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과자│② 국산 과자 vs 수입 과자

2014.10.07

국산 과자의 과대포장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덕분에 수입 과자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두 과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알아보기 위해 국산 과자와 수입 과자 중 비슷한 품목 여섯 종을 골라 가격과 포장 상태, 모양, 맛과 식감 등을 비교했다. 수많은 과자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됐던 이들이라면 참고해도 좋겠다.

해태 버터링 vs 코펜래스 그라쩌 링게
17.4원/g (86g, 1,500원) vs 7.5원/g (400g, 3,000원)

겉보기에서부터 그라쩌 링게가 버터링을 압도한다. 과대포장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수도 있으나, 윗면 왼편의 투명 필름을 살짝 벗겨보면 버터링의 두 배에 달하는 커다란 쿠키들이 듬직하게 들어차 있다. 과자를 보호하고 있는 장치라곤 얇은 골판지뿐이다. 그에 비해 버터링은 상자를 열고 비닐까지 까야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 심지어 가장 안쪽의 플라스틱 케이스는 왜인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과자는 한 구역당 달랑 네 개씩 들어가 있다. 소비자의 체중 증가를 고려한 듯 “3번 나누어 드세요~”라고 친절하게 쓰인 안내 문구조차 얄밉게 느껴질 정도다. 다만, 포장을 걷어내자마자 고소한 버터 냄새를 더 강하게 풍기는 건 버터링이다. 그라쩌 링게는 코를 가까이 박고 킁킁거려 봐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미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맛 역시 입에 부드럽게 착 감기는 것은 전자이며, 후자는 다소 퍼석퍼석해 입 안이 쉽게 텁텁해진다. 그러니 양 많은 게 최고라면 그라쩌 링게, 더 고급스러운 맛을 원한다면 버터링이 답이다.

오리온 포카칩 vs 아미카 칩스 오리지널
25원/g (60g, 1,500원) vs 20원/g (100g, 2,000원)

포카칩에서 포근함을 느꼈다면, 단지 기분 탓일까. 양손으로 봉지를 잡고 지그시 눌러보면 빵빵한 질소 덕분에 폭신할 뿐 내용물은 전혀 만져지지 않는다. 마치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보는 듯하다. 포장지의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과자에선 소비자보다 포카칩을 훨씬 더 사랑하는 제조사의 정신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지극정성으로 길러낸 자식을 자랑하듯 “생감자칩 25년 외길로 만들어낸 포카칩 정신이 끝까지 제대로 감자 맛을 느껴지게 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진가를 온전히 맛보기엔 양이 너무나 부족하다. 아미카 칩스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질소만 충전한 듯 좁고 기다란 봉지를 뜯으면, 내용물은 2/3 정도밖에 담겨 있지 않다. 단, 그래도 부피로 질량을 눈속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카칩보다는 양심적이라 할 만하다. 한편 두 감자칩은 각각의 특징으로 ‘생감자 90%’(포카칩), ‘자연산 해바라기씨유’(아미카 칩스 오리지널)를 내세우고 있는데, 멋쩍게도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포카칩이 크고 얇으며 바삭바삭하다면 아미카 칩스 오리지널은 작고 두꺼우며 단단할 뿐이다. 정말 예민한 혀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저렴한 아미카 칩스 오리지널이 낫단 얘기다.

롯데 아몬드초코볼 vs 마리찌 초콜릿 토피 아몬드
43.4원/g (46g, 2,000원) vs 38.4원/g (65g, 2,500원)

마리찌 초콜릿 토피 아몬드를 처음 봤을 땐 당황하게 된다. 겨우 손바닥만 한 투명 비닐에 초콜릿 몇 개가 옹기종기 들어있는 것 같은데 가격은 무려 2500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롯데 아몬드초코볼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초코볼의 개수만 따져도 롯데는 12개, 마리찌는 16개이며 초코볼 하나하나의 크기마저 후자가 미세하게 크다. 골드 컬러를 이용한 종이 상자, 그 안의 비닐 포장, 마지막으로 칸칸이 나뉜 플라스틱 케이스까지 동원한 롯데 아몬드초코볼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미지 연출에 이제껏 눈이 멀어 있었던 셈이다. 혹시나 엄청난 격차가 있을지도 모를 풍미를 확인하기 위해 두 초코볼을 각각 깨물어 반으로 나눈 후 단면을 확인하고 먹어보았다. 맨들맨들한 초콜릿 가운데 아몬드가 들어 있는 형태는 공통적이지만 역시나 초콜릿의 구성이 달랐다. 롯데 아몬드초코볼은 마일드한 초콜릿으로 아몬드를 한 번 감싸준 후, 마무리로 블랙 초콜릿을 한 겹 더 코팅했다. 마리찌 초콜릿 토피 아몬드의 경우엔 밀크초콜릿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단면의 색깔도 후자가 확실히 옅다. 그러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이 다르진 않다. 초콜릿은 웬만하면 전부 맛있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하자.

롯데 빠다코코낫 vs 몬드 버터 코코넛 비스킷
12원/g (100g, 1,200원) vs 8.3원/g (120g, 1,000원)

대강 훑어도 몬드 버터 코코넛 비스킷이 많아 보인다. 작은 비닐 한 세트당 3개의 비스킷이 들어 있는데 이게 12세트, 그러니까 총 36개나 된다. 비스킷 24개를 두 세트로 나누어놓은 롯데 빠다코코낫의 포장에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위로가 될 만한 수량이다. 게다가 몬드 버터 코코넛 비스킷이 롯데 빠다코코낫보다 좀 더 넙대대하면서 크고 단맛도 더 강하다. 빠다코코낫이 표면에 설탕 시럽을 흩뿌려놓은 듯한 느낌이라면, 버터 코코넛 비스킷은 설탕 시럽을 아예 작정하고 두텁게 발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다만, 먹자마자 치아가 실시간으로 썩고 지방이 저절로 축적되는 듯한 달달함은 둘 다 비슷하니 굳이 칼로리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겠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식감이다. 씹었을 때 약간 딱딱하면서 덜 부스러지는 몬드 버터 코코넛 비스킷은 어쩐지 참크래커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지만, g당 가격 차가 3.7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다.
오리온 다이제 vs 맥티비 다이제스티브
10.3원/g (194g, 2,000원) vs 8원/g (250g, 2,000원)

맥티비 다이제스티브에는 오리지널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박스 옆면에는 창업주인 알렉산더 그랜트의 사진이 자그마하게 들어가 있고, 1892년부터 만들어졌다는 히스토리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좋은 밀’, ‘경화유지 사용 안 함’ 등의 단호한 문구와 “맥티비만의 비밀 레시피가 있다”, “120년 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과자를 굽고 있다”는 등의 자신감 넘치는 문장들도 함께 쓰여 있다. 오리지널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박스를 제거하고 드러나는 비닐 포장은 언뜻 오리온 다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이나, 양손으로 두 제품을 동시에 들어보면 맥티비의 무게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맥티비 다이제스티브의 통밀 함유량은 56%인데 반해, 오리온 다이제의 경우는 14%밖에 되지 않는다. 비스킷을 자세히 관찰해봐도 맥티비 제품에서 통밀 알갱이를 더 많이, 쉽게 찾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고소한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무리 다이제가 “통밀로 설계한 든든함”이라는 문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을 주려해도 오리지널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리온 예감 vs 아미카 칩스 그릴리아따
20원/g (60g, 1,200원) vs 20원/g (50g, 1,000원)

“더 커져, 감자맛 가득~ 더 얇아져, 바삭바삭~” 팔각형 모양의 예감 포장 박스에는 이런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커졌는데 동시에 얇아졌다면 결국 중량은 똑같단 말인가? 아무튼 박스를 뜯어보면 5cm 정도 비어 있는 위쪽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배신감을 억누르며 구운 감자칩이 담긴 비닐을 만져보면, 이 역시 5cm 정도 여유 공간이 남는다. 꼭 필요한 크기보다 최종적으로 약 10cm는 크게 포장했다는 소리다. 예감처럼 구운 감자류인 아미카 칩스 그릴리아따는 마음만 먹으면 한 입에 왕창 털어 넣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아담한 사이즈의 봉투에 담겨 있다. 질소가 가득하거나 포장을 여러 겹 하진 않았지만, g당 가격이 예감과 똑같을 정도로 양이 적다. 구웠다고 하지만 감자칩은 얇고 투명해 튀긴 것과 썩 달라 보이지 않으며,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통일되어 있는 예감과 달리 크기와 모양 모두 들쑥날쑥하다. 생감자 함유량 또한 예감의 77%에 못 미치는 65.5%다. 같은 값임을 감안할 때 보는 맛과 씹는 맛 모두 의외로 예감이 한 수 위인 셈이다. 무조건적인 편견을 버린다면, 가끔은 국산 과자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마동석 영화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