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 “<마마>의 끝자락에서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2014.10.27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시기가 있다. MBC <마마>에서 죽음을 앞둔 엄마 한승희(송윤아)와 다투고 화해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 한그루를 연기한 윤찬영은, 작품을 마치는 동안 키가 10cm 컸고 놀라운 연기력의 성장을 보이며 단번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깜짝 놀랄 만큼 어른스럽기도, 예상보다 훨씬 아이 같기도 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열네 살 소년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스튜디오 구석에 놓인 농구공을 집어 들더니 링을 향해 가볍게 슛을 날렸다.

<마마> 촬영이 끝나면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다녀왔어요?
윤찬영:
아직 못 가고 있어요. 학교도 더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겨울 방학에 가기로 했어요. 스키장이나 제주도도 좋을 것 같아요. 제주도는 <마마> 캐나다 장면에 나온 곳인데 촬영하면서 처음 가봤거든요. 사실, 오디션 볼 때는 한그루 역할을 맡으면 캐나다에 간다는 소문이 막 돌고 있었어요. 그래서 합격한 다음 엄청 기대를 하고 친구들한테 나 캐나다 간다고 자랑도 하고 그랬는데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어요. 그런데 제주도에 가보니까 멋지고 좋아서 또 가고 싶어요. 서울에서 비행기 타면 한 시간밖에 안 걸려요.

처음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어요?
윤찬영
: 오디션 끝나고 식구들이랑 닭갈비 먹으러 갔는데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어요. 그 뒤로는 먹는 내내 입이 이렇게- 입꼬리가 올라가서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켰어요.

<마마>에서 그루 주위 어른들은 복잡한 비밀도 있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데, 대본을 받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윤찬영
: 이해는 다 됐어요. 그냥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싸우는 것 같아요. 남순 할머니(정재순)께서 옛날 어른들처럼 아들 손주를 바라시는 것 때문에 불화가 막 생기기도 하는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니까 꼭 그렇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NG가 날 때도 있나요?
윤찬영
: 발음이 꼬이거나 눈물이 잘 안 날 때, 특히 눈물이 잘 안 나면 막 조급하고 마음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답답해요. 그런데 그 속상한 마음에 감정이 잡히는 경우도 있어요. 아니면 감독님이 “준비되면 얘기해줘” 하고 많이 기다려주셨어요.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우는 장면이 많아졌는데 어땠어요?
윤찬영
: 저는 잘 우는 성격이 아니라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는 장면이 하루 스케줄의 맨 마지막에 있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계속 고민하고 머리 아파해요. 그러다 마지막에 그걸 다 끝내면 되게 행복해져요. 그리고 우는 장면이 맨 처음에 있으면 ‘아침부터 어떻게 하지?’ 하면서 걱정해요. 하지만 잘 되면 그 날은 끝난 거예요. 제일 큰 숙제가.

감정 신은 어른들도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집중할 수 있어요? 
윤찬영
: 공부할 때 헤드폰으로 노래를 듣는데, 노래에 집중하면 공부가 안 보이고 공부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부터 노래가 안 들려요. <마마>에서도 공항에서 태주 아빠(정준호)한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그냥 울고 싶은 만큼 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 공항에 사람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울다 보니까 사람들도 안 보이고 부끄러운 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연기는 힘들 때도 많은데, 또 슬픔과 즐거움을 느낄 때는 스릴이 넘쳐요.

<마마>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는 게 실감 날 때도 있어요? 
윤찬영
: 학교에서 선배님들이 “오, 연예인이야~” 하면서 장난칠 때도 있고 길을 가는데 “너 <마마>에 나오는 애 아니니?” 알아보시고 사진 찍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제 사진만 찍고 싶다고 하시면 되게 난처해요. 혼자 서 있으면 동작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쑥스러우니까 같이 찍자고 말씀을 드려요.

사진제공. MBC

초등학교 4학년 때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고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윤찬영
: 특히 이순재 선생님하고 최다니엘 선배님이 인상 깊었어요. 연기도 재밌고 캐릭터랑 딱 들어맞으시는 것 같았어요. 저는 발표대회나 영어 말하기 대회 같은 데 나가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을 웃기는 것도 좋아하니까 연기를 해서 사람들한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을 웃길 수 있는 비법은 어떤 건가요?
윤찬영
: ‘내가 웃겨볼게’ 그런 건 아니고, 애들이 얘기하고 있으면 그 상황에서 재밌어할 만한 단어를 찾아서 얘기해요. 요즘 말로 하면 ‘드립’ 같은 건데, 그렇게 했을 때 친구들이 웃으면 되게 뿌듯해요.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생각했던 대로 잘 됐어요? 
윤찬영
: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연기학원에 처음 갔을 때는 웃지도 못했어요. 그냥 부끄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친구랑 선생님들하고 친해지다 보니까 점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연기도 안 부끄러워하고 제일 먼저 한다고 할 수 있게 됐어요.

오디션에 떨어진 적도 있을 텐데, 꼭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하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윤찬영
: 되게 허무하고, 상대방이 잘못한 게 아닌데 배신당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중요한 오디션에 떨어지면 많이 속상한데 그럴 땐 혼자 게임을 해요. 게임에도 집중할 수는 없지만, 하다 보면 머리가 멍해지니까 그렇게 생각을 없애기도 해요.

힘들 때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을 해준 사람이 있어요?
윤찬영
: <마마>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Mnet <몬스타>랑 <소녀괴담> 같이 찍은 (강)하늘이 형이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른 사람들 눈치 볼 것 없이 원하는 대로 하면 그게 정답이야”라고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고, 계속 그 말을 떠올리면서 하고 있어요.

EBS <플루토 비밀결사대>를 찍으면서 액션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요?
윤찬영
: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거든요. 나중에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총 쏘는 것도 좋고 주먹으로는 17 대 1, 이렇게 싸우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용의자>에서 공유 선님 액션이랑 과묵한 연기가 진짜 멋있었거든요.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완전 다른 역할을 하셨는데 그렇게 극과 극인 캐릭터를 다 잘하시는 걸 보고 좋아하게 됐어요. 만약에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진짜 꿈 같을 것 같아요.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을 건데 긴장해서 말은 잘 못 할 것 같아요.

광고 더빙을 한 적도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랑은 어떻게 다른 것 같아요?
윤찬영
: 제가 EBS <잭과 팡>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잭이라는 일곱 살 남자아이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에는 “아아아아-” 소리 지르는 것도 있고 숨찬 호흡도 있고, 또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 경험으로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마>의 초반에 그루는 엄마의 손도 쳐내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이였는데, 평소에 나는 어떤 아들 같아요?
윤찬영
: <마마> 시작할 때 감독님이 엄마한테 그러셨어요. “그루를 너무 착하게 키우셨어요.” 그런데 중요한 장면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지면 저도 진짜 마음과 다르게 엄마한테 짜증을 내기도 했어요. 그게 맨날 미안했는데 말로는 못 하고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 하고 잘해드려요.

엄마 아빠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배운 건 뭐였어요?
윤찬영
: 욕이랑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대부분 자유롭게 해주시는데 아빠는 한없이 좋으실 땐 좋고 조금 엄격하실 때도 있어요. 제가 약속 안 지키고 게임을 계속 하고 있으면 “너무 지나치게 하려다가 더 많은 걸 잃게 된다”고 게임을 정지하세요.

어떤 게임을 그렇게 열심히 해요?
윤찬영
: 어렸을 때,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메이플 스토리>를 했고 축구를 좋아해서 6학년 때부터 < FIFA >를 하고 있어요. 선수들을 사서 팀을 꾸린 다음 경기를 하는 건데, 다른 애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때 저는 < FIFA >를 먼저 시작해서 팀 구성이 조금 좋은 편이에요. 현금을 막 지르거나 그러는 건 아닌데, 제일 좋은 시즌에는 저희 팀에 토레스도 있고 드록바도 있고 괜찮은 선수가 많아요. 요즘에는 포그바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요. 공격이 수월해질 것 같아요.

그루는 정전되는 걸 무서워했는데, 그렇게 무서워하는 게 있어요?
윤찬영
: 밤에 학원 끝나거나 축구 하다 들어갈 때 저희 집 앞 골목이 무서워요. 가로등이 없어서 깜깜하거든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복도가 있는데 끝에 누가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저는 평소에 ‘멍’도 많이 때리고 여러 가지 상상도 하거든요. 그래서 생각에 빠지면 전에 봤던 무서운 동영상에 나온 게 다 여기 있을 것 같고…. 그럴 때는 엄마한테 현관에 나와 있어 달라고 하거나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다른 얘기를 해요.

어휘가 풍부한 편 같은데,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윤찬영
: 소설 읽는 걸 좋아해요. 작년에는 <가출일기>라는 책을 재밌게 봐서 다섯 번 읽고 친구들한테 추천도 했어요. 주인공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키가 180cm가 넘어요. 그런데 엄마가 맨날 과외만 시키고 잠도 못 자게 하고 체육시간에도 혼자 공부하라고 하니까 어느 날 가출을 하게 돼요. 그래서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햄버거도 먹어보고, 많은 걸 알아가는 내용이에요.

만약 하루만 가출한다면 어디에 갈 것 같아요?
윤찬영
: 축구장에 가서 하루 종일 축구를 하거나 카트장에 가서 카트를 막 타고 싶어요. 카페에 가서 게임 하면서 휘핑크림이 엄청 올라간 음료수를 마실 수도 있고요.

<마마>를 찍는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좀 자랐다는 게 느껴지기도 해요?
윤찬영
: 맨날 우는 연기를 하다 보니까 <마마>의 끝자락에서는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종방연 때도 안 울려고 했는데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그런지 눈물이 막 났어요. 모든 분들이 정말 잘해주셔서 헤어지는 게 너무 슬펐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변성기도 왔고, 키도 <마마> 시작할 때보다 10cm 정도 더 컸어요.

얼마나 더 커지면 좋겠어요?
윤찬영
: 적어도 178cm 이상은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유도 많이 마시고, 점프 연습도 많이 해요. 집에서는 소리 안 나는 탱탱볼을 벽에 던졌다가 튕겨오면 침대로 뛰어들면서 잡는 거예요. 안방 침대가 조금 넓거든요. 하다 보면 땀도 나고, 다이빙해서 침대로 뛰어들 때 과앙-하고 부딪히는 느낌 때문에 스트레스도 풀려요. 엄마 모르시게 문 닫고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해요. (웃음)

그루는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 하는데, 스무 살이 되면 뭘 하고 싶어요?
윤찬영
: 방을 제 마음대로 꾸미면 좋겠어요. RC카도 많이 사고, 고양이도 두세 마리 키우고 싶어요. 지금 ‘실버’라는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털이 은색이에요. 어젯밤에도 제가 침대에서 자는데 비집고 들어와서 똬리 틀고 그릉그릉 하면서 같이 잤어요. 그런데 한 마리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친구들을 같이 키워주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어떤 배우면 좋겠어요?
윤찬영
: 지금은 제가 아이니까 아역 수준에서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하는 일 외에는 어떻게 살고 싶어요?
윤찬영
: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돌아다니고 싶으면 돌아다니고, 축구 하고 싶으면 운동장 나가서 뛰고.

연기를 계속하다 보면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바빠서 하고 싶은 걸 못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
윤찬영
: 제가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실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많이 놀아두려고요.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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