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6> 곽진언 VS 김필

2014.10.20
Mnet <슈퍼스타 K 6>의 곽진언과 김필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현재까지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다. 실력을 검증받은 것은 물론, 투표 역시 1, 2위를 다투며 경쟁 중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활약상은 <슈퍼스타 K> 시리즈의 재기와 맥을 함께한다. 곽진언과 김필이 서울 지역 예선에서 조금씩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기 시작할 때 <슈퍼스타 K 6>는 전 시즌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슈퍼위크에서 ‘당신만이’와 ‘걱정말아요 그대’를 선보였을 때 <슈퍼스타 K 6>의 화제성도 치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곽진언과 김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것이기도 하다.


1. 프로듀서 곽진언 vs 보컬리스트 김필
곽진언
: 곽진언은 ‘노래 잘한다’보다 ‘노래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임도혁, 김필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당신만이’에서는 그들이 어려운 테크닉을 뽐낼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했고, 주제가 ‘러브송’이었던 생방송 무대에서도 보컬을 자랑하기보다는 10cm의 ‘안아줘요’를 편안하게 부르며 미션이 요구하는 느낌을 가장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 보컬은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는 곽진언은 이미 좋은 프로듀서다.

김필: 김필은 노래를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곽진언과는 달리 인디에서 오랜 경력이 있다. 무명 시절 ‘왜 자꾸 눈물이’‘그대를 보낸다’‘I'm in Love’‘I Need A Girl’ 등의 다양한 커버곡을 선보이는 등 많은 경험을 쌓은 그는 선곡에 따른 기복 없이 꾸준히 좋은 보컬을 들려준다. 재즈 클럽에서 6년간 공연했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성향도 크게 한몫했다. 생방송 무대에서는 안정적인 보컬은 물론 원곡과 차별화되면서도 조화롭게 목소리를 얹는 테크닉까지 갖췄음을 보여줬다. 기본적인 발성과 호흡이 매우 안정적이고, 곡 흐름에 따라 비성이나 반가성을 능숙하게 섞어내는 능력은 그가 이미 좋은 보컬리스트라는 점을 증명한다.

2. 춤에 자신이 있는 곽진언 vs 몸에 자신이 있는 김필
곽진언
: <슈퍼스타 K 6>에서 우승한다면 ‘춤을 추겠다’고 선언하며 은근히 춤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용조용한 말투로 “춤은 그냥 흥을 분출하는 것이다”, “합숙의 스트레스를 예술로 승화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댄스 철학을 읊는 것도 반전인데, 미공개 영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춤 실력이 너무나 미천하여 또 한 번의 반전을 선사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우승 공약을 내세우며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를 보여주는 곽진언은… 조금 귀엽다.

김필: “상의 탈의 후 노래를 하겠다”는 우승 공약이 허투루 던진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 이미 방송을 통해 증명됐다. 노래와 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것에서 그가 얼마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많은 대중 앞에 설 스타는 기본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외모, 언행, 애티튜드 등 다방면에서 잘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필은 메이저 무대에 오른 이후에도 매우 믿음직스러울 참가자다.


3. 저음이 매력적인 곽진언 vs 음색이 매력적인 김필
곽진언
: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낮은 음역대를 가졌지만, 저음이 매력적일 수 있는 순간들을 잘 찾아낸다. 곽진언은 음을 변주하여 원곡과 다른 진행을 보여주는 것을 자주 시도하고, 특히 목소리를 지를 거라고 예상한 부분에서 오히려 음을 낮추는 데 능하다. ‘당신만이’, ‘가시나무’의 저음 파트가 얼마나 큰 정서적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느꼈던 사람이라면,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음역대가 보컬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김필: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지만 기본기가 약한 가수들은 옥타브가 달라졌을 때 목소리의 매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필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높은음이나 낮은음이나 같은 소리가 나오도록 성대를 잘 컨트롤한다. 특히 생방송 무대에서 보여준 ‘얼음요새’와 ‘기다림’은 김필의 오랜 경력이 잘 드러난 무대였다. 음색의 개성이 강한 보컬은 듣는 사람에 따라 한 곡을 풀로 듣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에 힘을 빼거나 혹은 질러줘야 하는 지점을 잘 파악하고 반가성과 비성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편안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4. 연우진을 닮은 곽진언 vs 김우빈을 닮은 김필
곽진언
: 특별한 스타일링을 받지 않고 수수한 모습을 보여줄 때 가장 매력적인 곽진언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여성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배우 연우진을 닮았다. 축 처진 눈은 결코 남을 해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주고, 수줍은 미소와 조심스러운 말투는 모성 본능을 자극한다. 문자 투표를 독려하며 자신의 번호를 어색한 웃음과 손짓으로 알려주는 순간이나, 이해나의 섹시한 춤을 보며 “저 친구 참 열심히 사는구나”라고 조용히 말하는 모습은 또래 남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매력을 보여준다. 그를 보면, 눈에 띄게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알고 보니 후배들이 속으로 한 번씩은 호감을 가졌었던 학교 선배가 떠오른다.

김필: 무대 밖에서는 단정한 셔츠와 깔끔한 래글런 티셔츠를 즐겨 입는 김필은 평소 모범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9회의 화보 촬영 미션에서는 반항적인 콘셉트까지 소화했다. 특히 날카로운 눈매와 훤칠한 키가 가죽 재킷과 잘 어울려서, 연예인처럼 다듬어진 모습에서는 SBS <상속자들>의 김우빈의 멋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매력을 완성시키는 것은 이런 외모에 보컬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그의 감성적인 곡 해석은 강하게만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낼 것 같은 분위기를 완성한다. 심사위원들의 연이은 극찬 속에서도 감정을 꾹 참는 김필이 언젠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5. 싱어송라이터 곽진언 vs 싱어송라이터 김필
예능에서 개개인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에 앞서 가수로서도 흥미로워야 한다. 참가자의 개인사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사연의 무게에 눌려 정작 노래는 뒷전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슈퍼스타 K 5>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반면 곽진언과 김필은 개인의 서사를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 안에 녹여낸다. 곽진언은 어머니로부터 홈스쿨링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개인사가 많지 않다. 하지만 3차 예선에서 곽진언의 자작곡 ‘후회’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심사위원 나르샤는 “진언 씨의 24년 그 인생이 정말 궁금해요. 한번 (그 인생에)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윤종신은 김필에 대해 “요즘 사람들은 노래에다가 고민을 안 실어요. (중략) 김필 씨처럼 이렇게 자기 고민도 슬픔도 노래에 녹아내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제발 좀 마켓의 선두에 서서 (음악 시장을) 끌고 가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기반영적 노래로부터 캐릭터를 짐작하게 한다. 예선 이후 각종 미션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작곡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무늬를 녹여냈다. 그래서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참가자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으로부터 캐릭터를 뽑아내는 것. 그것이 무대 밖 모습까지 확장돼 음악과 캐릭터가 함께 가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아닐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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