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행복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2014.10.10
처음 알베르토 몬디에게 인터뷰 제안을 하기 위해 문자를 남겼을 때, 한동안 답이 없었다.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매니저도 없고 하루하루가 바쁜 직장인이기에 바로 연락이 닿기는 힘들겠구나, 생각하던 찰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알베르토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한 그는 회의 중이라 답장을 못 했다며 양해를 구했고, 이후 몇 차례 이어진 통화에서도 늘 악속한 시간에 정확히 연락하며 작은 내용에도 하나하나 귀를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JTBC <비정상회담>의 친절한 이탈리아 남자의 모습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알베르토는 생각보다 더 멋진 남자였다.

얼마 전, 월말이라 많이 바빴다고 들었어요.
알베르토
: 네. 월말에는 자동차 판매 대수 정리하고 다음 달 프로모션 준비해야 하는 게 있어서 바빠져요. 요즘에 지프나 크라이슬러가 잘 팔려서 더 정신없더라고요. 저처럼 영업부뿐만 아니라 물류팀도 야근 많이 했고요. 근데 이제는 괜찮아요. 평소에는 매장에 가서 딜러 관리를 하니까 월요일, 금요일 빼고는 전국 방방곡곡을 가거든요. 그래서 주로 혼자 운전하고 다닐 때가 많은데, 지방 가면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어서 좋아요. 아저씨 입맛이라 청국장, 전, 산채비빔밥, 나물 이런 거 엄청 좋아하고요. 특히 전주, 광주 갈 때 신나요.

혼자 오래 운전할 때 지루하지는 않아요?
알베르토
: 그 시간에 라디오 많이 들어서 괜찮아요. 원래 EBS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전)현무 형 라디오 들어요. 약간 강제적이기도 해요. (웃음) 형이 가끔 어제 방송에 뭐 나왔냐고 물어보기도 하니까 꼭 들어야 해요. 그렇지만 현무 형, (성)시경이 형, (유)세윤이 형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특히 세윤이 형은 정말 천재 같아요. 하는 말마다 다 웃겨요.

회사 다니면서 방송 녹화하려면 바쁘겠지만, 여러 친구들이 생겨서 좋을 거 같아요.
알베르토
: 그 점이 제일 좋아요. 제가 사람을 정말 좋아하니까,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 10명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요. 방송 녹화하러 갈 때는 일하는 느낌이 전혀 없고요. 사실 예전에도 TV 섭외를 종종 받았는데 그냥 웃음을 위해 “김치 좋아하냐”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방송은 나가기 싫어서 거절했거든요. <비정상회담>은 제가 아는 가게 사장님이 JTBC 작가분을 소개해주고 정말 수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셔서 믿고 출연한 건데 진짜 재미있어요. <비정상회담> 본방 사수하느라 와이프랑 처음으로 TV도 같이 보게 됐어요. 원래 TV를 안 보는 편이라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는 집에 TV가 없었거든요.

아내분은 방송을 보시며 뭐라고 하시던가요?
알베르토
: 사실 와이프는 저한테 그렇게 관심 많이 없어서 별말은 안 해요. (웃음) 근데 와이프가 일일이 다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만약에 “와~ 너 요즘 인기 많아져서 좋겠다” 막 이러면 되게 싫을 거 같아요. 그냥 와이프는 옛날처럼 늘 편하게 해줘요. 다만 인기보다 더 빨리 없어지는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맞는 말 같아요. 안 그래도 요즘 방송에서 말을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조심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내가 일부러 하는 말이라는 거 다 느낄 거 같아서요.

그래서 그런지 방송에서 무리하며 말을 많이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 말을 다 듣고 이해하려고 하더라고요. 어느새 ‘정리 담당’이 되기도 했고요.
알베르토
: 다른 사람 말 듣는 걸 워낙 좋아해요. 책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배울 수 있잖아요. 친구랑 술 한잔 마시러 가서 친구 말만 들어도 재미있어요. <비정상회담>에서도 그래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가나 문화나 교통, 교육 현실도 알게 됐고 캐나다는 추운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기욤이랑 이야기해보니 가보고 싶더라고요. 내가 몰랐던 거 많이 알게 됐어요.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 본인 생각도 정리될 거 같은데 어떤가요?
알베르토
: 맞아요. 전 다른 사람들 생각이 내 생각보다 잘 정리돼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별명이 스위스거든요. 어디 편을 들어야 할지 잘 몰라요. (웃음) 그래서 바로 내 생각을 말하기보다 계속 들으려고 해요. 그리고 안건 상정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정말 고민돼요. 왜냐하면 쉬운 주제도 아니고 또 내가 정상이다, 비정상이다라고 하는 걸 많은 사람들이 볼 거 아니에요. 대본에 나와 있으면 미리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안건을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 말을 많이 듣게 되는 거 같아요.

보통은 스위스라는 별명처럼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요?
알베르토
: 최대한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해요. 전 꽤 잘 설득하는 편이에요. 우리 엄마가 늘 저한테 변호사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해요. 어릴 때 동생이랑 싸우면 왜 내가 아니라 동생이 잘못한 건지 엄마한테 잘 설명했거든요. (웃음)

아무리 잘 말해도 안 통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알베르토
: 있죠. 오해나 문제가 생겨서 아무리 대화로 풀려고 해도 안 되면… 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답답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되게 미묘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전 최대한 안 받으려고 해요.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고 하루하루가 소중하잖아요. 그런 걸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가끔은 나도 남들에게 좀 더 짜증을 내거나 강하게 이야기해야 하나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100% 기분이 좋지는 않아도 뭐, 그냥 두자, 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죠. 사실 사람을 설득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요. 그래서 나부터 바꾸려고 해요. 사람은 너무 다양하고,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 정답이 없으니까 강요할 수 없잖아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됐어요?
알베르토
: 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늘 엄마가 짜증 낼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봤거든요. (웃음) 식사 시간에도 그래서 집에서 저녁 먹을 때 되게 시끄러웠어요. 근데 그게 되게 좋은 거예요. 가족들과 같이 저녁 먹고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거. 아빠가 항상 저녁 먹을 때 핸드폰 못 보게 하고, 밥을 먼저 다 먹어도 다른 가족 먹을 때까지 기다리게 했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나쁜 거나 좋은 거나 다요. 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아빠랑 생각이 다르고 아빠가 말하는 게 에네스랑 비슷해서 많이 싸웠어요. (웃음) 그래도 그렇게 말하다 보면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듣게 되고 사람들이 각자 다르다는 거, 자연스게 알게 돼요.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신선한 발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 남자들은 미인을 예술작품 보듯 존중한다고 표현한 것처럼요.
알베르토
: 그거 사실, 와이프한테 다른 여자 볼 수 있도록 허락받으려고 한 말이기도 해요. (웃음) 그래도 이탈리아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에요. 이탈리아 남자들은 여자를 굉장히 존중하거든요. 일관성이 있고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게 남자다운 거라 생각하는데, 여자 사귈 때도 마찬가지예요. 누가 내 여자가 된다고 하면, 그 여자는 나한테 시간을 투자하는 건데,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책임감을 갖고 존중해주고 잘해줘야죠.

아내분에게는 어떻게 잘해주려고 해요?
알베르토
: 늘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 산책도 많이 해요. 제가 아내보다 2, 3배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회사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 요즘 하고 싶은 거, 답답한 거 다 이야기해요. 그리고 전 늘 남한테 열려 있는 부부가 되면 좋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려고 해요. 여행을 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예전에 신부님한테 들은 말인데, 사람은 물로 채워져 있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가 가진 물을 주기도, 남이 갖고 있는 물을 받기도 하며 산대요. 부부가 둘만 이야기하고 살면 서로에게 줄 물이 없어져도 채울 길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해야 물이 채워질 거고 더 오래 재미있게 살 수 있어요. 지금도 와이프랑 룸메이트처럼 이야기하고 가끔 친구도 초대하고 노는데, 그렇게 와이프랑 있을 때 제일 재미있고 행복해요.

소소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알베르토
: 아마 부유하게 자랐다면 안 그랬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잘사는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욕심도 없었어요. 돈 생기면 바로바로 썼죠. 나중에 예쁜 옷 입어야지 하기보다 휴가를 갔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요. 지금도 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고, 돈이 생기면 여행을 가거나 음반을 사요. 그게 정말 행복해요. 그렇다고 이것만이 행복의 기준은 아닐 거예요. 다들 행복함을 느끼는 방법은 다른데, 누군가 통장에 돈이 많아지는 걸 보고 행복하다면 그것도 맞는 거죠. 전 다만 그런 스타일이 아닐 뿐이고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알베르토
: 뭔가를 선택하기 전에는 내가 진짜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르니까 상상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내가 정말 그걸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야 하고 또 대충 생각하면 안 돼요. 전 원래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미래를 선택하는 편이었어요. 짜증 나니까 회사 그만두겠다는 식이었는데 이제 좀 더 생각하고 움직여요. 그리고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후회라는 건 있을 수 없잖아요. 웬만하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요즘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알베르토
: 느끼할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해요? (웃음) 가끔 전 집에 늦게 들어가고 일찍 나오거든요. 그럼 와이프는 내가 들어갈 때도, 나갈 때도 자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자는 아기 보는 거랑은 또 달라요.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집에서 날 기다려주고 같이 살아주고 있는 거잖아요. 회사 다니면서, 돈 벌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희생을 하는 건 다 가족 때문인 거 같아요. 희생의 보람이 느껴지는 게 한순간이라고 해도 그때 가장 행복해요. 고생을 다 잊을 만큼이요.

* 알베르토의 더 많은 사진은 ize의 E-Book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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