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는 있고 <내일도 칸타빌레>에는 없는 것

2014.10.29
사진제공. KBS

“이게 무슨 오케스트라야! 이 영감탱이! 학교 안에 엉터리란 엉터리는 죄다 끌어 모았잖아!” KBS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S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처음으로 맡게 된 차유진(주원)의 대사는 마치 이 드라마에 대한 진단처럼 들린다.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인 이 작품은 작품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는 이종진 지휘자를 클래식 예술 감독으로 섭외하며 음악에 공을 들이려 했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이중주에 ‘협연’이라는 표현을 쓴다. 연출자는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의 편집을 정교하게 하지 못해 핸드 싱크가 거의 맞지 않는다.

주인공 설내일을 맡은 심은경의 연기에 대한 논란은 불협화음이 낳은 결과다. 쉴 새 없이 엉뚱한 일을 벌이고, 차유진에게 길거리에서도 “오라방~”이라며 크게 소리치는 설내일의 캐릭터나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원작과 유사하다. 반면 <내일도 칸타빌레>의 호흡은 정극의 속도를 따르고, 한 컷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만큼 공간의 현실성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의 캐릭터나 에피소드의 흐름, 심지어 배경 음악도 원작에서 상당부분 가져왔지만, 그것을 푸는 방식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호흡과 비슷하다. 배우와 연출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심은경의 연기가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사진제공. tvN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리메이크한 tvN <미생> 속 대사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미생>은 원작과 상당히 다른 길을 간다. 원작에서 장그래(임시완)를 늘 따뜻하게 대하던 과장 오상식(이성민)과 대리 김동식(김대명)은 드라마에서는 그가 전무의 소개로 들어 온 것에 편견을 갖는다. 또한 장그래가 젓갈 공장에서 동료 인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은 원작에 없던 에피소드로, 그만큼 장그래가 살아갈 이 공간이 혼자 선하고 열심히만 한다고 넘어서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원작에 비해 드라마 <미생>은 한 사람이 회사 안에서 살아남는 과정의 험난함을 더욱 강조한다. 작품에서 할 것이 명확해지면, 배우와 스태프들은 한 점으로 모인다. 장그래가 입사한 원 인터내셔널의 사무실은 푸르스름한 조명으로 장그래가 직면한 차가운 현실의 온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대부분 정적인 촬영과 편집은 캐릭터의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을 전달한다. 임시완은 헐렁한 양복을 직접 골라 아직은 세상에 위축된 장그래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고, 모두가 그것을 향해 간다. 반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모두 서로의 일을 혼자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원작으로 무엇을 할지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 원작 만화도 일본의 드라마판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한국에서 다시 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원작의 독특한 톤을 그대로 살리지도, 새로운 재해석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중요한 것은 원작과 배우의 ‘싱크로율’이나 원작의 특정 에피소드가 나오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원작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이 없는 작품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미 흥행성을 보장받은 작품에 대한 리메이크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산업적으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각본이 될 수 있는 원작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원작이 있든 없든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드는 과정은 똑같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정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그것을 모르거나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여전히 많은 듯 하다. 만화 속 캐릭터가 현실로 나와 드라마를 만들어주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