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② 귀염동물 대백과: 러버덕 편

2014.10.28

그냥 노랗고, 크고, 단순한 몸매를 가진 오리. 하지만 이 오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석촌호수에 몰려들고, 다시 줄을 서서 이 노란 오리를 산다. 도대체 이 오리가 뭐라고 사람들은 이렇게 좋아할까. <아이즈>가 러버덕의 모든 것, 그리고 러버덕이 인간세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낱낱이 조사해보았다.


이름
러버덕(rubber duck). 원래 욕조에 띄우고 노는 장난감인 ‘러버덕’을 뜻한다. ‘러버덕’은 마치 ‘테디베어’처럼 보통명사이기 때문에 욕조에 띄워서 노는 물놀이 오리인형이 모두 러버덕이다.

탄생
2007년 네덜란드의 설치 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프랑스에서 처음 거대한 노란 오리를 띄우면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러버덕을 제조하던 톨로(TOLO)사의 러버덕을 보고 그 사랑스러운 외관에 “이걸 만든 사람은 천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그의 러버덕을 톨로사의 러버덕 디자인과 똑같이 만들었다. 단, 높이 10~26m로 거대하게 만들었다.

외모
한국에서 발견된 러버덕은 높이 16.5m다. 모든 러버덕은 2등신의 두루뭉술하고 아찔한 라인을 가졌지만, 나라마다 크기는 다르다. 일본이 10m, 한국과 홍콩은 16.5m, 프랑스는 26m였다. 러버덕은 각국에서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설계도에 따라 노랗고 무광의 매끄러운 PVC 소재 원단 200여 조각을 재봉틀로 이어 붙여 현지에서 제작된다. 무게는 7톤으로, 코끼리(500kg) 14마리와 비슷하고, 부피는 3,000㎤로 1.5L 사이다 200만 개가 들어갈 용량이다. 생긴 건 귀엽지만 크기만 보면 킹콩 급의 노란 괴수인 것이다.


생태
현재까지 전 세계 16개국에서 발견됐고, 10월 14일부터는 한국의 석촌호수에도 등장했다. 주로 대도시와 인접해 있는 해안이나 호수에서 발견되는데, 그게 전부다. 러버덕은 그저 호수 위에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러버덕은 울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저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대신 사람들이 러버덕을 보러 온다.

신진대사
내부 바닥에 위치한 송풍기가 끊임없이 바람을 순환시키면서 생명이 유지된다. 가끔 러버덕이 물을 마시는 행동을 하거나 피자처럼 납작하게 변하는 것은, 바람이 빠졌거나 바람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신호다. 러버덕은 사실 푼툰(철재로 만든, 바닥이 평평한 상자형 부유 구조물) 위에 앉아 있는데, 이 푼툰은 호수 주변 울타리에 연결되어 있고, 1톤짜리 콘크리트 닻도 매달려 있다. 얼핏 보기에 러버덕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푼툰 위에 앉아 있는 것이다. 백조처럼 떠 있기 위해 물 아래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모습 같은 건 상상하지 말자.

매력
“귀여운 눈과 부리를 가진 노란 러버덕은 모든 연령대와 소통할 수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빠져들 수밖에 없다.”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말한 러버덕의 매력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과 몸매를 가진 러버덕은 그 단순한 형체의 귀여움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한국에서는 등장 이후 3일 만에 15만 명이 석촌호수에 다녀갔고, 홍콩에서는 30일간 800만 명, 대만에서는 5일간 50만 명이 몰렸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rubberduck을 붙인 사진만 11만 개고, #러버덕은 4만 개가 넘는다.

관찰 시 주의 사항
한국에서 러버덕을 정면에서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있다. 석촌호수 동호에 위치한 송파구청 상황실 방향으로 갈 것. 단, 주말에는 사람이 워낙 많고 먼지가 많이 날리니 기관지가 약하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사건
대만에서는 러버덕의 내부 압력 조절에 실패해 2014년 새해맞이 행사 도중 터져 암울한 새해 환영인사를 한 적이 있다. 벨기에 전시 때는 길을 지나던 행인이 조형물을 칼로 42번이나 찔러 훼손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전시 당시 10개 도시에서 ‘짝퉁 러버덕’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당시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표절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고민하기도 했었다고. 러버덕을 크고 거대하게 풍선처럼 만든 모양은 플로렌타인 호프만에게 저작권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작가 Xing Xin은 “다른 모양을 본뜬 작품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원본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지만, 파생 상품들은 아니다. 팝업스토어에 있는 <러버덕 프로젝트>의 한정판 러버덕 제품 바닥에 TOLO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이유다. 중국에서는 높이 7m짜리 러버덕도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판매한다.

사육 비용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의 주최사인 롯데월드몰은 러버덕을 석촌호수에 데려오기 위해 약 14억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전시 당시 원작자에게 타이완 정부가 지불한 로열티만 약 3억 5,000만 원이었다. 여기에 러버덕의 푼툰 및 앵커 비용이 약 1억 2,000만 원이고, 제작비, 야간 조명, 전기세, 안전요원 인건비 등이 추가된다. 러버덕의 귀여움에는 상상 이상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수입
5,0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러버덕 인형 ‘러버덕 프로젝트 아티스트 에디션’(24,000원) 1차분 3,000개 물량이 이미 이틀 만에 매진됐다. 석촌호수 동호, 롯데백화점 잠실점 9층 갤러리와 지하 1층,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 아트홀 등에 있는 팝업스토어는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 톨로사에서 만든 러버덕도 구매 대행을 통해 5,0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중국에서는 러버덕이 전시되는 52일 동안 입장료로만 약 348억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입장료가 무료고, 팝업스토어와 전시관을 통해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예정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수익은 없다. 하지만 늘어난 인파와 함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기존 잠실점보다 20%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롯데백화점 측은 약 300억 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저 덩그러니 있는 러버덕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러버덕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쓴다. 러버덕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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