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루한 이후 기로에 서다

2014.10.15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팀을 탈퇴했고, EXO의 루한은 전속계약 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로서는 명백한 위기다. 그러나 2001년 H.O.T.는 아예 해체했었고, 2009년 동방신기는 다섯 멤버 중 세 명이 팀을 떠났다. 그러나 SM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성공시켰다. 2인조가 된 동방신기는 도쿄돔에서 공연했다. 한경이 탈퇴한 슈퍼주니어와 크리스만 탈퇴했을 때의 EXO는 큰 무리 없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SM은 H.O.T.부터 EXO까지 늘 멤버 탈퇴에 관한 진통을 겪는 동시에, 점점 그 리스크를 줄여갔다. 산술적으로 3/5의 문제가 1/9나 2/12로 줄어서만은 아니다. EXO-K와 EXO-M은 시작부터 한국과 중국 동시 활동을 염두에 두고 두 팀 멤버들의 외모, 체격, 목소리까지 비슷하도록 뽑았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거의 매달 전 세계의 여러 작곡가들이 SM의 스튜디오에 모이는 라이팅캠프(Writing Camp)에서 만들어진다. 이 캠프에서 SM의 스태프들은 여러 작곡가들이 협업하고, 협업의 결과물이 소속 가수에 맞게 수정되도록 유도한다. 

지금 SM은 스타의 매니지먼트보다 오히려 그들을 스타로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수만 회장은 이 기술에 대해 오래전부터 ‘컬처 테크놀로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기술력은 SM이 더 많은 멤버로 구성된 그룹을,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회사의 기술력이 좋아지는 만큼 스타 개인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제시카는 애초에 소녀시대를 떠나지 않고 개인 활동을 병행하려 했고, 소녀시대 멤버들은 모두 SM과 계약했다. 회사와 팀을 떠나는 것보다 SM 또는 소녀시대와 함께하는 것이 이익이어야 가능한 결정이다. 지금의 SM은 2인조가 된 동방신기를 퍼포먼스 중심의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안무를 짜고, 결국 도쿄돔에 서게 만드는 기획력을 가졌다.


크리스와 루한의 소송은 SM의 기술력과 멤버의 영향력이 부딪힌 결과다. 루한은 소장에서 “광고에서 비중이 컸는데, 기여도를 감안하지 않고 멤버 수대로 수익을 분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송 이후 SNS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썼다. 단체 광고에서 비중이 높았다는 이유로 돈을 더 받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주장이지만, 루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국적을 강조하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팀에서의 영향력을 주장한다. SM은 중국 진출을 위해 여러 명의 중국인 멤버를 캐스팅했다. 마케팅을 고려하면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EXO의 중국 내 인기가 오를수록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SM은 크리스의 탈퇴 이후 홍콩의 미디어 아시아그룹과 중국 내 독점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MOU를 맺었다. 이것은 현지에서 벌어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술 보호 정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자 그대로, SM에게는 다시 한 번 신기술이 필요하다. 슈퍼주니어 M처럼 원래 그룹 외에 또 다른 중국 활동용 그룹을 만들어도 무리 없이 활동시키는 것처럼, 개념부터 새로운 그룹을 만들 수 있는 신기술. SM의 위기가 한시적인지, 극복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는 여기서 갈릴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SM의 연습생들은 SM루키즈라는 이름으로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레드벨벳이 S.E.S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Be Natural’에는 SM루키즈의 태용이 랩을 했고, Mnet < EXO 902014 >에는 SM루키즈들이 신화의 ‘Wild Eyes’를 소화했다. 팀이 정해지기 전에 SM 소속으로 이름을 알리고, SM이 히트시킨 노래를 부른다. 팀 이전에 ‘Made in SM’이 부각되고, 레드벨벳과 랩을 한 것처럼 다른 조합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SM루키즈처럼 SM의 모든 가수가 특정 팀이 아닌 회사의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간다면, 리스크는 1/멤버수가 아니라 1/SM소속가수로 낮아질 것이다. 교제나 결혼을 한다 해도 문제는 지금보다 줄어들고, 반대로 회사의 결정권은 커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가정이다. 아이돌 그룹이 팀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아이돌 그룹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We are one’이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또한 기술력으로 기획을 치밀하게 할수록, SNS와 파파라치로 둘러싸인 한국 연예계에서 기민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기술 기업인 이 회사가 그들의 방향을 유지하려면, 그들은 좀 더 큰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레드벨벳은 ‘행복’에서 발랄한 모습을, ‘Be Natural’에서 노출을 하지 않고도 섹시한 모습을 보여줬다. 곡 하나마다 명백한 콘셉트를 제시했고, SM이 옛 그룹의 곡을 지금의 루키들에게도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Be Natural’만 보면, 이 곡은 원곡을 거의 그대로 소화한 리메이크일 뿐이다. ‘행복’과 ‘Be Natural’이 의미를 가지려면 레드벨벳이 곡마다 하나씩 쌓아가는 콘셉트로 무엇을 완성시킬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이들의 두 곡은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다. SM이 조만간 SM루키즈나 레드벨벳으로 그들의 새로운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꾸준히 성공해온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성공한 만큼 사고도 참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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