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의 세 소년, 어디까지 보고 오셨어요?

2014.10.15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기억을 잃고 정체불명의 공간에 갇힌 소년들이 탈출을 위해 거대한 미로 속을 달린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제임스 대시너의 3부작 소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첫 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메이즈 러너>가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내년 개봉을 확정 지었다. 한국에서도 벌써 250만 관객을 돌파한 <메이즈 러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소년들’의 존재와 그 조화에 있을 것이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준 창조자들을 향해 “위키드 이즈 굿”을 읊조리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메이즈 러너>의 글레이드 3인방,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생스터, 이기홍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만능러너 토마스, 딜런 오브라이언 (1991년 뉴욕 출생) 

한국에서는 비교적 낯선 얼굴이지만, 딜런 오브라이언은 어마어마한 팬덤을 지닌 MTV <틴 울프>의 귀염둥이 스타일즈이자 일찌감치 텀블러를 접수한 스타다. 배우였던 어머니와 촬영기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소년은 친구를 사귀지 못한 바람에 비디오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다 방송국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 소년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은 <머니 볼>, 트위터 프로필에는 ‘영원히 고통받는 메츠 팬(long suffering Mets fan)’이라고 적어놓았을 만큼 야구를 사랑하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시라큐스대에서 스포츠 방송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LA에 머물며 오디션을 보느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일부 과목을 이수했다. 그리고 <틴 울프>의 주인공 스캇 역 오디션을 제안받았을 때 대본을 읽어본 뒤 ‘괴상하고 멋진’ 스캇의 친구 스타일즈 역을 마음에 들어 하며 바꿔줄 것을 요청한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했다. 늑대인간 데릭(테일러 후츨린)과 늑대인간이 된 스캇(타일러 포시)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 슈퍼 솔져 사이에서 의외의 활약을 보이는 민방위 같은 스타일즈의 매력은 딜런 오브라이언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딘가 < The O.C >의 애덤 브로디를 연상케 하는 외모와 귀여운 너드의 이미지는 사랑에 서툰 고등학생을 연기한 <더 퍼스트 타임>, 똑똑하지만 시니컬한 공학도를 연기한 <인턴쉽> 등의 출연작에서도 잘 드러난다. 게다가 그는 실생활에서도 “여자에게 말을 걸 때는 항상 약간 수줍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옷에 대해 아무 의견도 없고 패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을 만큼 일관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굳이 <메이즈 러너> 프로모션 내내 듬성듬성한 수염을 기르고 다님으로써 미소년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스코치 트라이얼> 외에 차기작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어쩌면 거기에 있을 지도…. 

원작 엿보기: 기억을 일부 되찾은 토마스에 따르면 소년들의 이름은 그들을 글레이드에 보낸 창조자들이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가져와 붙인 것이다. 알비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뉴트는 아이작 뉴턴, 토마스는 토마스 에디슨이라는 식이다. 다만 민호만큼은 샤이니의 민호, 가 아니라 제임스 대시너의 한국인 조카사위로부터 따온 이름이라고(<씨네 21>) 하니 그가 아니었다면 민호는 ‘(우)장춘’이나 ‘(이)휘소’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우연은 이기홍이 학교에 다닐 때 잠시 사용했던 영어 이름이 토마스라는 사실이다.


블링블링 뉴트, 토마스 생스터 (1990년 런던 출생)

그렇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새아버지(리암 니슨)에게 짝사랑의 고충을 토로하던 귀여운 소년, ‘그대로만 자라다오’라는 누나들의 바람 때문인지 정말 키만 빼고 ‘그대로’ 자란 모습이 신기할 정도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린 고양이 같은 얼굴로 “스물네 살이에요. 스물넷으로는 안 보이지만 더 이상 꼬마는 아니죠.”라며 씩 웃는 여유로움은 예사롭지 않은 매력이다. 양친이 모두 배우에, 널리 알려졌다시피 휴 그랜트와는 육촌 관계, 열두 살에 출연한 <러브 액츄얼리>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니 그가 운과 인맥으로 일찌감치 성공을 거머쥐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벼운 난독증으로 남들 앞에서 교과서를 읽을 때마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던 소년에게 영화는 탈출구였다. 아버지가 배우로서의 경력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았음에도 연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다행히 소년은 부모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고 <내니 맥피>를 비롯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더빙, 뮤직비디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이처럼 부지런한 토마스 생스터의 커리어에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썸 독스 바이트>에서 그는 입양 보내진 어린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유괴를 저지르는 소년 역을, <베이비타운 디스코>에서는 범죄자들에게 선의의 유괴를 당하는 장애인 소년 역을 연기했다. 그리고 <닥터 후> 3시즌의 두 에피소드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소년을 연기했던 그는 <왕좌의 게임> 3시즌에서 브랜든 스타크를 인도해 힘겨운 여정을 함께하는 조젠 리드 역을 맡았는데, 그 역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비틀즈 결성 전 존 레논의 삶을 그린 영화 <노웨어 보이>에서 깡마른 체구에 몸통만 한 기타를 멘 열다섯의 폴 매카트니를 연기한 그는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가 보컬을 맡은 밴드 Winnet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토마스 크롬웰의 삶을 그린 힐러리 맨틀의 소설 <울프홀>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와 독특한 가족 범죄 영화 <팬텀 헤일로>에 출연할 예정이니, 복습할 작품도 예습할 작품도 많다.

원작 엿보기: 원작에서 뉴트의 외모는 ‘키가 크고 근육질의 팔뚝을 지녔으며 티셔츠에 닿을 만큼 긴 금발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179cm로 키는 큰 편이지만 호리호리하다 못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체격의 토마스 생스터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긴 금발이라는 점만큼은 원작에 충실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카리스마 민호, 이기홍 (1986년 서울 출생)

등장인물 중 신체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비중이 크며,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 한국계 신인 배우. <메이즈 러너>에서 이기홍은 여러 가지 의미로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인다. 다섯 살에 뉴질랜드로, 다시 일곱 살에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한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U.C 버클리를 졸업했다. 교회에서 연극을 해본 적은 있지만 대학 졸업반이 되기 전까지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없었던 그는 원래 가족의 기대대로 교사가 될 계획이었다고.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 ‘두부마을’에서 일하며 오디션을 보던 그는 <빅토리어스>, <모던 패밀리> 등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등장했고 ABC <나인 라이브즈 오브 클로이 킹>에서는 주인공의 친구 역을 맡았다. <메이즈 러너>의 민호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아시아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기홍은 슈퍼 히어로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슈퍼파워를 지닌 친구를 부러워하는 이 엉뚱하고 귀여운 소년이 “전형적인 괴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그가 이 작품에 출연하던 당시 그의 조부모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수요일마다 전화를 걸었는데, 이기홍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그 밖에도 유튜브에서는 이기홍이 출연한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 She Has A Boyfriend >에서 고백하는 상대마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사랑스러우니 놓치지 말 것. 한편, 최근까지도 해외 웹에서는 이기홍과 FT 아일랜드의 이홍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위키피디아의 이기홍 페이지에는 “이홍기와 헷갈리지 말 것”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이기홍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몇 년 전 인터뷰에서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그 사람 사진이 뜬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굉장한 스타인가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즈 러너>의 성공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그는 2015년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제로 아워>를 원작으로 한 Sci-Fi 채널의 <더 위스퍼스>에 ‘피터 김’이라는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며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가 70년대에 진행한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스탠포드 프리즌 엑스퍼리먼트>에서 죄수 개빈 챈 역을 맡았다.

원작 엿보기: 비교적 진중하고 쿨한 성격의 영화 속 민호에 비해 원작의 민호는 꽤나 욱하는 면이 있고 점점 말도 많아진다. 특히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시트를 덮어쓴 토마스에게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여자 같다”고 놀리는가 하면, 위기를 앞두고 “우리가 다시 못 만나게 되더라도 내가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줘” 같은 농담을 던지는 등 구박을 가장한 애정 표현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준다.

참고 사이트: IMDb. <데일리 메일>, <퍼시픽 시티즌>, <세븐틴> 등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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