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2014.10.13

서태지는 사생활로 인해 음악 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이 없는 아티스트였다. 애초에 사생활이 드러난 바가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년 만의 컴백 전, 서태지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가족 등 특정 대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안해 하는 ‘연예인’이 되었다. 게다가 서태지에 대하여 ‘누구세요?’라고 묻는 광고는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토크쇼의 농담이기는 했지만, 그의 부인조차 전성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데 현재의 젊은 대중들은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그의 이번 컴백은 ‘난 알아요’의 데뷔 이래로 가장 커다란 도전이라 해도 좋다.

‘소격동’이 아이유와 서태지의 버전으로 나뉘어 나온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단지 아이유의 음원이 차트 1위를 해서는 아니다. 음악 자체로 보나 남녀가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맥락에서나, 아이유의 버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이유는 별도의 기획 없이 서태지 버전을 가이드 삼아 특유의 무해한 보컬만을 그대로 살려 불러낸다. 아이유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편곡은 다소 축약되어 있고, 음향의 스테이지는 아이유의 후방에 좁게 모여있다.
그 결과 아이유의 목소리가 1980년대 한국 가요의 리메이크에서 보여준 파괴력은 일렉팝 사운드와 만나서 장르의 전형성을 강화할 뿐이다. 소년과 소녀의 시점을 분리하는 기법을 동원한 것처럼 두 비디오 역시 사실 서태지 버전 하나만 있더라도 그 서사에 문제가 없다. 사태의 진실 중 소년에게만 속하는 것은 없다. 그는 그저 제한된 정보를 가졌을 뿐이고, 그 정보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소년의 맥락은 변하지 않는다.

서태지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당시에 유행하는 서구 음악계의 스타일을 발 빠르게 수용하되, 특유의 멜로디 감각과 사운드 수준으로 서태지라는 인장을 확실하게 남겼다. 그것이 요컨대 ‘장르 수입상’ 논쟁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를 인정하도록 만들었던 장점이다. 하지만 아이유의 '소격동'은 아이유의 보컬을 강조하면서 평면적인 일렉트로닉 팝에 그쳤고, 고유의 장점보다는 당대의 유행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소격동'의 발표 이후 거론된 표절설은 이 버전의 문제에 대한 대중적 발언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표절은 아니지만, 아이유의 '소격동'은 그만큼 평이한 일렉트로니카 팝에 가깝고, 서태지 특유의 장점은 사라졌다. 애초에 무슨 이유로 기획된 것이든, 뮤지션의 장점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음악적으로 좋은 시도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서태지가 부른 '소격동'은 그가 왜 아이유를 끌어들였는가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서태지의 버전은 단지 남성 보컬판이 아니라 애초의 의도에 가깝다. 음향은 넓게 펼쳐지며 전체 곡의 지배구도를 양분하는 킥과 신스 사이의 긴장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동시에 기타 스트로크를 비롯하여 밴드의 존재를 밝힌다. 단순한 내용의 전달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자신의 입말이 어떻게 들리는지 고려하여 가사를 쓰고 부르는 보컬은 서태지 자신이 의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다.

서태지가 고유의 장점을 드러낼 때, ‘소격동’의 장르적 선택도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소격동’은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을 구현하되, 최근 주류음악계가 선택한 댄스뮤직, 이른바 EDM(일렉트릭 댄스 뮤직)이 아니라 복고적 성향의 ‘인디 일렉트로닉’에 가깝다. 국내와 최소한의 접점을 가진 스타일을 주로 구현하던 서태지가 한국에서 거의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며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시도는 흥미롭다. 그 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대중적인 친화력이 가장 높은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아이유가 '소격동'을 먼저 부른 것은 대중에게 음악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한가지 선택이다. 음악적으로는 아쉽지만, 자신의 음악에 접근하는 전략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격동’ 또는 그 이후의 관전 포인트는 장르의 생경함을 뛰어넘어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서태지가 과거에도 했던 일이다. 다만 그 때 그는 자신의 스타성과 음악으로만 이것을 해결했다. 지금은 아이유에게 노래를 부탁하고, 다소 음악적인 부분을 포기하기도 했다. 뮤지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알던 서태지에게는 낯선 일이기도 하다. 딱 그만큼이 지금의 서태지인 것 같다. 이제 새 앨범 < Quiet Night >를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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