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장동민, 뜻밖의 지니어스

2014.10.13


장동민이 tvN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이하 <더 지니어스 3>)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오랜 친구인 유세윤과 유상무는 나가지 말라며 만류했다. “똑똑한 사람들 나와서 두뇌싸움 하는 데 나가서 무슨 개망신을 당하려고?” “나 똑똑하다”고 반박하는 장동민에게 그와 대학 동기이기도 한 그들은 재차 말했다. “알아. 그래서 재수해서 전문대 갔잖아.”


사실 “서로 뭘 싫어하는지 아니까 싫어하는 걸 꼭 하는” 친우이자 악우인 두 사람 외에도 <더 지니어스 3>에서 장동민의 선전을 내다본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독설과 욕설, 고함과 깽판의 아이콘인 그가 두뇌 대결이라니. 과연 룰은 알아들을까? 불리하면 괜히 억지 쓰는 거 아닐까? 장동민 특유의 밑도 끝도 없는 버럭 개그가 통할까? 갖은 염려가 만발했지만 장동민은 요즘 하버드대,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며 호령한다. “학벌 좋으면 뭐해? 눈치가 없잖아”, “펜대나 굴릴 줄 알지!” 무작정 큰소리만 치고 보는 것은 아니다. <씬 시티>의 악당처럼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눈을 찡긋하는 이 남자는 누구보다 먼저 게임을 장악하고 아무도 판세를 읽지 못할 때 승리를 장담한다. 전 시즌 스타 플레이어였던 홍진호의 지략에 이상민의 촉을 더하고 김구라처럼 거침없이 말하는, 조금 다른 의미의 ‘사기 캐릭터’다.

그는 천재일까, 아니면 그냥 ‘미친 자’일까. 장동민을 둘러싼 오래된 의문이다. 사업하느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는다고 성토당하면서도 “저는 떵떵거리고 살아야죠”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화법에서 농담과 진심을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유세윤에 대한 질문을 받자 “범죄자는 방송에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글로 옮겨놓으면 당황스러울 만큼 심각하고 살벌한 내용도 막상 장동민의 심드렁한 말투로 들으면 조금 센 농담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은 남들의 의도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겠다는 청개구리 같은 의지의 발현에 가깝다. 그래서 김구라, 박명수 등 지극히 소수의 예능인만이 선점했던 영역의 신흥 강자로 올라선 그의 ‘욕쟁이 할매’ 같은 태도는 앞뒤도, 위아래도 없이 막 던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정곡을 찌른다. 속이 빤히 보이는 이미지 메이킹에 “뭔 개소리야?”라며 찬물을 끼얹고, 나이로 위세 부리려는 이에게 “이 냥반 좀 봐라”라고 코웃음 쳐 넘기며 상대의 무기를 무력화시켜버리는 것이다.


장동민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하나. 몇 년 전 대학 축제의 사회를 맡았던 그는 후반에 있을 불꽃놀이를 홍보해달라고 자꾸 귀찮게 하는 관계자 때문에 심사가 뒤틀려 막상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저기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힘들게 벌어서 낸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틀린 말은 아닌데 씁쓸하다. 그래서 웃기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혹은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을 태연히 끄집어내 모두의 눈앞에서 뻥 터뜨린다. 그래서 장동민의 진짜 장기는 욕설이나 호통보다도 핵심을 찌르는 직설에 있다. 인사치레나 완곡 화법 따위는 없다. 과거에는 ‘전하는 말씀’이라 불렸던 라디오 광고 타임에 DJ 장동민은 말한다. “누가 돈 줬는지 들어볼까요?”

사회적 약속, 게임의 룰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그 기능과 허점을 그만큼 명민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MBC <연애고시>에서 장동민은 “오빠, 일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라고 묻는 여자친구에게 해줄 말로 제3의 답 “시끄러!”를 내놓았고,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에서는 밥 다섯 그릇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함께 촬영 중이던 단역 배우들을 불러 밥을 덜어주었다. 안 된다는 것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 것에서 해법을 찾는다. 그가 <더 지니어스 3>에서 룰을 분석하고 어떤 지점을 어떻게 파고들어야 이길 수 있는지를 빠르게 찾아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동물적 본능과 뛰어난 머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욱하는 성미도 호통도 여전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동생들을 휘어잡고 연장자를 구워삶는 처세 능력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두려움과 욕망의 싸움’이라는 <더 지니어스 3>에서 쫄지 않고 명분과 실리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며 게임을 즐기는 장동민은 현재까지 이 뜨거운 세계의 주인공이자 승자다. 몇 년 전, 사업에 한창 실패하던 장동민에게 “대박을 칠 거다. 어디서 칠진 모르지만…”이라던 이경규의 말은 이루어진 것 같다. 설마 여기서 대박을 칠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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