛나는 모서리들이 마치 대리석을 떠올리게 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얼굴이 그러하다. 매혹으로 눈부시게 빛난다기보다는 충만하게 고상하고 어딘가 애틋하기까지 해서 함부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은 얼굴. 도무지 만만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외모 덕분인지 시시한 역할은 그녀에게 꼭 맞는 법이 없어 서른이 넘도록 여배우는 업계의 주변부를 맴돌아야 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촬영을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영화들은 개봉이 늦었고, 마침내 2011년 6개의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며 30번의 후보 지명과 16번의 수상이라는 상찬의 홍수를 이루고 나서야 업계는 깨달았다. “다른 시대에서 온 것 같다”며 그녀에게 퇴짜를 놓아야 했던 위화감이 사실은 남다른 상상력에 부응하는 그녀의 특별한 매력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말하자면 제시카 차스테인은 너무 빨리 도착한 답안지였다. 순진해 보이는 빨간 머리카락과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려내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랫배에 주춧돌을 품은 듯 단단하고 강인하다.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도 않거니와, 남성을 흉내 내어 전사를 자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인물들은 제 삶을 지키고, 옆의 사람을 일으키고는 한다. <헬프>의 금발 백치 미녀 셀리아는 끝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냈고, <테이크 쉘터>의 사만다는 무너지는 일상을 떠받치기 위해 자신을 추슬렀으며, <마마>의 애나벨이나 <제로 다크 서티>의 마야는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보여주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녀는 영화가 스쳐 간 여성과 여성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거대한 미개척지였으며, 갈피를 잡지 못했던 질문들이 속속 그녀 앞에 도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결과, 우주 탐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인터스텔라>부터 1981년을 배경으로 한 범죄 스릴러 <가장 폭력적인 한해>, 연극적인 밀도를 보여주는 <미스 줄리>, 독특한 러브 스토리인 <더 디스어피어런스 오브 엘레노어 릭비: 뎀>과 공포물인 <크림슨 픽>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쉬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 역할을 맡게 될 <블론드>와 리들리 스콧의 새 프로젝트인 <화성인> 캐스팅 소식까지 더하면 제시카 차스테인의 행보는 흥미로운 영화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도 될 법하다. 좋은 질문은 훌륭한 대답을 부르기 마련이며, 때로는 좋은 답안지가 질문을 더욱 빛나게 만들기도 하니까 말이다.

성분 표시
할머니 35%
푸드 트럭의 비건 셰프인 엄마와 소방관인 새아빠, 그들의 다섯 남매 중 첫째인 제시카 차스테인의 정서적 양육자는 ‘모터사이클 마마’로 통하곤 했다는 그녀의 할머니다. 할머니는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처음 연극을 보여준 사람이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발레복을 사주며 무용 수업을 듣게 한 장본인이며, 한때 배우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손녀가 같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적극 응원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런 할머니를 아카데미 시상식의 파트너로 골랐던 것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던 셈.

입소문 35%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당시, 제시카 차스테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업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무명으로 애써왔는지를 말한 바 있다. 연극배우이자, 단발성 TV 출연자로 연명하던 그녀는 알 파치노의 <살로메> 프로젝트에 발탁되면서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알 파치노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테렌스 맬릭 감독에게 그녀를 추천했고, <트리 오브 라이프>의 제작자는 <테이크 쉘터>에 그녀를 추천했다.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이 에이전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제시카 차스테인을 <제로 다크 서티>에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의 프로듀서가 둘 사이를 개인적으로 이어준 덕분이었다. 심지어 자비에 돌란 감독은 제시카 차스테인이 SNS에서 자신의 영화를 칭찬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아 그녀를 차기작에 캐스팅하기도 했다. 신뢰와 상냥함으로 무장한, 바이럴 셀프 마케팅의 여왕이 나타났다.

학구열 30%
학교를 빠지고 공원에서 셰익스피어를 읽는 아이였던 제시카 차스테인은 줄리어드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배우가 되어서도 배우고 익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언피니시드>를 찍을 때 무술과 독일어는 물론 홀로코스트에 관한 정보를 공부했으며, <제로 다크 서티>를 준비하면서 관련 논픽션을 다수 섭렵하기도 했다. <테이크 쉘터> 촬영 당시에는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부 관계까지 감독과 논의할 정도로 인물 분석에 철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취급 주의
웃어라, 그녀가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차분한 외모의 이미지와 달리 실제 제시카 차스테인은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사소한 장난을 즐기는 편이다. 알파치노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는가 하면, 인터뷰어와 같이 노래를 부르고, 공포영화를 무서워한다는 리포터를 놀리기도 한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사생활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제시카 차스테인이 유독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측근은 단연, 그녀의 애완견 채플린이다. 구조 센터에서 입양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강아지는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었는데, 하얀 복슬강아지가 세 발로 뛰어와 그녀에게 안기는 모습은 사랑스러운 만큼 뭉클한 장면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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