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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 처연한 청춘의 얼굴

2014.10.27

그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귓가에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눈이 부셔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연다. 조금 과장됐지만, 임시완이 처음 연기한 캐릭터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 속 허염에 대한 묘사는 임시완의 외모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하얗고 고운 피부와 가냘픈 턱선, 붉고 도톰한 입술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그는 순정 만화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가 tvN <미생>의 맥없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턴사원 장그래 역할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한 이유다. 이렇게 잘생긴, 심지어 아이돌이 장그래를? 그러나, 방송 전 배우 캐스팅에 대해 언급한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임시완을 두고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듯한 성숙한 청춘”이라 말했다.

<해품달>을 제외하면, 임시완은 자신의 외모를 활용한 캐릭터를 좀처럼 연기하지 않았다. KBS <적도의 남자>의 이장일에게는 고등학생임에도 친구를 배신할 정도로 가난한 현실을 무시하지 못하는 서글픔이 있었고, <연애를 기대해>의 대학생 진국은 여자친구에게 지극정성이었지만 여자친구가 다른 이를 마음에 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을 만큼 내성적이었다. 영화 <변호인>의 평범한 대학생 진우는 끊임없는 고문을 받았지만 누군가에 대한 원망마저 잊은 것처럼 보였다.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회사 생활을 홀로 견뎌내는 장그래는 임시완이 거쳐 온 작품 속에서 충분히 선택 가능한 캐릭터였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혼자 상처를 감내하고, 상실감을 오롯이 받아들여 왔다. 가혹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여리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는 많다. 그러나, 임시완은 상처를 입되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 그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처연함이 느껴진다면, 애써 버티려는 그 마음 때문일 것이다.


버티는 것은 아이돌이자 배우인 임시완에게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가수를 꿈꾼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국립대에 합격했고, “부모님 속을 썩일 정도의 나쁜 일탈”은 하려 하지 않았다.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이후 2년이 넘도록 “무대에서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자신이 답답했지만, 조급해하는 대신 “연기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강단으로 <해품달>의 허염 역을 얻어냈다. 처음부터 주목받는 몇몇 신인들을 제외하면 처절하다 싶을 만큼 경쟁을 겪는 아이돌 시장에서, 임시완은 몇 년 동안 기회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 사이 자신이 광고에 출연하게 되자 상처받고 우는 멤버를 조용히 달래야 하는 일도 있었다. 대기업에 들어간 인턴이든, 어떻게든 일거리를 따내야 하는 아이돌이든 아직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20대의 생은 어디서나 절박하고, 있는 힘껏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임시완이 <해품달>의 귀공자에서 <미생>의 장그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돌치고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돌로서 ‘완생’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임시완이 장그래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이 세상 절대다수의 사람 중 한 명”으로 해석한 것은 그의 연기가 무엇을 향해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미생>에서 울 때조차 오열하지 않고 눈은 동그랗게 뜬 채 한 줄기 눈물만을 흘린다. 버티고 버티다 딱 한 줄기 흘러나오는 슬픔들. 그는 큰 회사의 사무실에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 애써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조금씩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얻기 시작한다. 마치 <미생>에서 장그래가, 그리고 현실의 임시완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씩, 임시완은 ‘완생(完生)’의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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