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②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재석의 열두 가지 능력

2014.10.21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든 유재석은 항상 온 힘을 다 쏟아붓고, 상황극, 추격전, 게임, 장기 프로젝트, 슬랩스틱 등 폭넓은 포맷과 장르를 소화한다. 그야말로 예능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이 남자의 능력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샅샅이 훑었다. 유재석은 무엇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1. 상황 파악이 빠른 두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여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다. 형사, 스파이, 술래 등 무엇을 맡겨도 룰을 몰라 실수하는 법이 없으며, 다른 사람들과 협동해야 하는 때에도 기지를 발휘하는 면모가 돋보인다. 다양한 구성을 시도하는 MBC <무한도전>과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 유재석의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

+ 추천 에피소드: ‘런닝맨’ 38회 (2011.04.10.)
일명 ‘유재석 서스펙트’ 편. 유재석은 제작진으로부터 나머지 멤버들을 아웃시키라는 비밀 지령을 건네받고, 스파이 신분을 완벽하게 숨긴 채 미션을 수행한다. 상황에 따라 물총, 물 묻은 손, 물을 머금은 입 등으로 멤버들을 몰래 공격하는 그의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영민해 보인다.

2. 넓게 보는 눈
프로그램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메인 MC인 만큼, 방송 전체를 두루 살필 줄 아는 눈을 가졌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아이템을 바꿔야 할 때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적절한 방향을 찾는다. 현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무엇이 가장 재미있을지 가늠하는 감각이 뛰어난 셈이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262회 (2011.08.13.)
우천으로 추격전이 취소되자 제작진과 멤버들은 고민에 빠진다. 있는 거라곤 텅 빈 세트뿐인 상황. 하지만 유재석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스튜디오를 확인한 후 MBC <동거동락>, SBS <실제상황 토요일>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등 스튜디오 게임쇼를 꾸며보자고 제안한다.

3. 코주부 같은 안경 & 코
외모 보정용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안경만 있었다면 평상시 그의 외모는 준수한 수준에 그쳤겠지만, 크고 약간 휘어진 코가 어우러진 덕분에 코주부 같은 관상이 완성되었다. 안경을 벗고 충격적인 ‘쌩얼’을 뽐낼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후천적인 노력과 재능뿐 아니라 선천적 조건 역시 예능인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210회 (2010.08.07.)
아이돌이 되기 위해 정엽에게 보컬 레슨을 받던 <무한도전> 멤버들. 유재석의 차례가 다가오자, 박명수는 “코주부 코주부, 코주부 큐!”라고 외치며 새로운 별명을 안겨주었다. ‘유재석 코주부설’의 발단이자, 코주부 안경 CG와 유재석 얼굴 싱크로율의 절정.

4. 깐족거리는 돌출입
유재석의 화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의외로 깐족거리며 독설을 내뱉을 때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거칠게 대하는데, 김제동에겐 “(얼굴이) 신호등 꺼진 사거리, 아비규환이다”, JTBC <히든싱어 3>에 출연한 이적에겐 “잔 기교 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불러라”라고 말한 바 있다. 유재석에겐 다른 캐릭터가, 독설을 들은 당사자에겐 방송에서 말할 거리가, 보는 이들에겐 낯선 즐거움이 생기는,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재석의 예능 新기술.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392회 (2014.08.16.)
‘도둑들 특집’에서 주범으로 몰려 곤장 40대를 맞을 위기에 처한 유재석은 때수건처럼 까칠해진 상태로 독설을 뱉어냈다. 덕분에 “내가 여기서 나가면 멤버들 다시 짠다 진짜”, “저 미안한데, 닥쳐”, “항문 다시 한 번 수술 들어가고 싶냐?” 등등 주옥같은 독설 어록이 탄생했다.

5. 소머즈의 귀
누군가 지나가듯 하는 말까지 캐치해 어떻게든 재미를 확장시킨다. 정준하가 “한 번 더 짚고 넘어갈게”라고 했을 때 세트를 짚고 넘어가는 척하거나, “아 그냥 넘어가”라는 말에 박명수의 등을 타고 넘어가는 식이다. 누구 하나 방송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사소한 것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유재석만의 진행 비결인 것이다.

+ 추천 에피소드: KBS <해피투게더 3> 333회 (2014.01.10.)
‘2014 라이징스타’로 초대된 서하준, 도희 등은 작품 출연에 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유재석은 그들의 목소리가 ‘늦게 나오는 대본’ 이야기에서 유독 작아진다는 것을 캐치, “왜 이 얘기만 하면 조용조용해지는지 모르겠다”며 무거워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6. 쉴 새 없는 성대
문자 그대로 끊임없이 말을 한다. MC로서 프로그램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촬영 중 혼자 이동할 때조차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때론 “자, 이번 순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다 돈도 줍는 일석이조의 시간, 스타들의 비밀을 알아보고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도 받아가는 <해피투게더>만의 알짜배기 코너, 스타퀴즈 세상에 이럴 수가!”와 같은 멘트를 따발총처럼 내뱉기도 했다. 이러니 성대결절의 위험에 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398회 (2014.10.04.)
수다 본능은 라디오에서도 그칠 줄 모른다.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일일 DJ로 나선 유재석은 촉박한 방송 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멘트를 쏟아냈으며, 게스트 이적과 함께 만담을 나누기도 했다.

7. ‘저쪼아래’ 가슴
티셔츠를 입어도, 하얀 쫄쫄이를 입어도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 두 개의 흉점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아래쪽에 위치했다는 사실 말이다. 감춰두고 싶은 신체적 약점일 수도 있지만, 유재석에겐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일 뿐이다. 운동을 통해 ‘그것’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소문도 있으나, 사진상으론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35회 (2007.01.07.)
새해를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목욕탕을 방문하는데, 물에 젖은 흰 러닝셔츠 위로 그의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지어 때를 벗기는 과정에서 유재석의 맨몸을 목격한 정준하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이 손님은 왜 젖꼭지가 밑으로 내려와 있어?”

8. 따뜻한 심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를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며, 촬영 도중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줄 아는 능력도 탁월하다. 라디오 일일 DJ 체험 당시, 레이디스코드의 ‘I’m Fine Thank You’를 선곡하며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날아간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는 말로 故 권리세와 고은비를 추모했다.

+ 추천 에피소드: KBS <나는 남자다> 10회 (2014.10.10.)
취업준비생들의 부모님이 보낸 영상편지가 공개되었고, 이야기를 경청하던 유재석은 눈물을 흘렸다. 특별한 멘트가 없어도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9. 챙겨주는 손
나머지 멤버들을 다독이고 격려해 어떻게든 끌고 가는 리더십이 강하다. 유재석은 봅슬레이, 조정, 스피드레이싱, 에어로빅, 응원 등등 어려운 과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항상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한편, 가장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도전에 임했다. 그가 ‘괜찮다’며 나머지 멤버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릴 때, ‘할 수 있다’며 애써 기합을 넣고 파이팅을 외칠 때, 도전은 이미 그 과정 자체로 의미를 갖게 된다. 혹여 끝내 실패할지라도.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236회 (2011.02.12.)
‘동계올림픽 특집’ 단체미션 당시, 눈 덮인 스키 점프대를 오르지 못하던 길에게 아이젠을 기꺼이 벗어주고, 함께 올라가자며 손을 뻗은 건 유재석이었다. 그로 인해 방송은 장기 프로젝트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10. 자신감의 원천 엉덩이
항상 딱 달라붙는 바지로 엉덩이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엉덩이가 빈약한 이광수에게 “엉덩이가 실종됐다”고 놀린다. ‘엉덩이 부심’이 폭발하는 것은 댄스를 소화할 때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쌈바 춤을 추는 걸로도 모자라, 걸스데이와 함께 ‘멜빵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감탄보단 경악을 자아내는 쪽이지만, 어차피 그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346회 (2013.09.07.)
‘무도가요제’를 위해 마련된 ‘무도나이트’에서 그는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무대를 재해석해 보여주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그의 춤사위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부끄러워했지만, 참가 뮤지션 중 한 명이었던 유희열은 무려 기립박수를 선사했다.

11. 백만 불짜리 다리
예전에도 유재석은 빨리 달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런닝맨’을 시작하며 그의 다리는 단지 빠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건강함과 지구력마저 갖추게 되었다. 프로그램 초반 감옥 단골 멤버였던 유재석은 시간이 흐를수록 레이스 후반까지 살아남고, 때로는 우승까지 넘볼 만큼 에이스로 성장했다. 예능을 위해 운동과 금연을 고집하며 이룬 변화란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325회 (2013.04.13.)
‘술래잡기’ 특집에서 술래가 된 유재석은 미션 종료까지 30초를 앞두고 정준하와 길에게 쫓겼다. 그러나 그들과 점점 더 거리를 벌리며 살아남아 결국 상금을 획득, 최종 우승했다.

12. 늘 바쁜 발
“고고고! 무브 무브 무브!” 한동안 유재석의 입버릇은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야외 버라이어티는 특성상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그림을 뽑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빠르게 이동하거나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수적이다. 유재석이 늘 멤버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똑같이 분주하다. 그리고, 그것이 유재석의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 추천 에피소드: <무한도전> 148회 (2009.04.04.)
에어로빅 스승 ‘할마에’로 분장한 유재석은 발레리나 복장을 한 노홍철, 전진과 함께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발레 시범을 보였다. 단순한 설정이었지만, 단호하게 “고!”를 외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유재석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던 한 회였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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