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김지숙 “바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안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다”

2014.10.13
김지숙은 걸 그룹 레인보우의 멤버다. 그런데 블로그에서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세안제 리뷰를 쓰며, 자동차 워셔액 교체 시범을 보인다. 그 와중에 KBS <연예가중계>의 리포터, 아이돌이 한 번도 입성한 적 없는 <아침마당>의 고정 패널, 각종 공연과 라디오 출연 등 본업에도 당연히 충실하다. 스스로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딘다”고 말할 정도로 부지런한 것은 물론, 매사에 전력투구하며 살아가는 생활인, 김지숙을 만났다. 카메라와 녹음기 앞에 바짝 당겨 앉은 그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최근엔 예전만큼 블로그 포스팅을 자주 하진 않던데.

김지숙: 스케줄이 새벽에 끝날 때가 많다. 하지만 포스팅할 것들은 다 준비해놨다. 다섯 개에서 열 개 정도? 노트북에 폴더를 여러 개 만들어서 파일로 싹 정리해놓은 상탠데, 언제 어떻게 올릴지 생각 중이다. 원래 아이템이든 할 일이든 최대한 미리 계획해놔야 좀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라, 그래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이제는 요리나 뷰티 팁을 알려줄 뿐 아니라 자동차 수리, 건프라 조립까지 하더라.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면서 더 새로운 걸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나.
김지숙: 그런 면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 굳이 다른 걸 찾진 않는다. 어떤 분들은 ‘남자한테 인기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하시는데, 나는 진짜 그런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웃음) 어릴 때부터 워낙 기계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학급에서 프로젝트 TV를 관리하기도 했고, 집에서도 컴퓨터나 음향기기에 관련된 건 내 몫이었다. 지금도 노트북이랑 탭북, 패드를 다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포스팅을 하다 보니 딱히 부담스럽진 않다.

포스팅을 할 때 특히 신경 쓰는 건 뭔가.
김지숙: 첫 번째는 정보 전달이고 두 번째는 재미, 세 번째는 스토리다. 나 역시도 재밌어야 끝까지 보지,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꺼버린다. 그래서 이모티콘이나 재밌는 말투를 쓰는 건 물론이고, 글을 주르륵 읽었을 때 맥이 끊어지진 않는지 확인한다. 사진은 주로 아빠랑 매니저 오빠가 열심히 찍어주시고. 그런데 요즘엔 아빠가 갑자기 연출 욕심을 내고 계신다. “아빠, 이쪽 괜찮아요?” 하면 그게 아니라 이렇게 서봐라, 내가 잘 찍을 수 있다, 막 그렇게.

연예인 블로그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던데,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지숙: 트위터는 글 쓰는 게 너무 한정적이다. 하고 싶은 말이나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을 다 못 올렸는데도 140자가 훌쩍 넘어버리더라. 그러다 중ㆍ고등학생 때 미니홈피를 했던 게 떠올랐고, 그걸 살려서 블로그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게 지난해 8월인데, 그땐 연예인 블로거가 거의 없어서 좀 재밌고 신선할 것 같았거든. 사실 트위터는 좀 일방적이다. 나 혼자 ‘이거 했습니다. 저 어때요? 예뻐요?’ 이런 느낌이라면, 블로그는 ‘이거 했는데 여러분도 따라 해보세요. 여러분 의견은 어떠세요? 다음엔 뭘 해볼까요?’ 이렇게 쌍방향 소통이 된다. 팬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좋은, 더 매력적인 창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블로그를 해보겠다고 말할 때도 그 지점을 강조했지. 솔직히 회사 입장에선 이렇게 잘될 줄 몰랐을 거다. (웃음)

본인도 몰랐던 거 아닌가.
김지숙: 인터뷰나 방송에서 블로그에 대해 이렇게 언급할 때 말고는, 잘된 건지 체감을 잘 못 한다. 늘 하던 걸 블로그에서도 하고 있을 뿐이니까. 내가 블로그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하나 더 생긴 거라 재밌다. 댓글이랑 방명록을 확인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해 초부터는 사진도 배우고 있다. 예전엔 많은 분들이 내 블로그에 기대를 안 하셨는데, 차츰 활성화되다 보니 가끔 사진 하는 분들이 이건 핀이 나갔다, 이건 구도가 별로다, 이런 말들을 써주신다. 채찍질이 아니라 도움말을 주시는 거다. 그래서 사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안 했으면 모르지만, 시작한 이상 안 하니만 못한 걸 만들고 싶진 않다.


뭔가를 배울 시간이란 게 있나.
김지숙: 쉬는 날이 거의 없긴 하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나가는 거랑 스튜디오 촬영이 있고, 심지어 <아침마당>에 나갈 때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 외에도 라디오, 행사, 예능까지 하다 보면 일주일이 훅 흘러간다. 정말 8, 9월은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지금이 개인 스케줄만 따지면 데뷔 후 가장 바쁜 시기인 것 같다. 약간 힘들긴 하지만, 우리 팀이 공백기도 어느 정도 있었고 항상 잘됐던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바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안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은 거지.

데뷔 초반엔 리더 김재경이 개인 활동으로 팀을 알렸다면, 지금은 본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김지숙: 일단 어디에 나갔으면 ‘레인보우’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더 말하려고 한다. (웃음) 솔직히, 재경 언니가 방송에 많이 출연했을 때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다 안다. 아마 방송에 한 번이라도 나가본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신인들은 대사 한 줄 없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땐 언니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지금은 몇 년이 흘렀으니 나는 좀 더 편하게 방송을 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 팀 멤버들이 정말 좋은 게, 누가 TV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질투를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응원하고, 다음 날 일찍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씻을 수 있게 양보해주기도 한다. 사소한 배려지만 그런 부분에서 참 고맙다.

가끔 함께 출연한 방송을 보면 팀워크가 좋은 게 확 느껴지더라.
김지숙: 일곱 명이 진짜 잘 만난 것 같다. 아직도 다 같이 숙소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다.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는데, 멤버들이랑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아직 음악방송 1위는 못 했지만, 길게 보면 인생에 있어서는 사람을 얻었잖아.” 만약 결혼을 한다면 당장 들러리 서줄 사람도 있는 거고. 솔직히 우리가 그룹이 된 이유는 있다. 각자 뭔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솔로를 했겠지. 누군가에게 모자란 부분을 다른 사람이 채워주니까 융화가 잘 되는 것 같다. 우린 어딜 나가도 누구 하나 표정 어두운 사람이 없고, 숙소에서 각자 맡은 포지션도 여전히 잘 지키고 있다.

본인의 포지션은 뭔가.
김지숙: 총무. 돈 걷기, 전기세 납부, 쓰레기봉투 구입 등 궂은일들을 하고 있다. 가끔은 독촉도 해야 되고. (웃음) 하지만 움직이는 걸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귀찮진 않다. 서로 즐겁게, 불함 없이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도 하고.

한가한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 걸까.
김지숙: 그렇다. 우리 가족들이 다 부지런하다. 어렸을 때, 마당에 눈이 쌓여 있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우리가 넘어질까 봐 아빠가 다 쓸어서 한쪽에 모아 놓으신 거지. 그런 걸 보면서 크다 보니 나 역시 가만히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밤에 눈 감고 누워서 하루를 되새겼을 때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으니까 뿌듯하다’ 이런 게 좋지, ‘오늘 뭐 했지? 뭐 했더라?’ 이건 너무 싫다. 그래서 뭔가를 꼭 해야 한다. 가령 블로그에 폴더라도 하나 만들어놓는다든가. 주변에선 “넌 피곤하지도 않니?”라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뭐, 남들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괜찮다. 아침부터 헤어메이크업을 하러 가야 하는 날엔 더 일찍 일어난다. 숙소에서 미리 머리를 감고 나가는 거다. 숍에서는 머리를 감아본 일이 거의 없다. (웃음) 그럼 준비하는 데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데, 이게 여러모로 편하다. 남는 시간엔 다른 걸 할 수 있으니까.

혹시 일기도 쓰나.
김지숙: 따로 쓰진 않는다. 예전엔 썼는데, 괜히 우울해지더라. 사실 나는 전형적인 A형이었다. 혼자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막 슬퍼하고. 숙소생활과 방송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은 성격이 진짜 많이 변한 거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냥 까먹어버린다. 고민하고 괴로워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하루하루 즐겁게, 열심히 살기도 바쁜데 정신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연예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일을 할 순 없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없었나.
김지숙: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그때를 기회로 삼아서 뭔가를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놓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니면 놀면서 사진이라도 많이 찍거나. 그동안 그냥 ‘아, 나는 일 안 하니까…’ 이러는 것보단 뭐든 해놓으면 나중에 컴백하거나 방송에 나갔을 때 할 이야기도 많아진다. 예전에 ‘가십걸’ 활동이 끝났을 땐가, 좀 길게 쉬었던 시기가 있었다.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나는 누구인가’ 같은 생각만 많이 들더라. 그때 책을 읽으면서 말하는 방법이나 대화법을 공부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말이란 건 굉장히 중요하고,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KBS <대변인들>에서 걸 그룹의 섹시 콘셉에 대한 의견을 밝혔던 게 기억난다. 걸 그룹에겐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때론 그런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김지숙: 어떻게 나를 믿었던 건지 모르겠는데 (웃음) 작가 언니가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시청자의 입장도, 걸 그룹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다’라는 서두를 밝히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디서든 내 의견을 꾸며내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다른 분들이 비뚤게 받아들이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내 중심이 있는 상태에서 말하려고 하는 거다. 더불어 당당한 자세도 중요하다. 쭈그리고 있거나 우물쭈물하면 보는 분들도 ‘쟤 좀 자신이 없구나’ 혹은 ‘이 얘기는 경청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느끼실 것 같았다. 이건 <연예가중계>에서 배우분들을 인터뷰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눅 들어 있으면 방송에도 도움이 안 되고, 상대방도 불편하겠지.

평범한 직장인이었어도 사회생활을 잘했겠다. (웃음)
김지숙: 진짜 일을 많이 하고 있지 않았을까. 돈 모아서 해외도 많이 나갔을 것 같다. 뭘 보고 경험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 지금도 웬만하면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 다닌다. 아, 그러고 보니 소속사 사무실에 가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맨날 젖은 머리에 롤을 말고 가니까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는 내가 연예인인 줄도 모를 거다. (웃음) 사무실엔 와이파이가 잘 터지니까 블로그 관리도 할 수 있고, 홍보팀 실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한다. 직원들보다 빨리 출근할 때도 있다. 커피가 공짜라 한 잔 딱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면 뿌듯하다.

연예인이라는 걸 딱히 의식하면서 살진 않는 걸까.
김지숙: ‘편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가 아니라, 그냥 내가 다른 분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거다. 무엇보다 내가 편하니까.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고. 연예인이 TV에 나오는 사람이긴 하지만, 먼저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다가 무대에선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면, 왠지 아는 사람이 TV에 나오는 것처럼 친근한 느낌도 받으실 것 같다.

아이돌로서는 독특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까.
김지숙: 자부심은 아니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우선 우리 팀 멤버가 일곱 명이다 보니 한 명 한 명 캐릭터를 갖는 게 어렵고, 걸 그룹 사이에선 더 어렵고, 아이돌 전체로 확대하면 더 치열하다.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거다. 한마디로 캐릭터 싸움이지. 그게 확고하지 않으면 보는 분들 입장에서도 나한테 별로 흥미를 못 느끼실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일들을 하게 되더라도 나만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가령 데뷔 때부터 라디오 DJ가 꿈이었는데, 아침 프로그램이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내 경우엔 ‘우와, 대스타가 라디오를 한다’ 이런 느낌은 아니니까 (전)현무 오빠처럼 파이팅 넘치게 아침 방송을 하면 신선하지 않을까. 저녁 라디오 DJ를 하는 아이돌들은 많기도 하고.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 테니 그걸 기회로 길게 살아보는 것도…. 아, 그런데 나 오늘 너무 일개미처럼 말하지 않았나?

스타일리스트. 백영실
니트 크롭톱과 팬츠 모두 아메리칸 어패럴.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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