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이서진은 왜 고생해야만 했나

2014.10.27

자급자족 본격 힐링 유기농 라이프’, ‘숨 가쁜 도시를 벗어나 유유자적한 시골마을로!’ tvN <삼시세끼>의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이다. 하지만 <삼시세끼>의 이서진이 촬영지인 강원도 정선에 도착해서 한 말은 “이 프로그램 망했어!”였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숨 가쁜 도시’를 벗어나 도착한 ‘유유자적한 시골마을’은 거의 유배라고 할 만큼 집과 각종 밭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고, ‘힐링 유기농 라이프’를 위해서는 식사에 필요한 모든 먹거리를 직접 캐고, 아궁이에 불을 때어 요리를 해야 한다. 그들의 미션은 사흘 동안 삼시 세끼를 지어 먹는 것뿐이지만, 그들이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루가 다 간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농촌 생활에 아직 익숙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직접 밥을 먹으려면 도시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농약을 치지 않고 손으로 김을 매고, 퇴비도 직접 만들며 먹거리를 길러야 한다. 농약을 쓰는 먹거리와 달리 순전히 사람의 노동력에만 의존하다 보니 재배 규모도 제한적이다. 이서진이 나영석 PD에게 “나 농약 좋아해!”라며 역정을 낸 이유 역시 이런 수고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서진은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원하지 않아도 농사를 할 수밖에 없다. KBS <참 좋은 시절>에 같이 출연한 윤여정과 최화정이 정선에 와서 고기를 먹는 대신, 고기 값으로 한 근당 수수 한 가마를 수확하는 ‘수수빚’을 졌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고기 몇 점 먹고 수수 30kg을 수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로 농사는 특성상 1년 주기로 돈을 받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에는 다른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우가 적다. 게다가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농산물 자체로 수익을 얻기도 매우 어렵다. 그 사에도 전기세, 핸드폰 사용비 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나간다. 이 때문에 많은 농부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있다. 귀농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 <괴산으로 귀농했습니다>에서 김영태 농부는 농사하는 삶에 대해 “가난과의 싸움, 그것의 연속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밥 굶을 걱정은 없을 거라거나 ‘유기농 라이프’ 같은 것은 실제 농사 생활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평화나무농장 김준권 회장이 “서울 사람이 농촌에 내려와서 살려면 이민을 온다는 마음가짐으로 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상상과는 전혀 다른 귀농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SBS <모던파머>에서 할머니의 유산으로 농경지를 받게 된 민기(이홍기)는 땅값이 평당 200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이것은 서울에서 먼 일부 지역의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도 지역은 이미 평당 20만 원 정도고, 강원도 역시 10만 원 이상인 곳이 많다. <삼시세끼>의 이서진처럼 넓은 수수밭을 가질 수 있는 것만 해도 상당한 준비가 된 상태다. 또한 tvN <황금거탑>에서는 서울에서 귀농한 사람들이 시골 문화와 충돌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사실 그리 웃을 일만은 아니다. 김준권 회장이 “귀농하기 전까지 1~2년 준비를 한다 해도 정착에는 5년 정도 걸린다”고 말할 만큼,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농촌에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괴산으로 귀농했습니다>에서 김영태 농부와 김병근 농부는 농사와 귀농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귀농할 때 단순히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게 아니고 농사를 자연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을 다 바꿔야 한다.” “손에서 피가 나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끈질긴 구도자의 마음으로 매진하면 사람들이 도와준다.”

그래서 <삼시세끼>에서 ‘힐링 유기농 라이프’를 홍보 문구로 내걸고 정작 이서진과 옥택연을 끊임없이 고생시키는 것은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제작진이 어디까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기농’이나 ‘귀농’의 이미지와 실제 현실은 그만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6%인 농촌 인구로 살아가려면 스스로 땅과 어울려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이서진처럼 먹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자칫하면 빚을 질 수도 있다. 분명히 씨를 뿌리면 싹을 틔울 수 있고, 수수를 심으면 수수가,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그럼에도 이서진처럼 “이 프로그램 망했어!(망해야 해!)” 같은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때부터 ‘유기농’과 ‘귀농’을 꿈꿔도 좋다.

사진제공. tvN│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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