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버거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자가 아니라 내일이 있기 때문에 놀자”

2014.10.07
과거 아이돌 그룹 블랙비트의 멤버였던 심재원은 요즘 무척 바쁘다.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퍼포먼스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편, 소속 가수인 은혁, 태민 등과 ‘비트버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춤, 음악, 영상이 결합된 시도를 한다. 또한 비트버거라는 이름으로 5년 전부터 음악 활동을 했고, 최근에는 로커 주성민, 래퍼 MQ,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플래시 핑거와 함께 그룹 형태로 비트버거의 첫 앨범 < Electric Dream >을 발표했다. 심재원은 주성민과 만나며 다시 무대에 서서 음악 할 마음을 먹었고, 이후 많은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음악을 하게 되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비트버거 외에 하는 일들이 있다. 마치 직장인 밴드처럼 서로의 일을 하며 모이지만, 마치 이 팀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처럼 끊임없이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팀. 그 와중에도 비트버거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이 모든 것을 해나가고, 즐기는 삶에 대해 들었다.
주성민, 플래시 핑거, 심재원, MQ.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트버거라는 이름으로 여러 시도가 나온다. 믹스 곡들도 나오고, SM 가수들의 춤을 담은 영상도 ‘비트버거 프로젝트’다.
심재원
: 비트버거는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크루 같은 건데, 지금 여기인 건 음악 크루라고 할 수 있다.
주성민: 그룹으로서의 비트버거는 이제 5년째 모여서 같이 음악을 하는 거라 그냥 드럼과 베이스가 없는 밴드 같다. 나는 록을 하는데, 이 멤버들과 재밌는 걸 하다 보니까 생각도 못 한 일들이 벌어지더라. 개인적으로 공연장을 운영하는 중이라 이런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친구들하고 같이 음악 하면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SM의 퍼포먼스 디렉터 일도 바쁠 텐데 어쩌다 이렇게 일을 많이 벌였나. (웃음) 처음에는 주성민을 만나면서 비트버거가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
심재원
: 거창한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원래 디제잉을 좋아했는데 성민이 형을 만나면서 형이 많은 걸 끌어냈다. 피처링도 제의해주셨고. 뭔가 문이 열린 기분이었다. 그러다 MQ와 플래시 핑거 형도 만나게 되고. 이번 앨범이 5년 만에 나온 건데, 우리 프로필이 하나 생긴 기분이다. 올해의 목표가 앨범 내는 거였는데, 이제 꿈을 이뤘다. (웃음)
MQ: 처음에 형이 음악을 왜 하냐, 음악 하는 게 좋냐고 했는데, 그때 좋기는 한데 다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럼 좋은 게 아니라고 하더니 니가 좋은 걸 하라고 하더라.

왜 좋지만은 않았을까.
MQ
: 누군가에게 랩을 가르치기 시작한 게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부터였는데, 그때 이승훈이라는 친구를 가르쳤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무대에서 “보아가 한 번 더 날 보아야 해” 이런 랩을 하더라. 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그 랩 기발하다, 멋있다고 하는 거다. 그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마음 같은 걸 생각하지 못했구나, 너무 나 혼자만을 위한 음악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재원이 형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음악도 해보라고 했다.

해보니 좋은가. (웃음)
MQ
: 좋다. (웃음) 비트버거의 이름으로 공연할 때 리허설 하러 가면 쟤네 뭐야? 이러다가 리허설이 끝나면 반응이 좋아지는 걸 볼 때의 행복감이 정말 크다.

확실히 비트버거의 음악은 공연을 위한 것 같다.
심재원
: 맞다. ‘시끄러’는 올해 페스티벌에서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원래 사운드만 먼저 만들어놨었는데 그대로 갈까 하다가 MQ에게 ‘즐기자’라는 걸 키워드로 해서 랩을 부탁했다. 고민하지 말고 재밌게 우리 거 하자고.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결국 공연을 많이 할 팀인데 현장에서 들었을 때 바운스가 제대로 느껴지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MQ: 하지만 랩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뚫는 게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공연도 해야 하는데 이게 터질지 안 터질지도 고민되고. 결국은 형 말대로 즐기자고 생각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자가 아니라 내일이 있기 때문에 놀자는 생각이었다.

내일이 있으니까 놀자는 직장인의 마인드다. (웃음)
MQ
: 아무래도 애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처음에는 가르치는 일을 안 하려고도 했었다. 무대 위에 서는 것과 설 사람을 가르치는 건 완전히 다르니까. 그리고 나는 무대 밑에서는 내성적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굉장히 험한데 (웃음) 애들이 보면 어떡하나 싶었다. 공연에 SM에 있는 분들이 오신다고 하면 안 돼! 이러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입장에 대해 스스로 정리가 됐다. 애들이 창피하지 않게 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하는 랩에서 애들이 발음이나 플로우 같은 걸 잡아낼 수 있도록 하고 싶고. 무대 위의 나와 가르치는 나 사이의 선을 맞추는 게 되게 중요하다.

가르치는 일에서 중요한 건 뭔가.
MQ
: 애들한테 제일 안 좋은 선생님은 랩이 재미없어지게 하는 거다. 재미있어지면 좋은 선생님인 거고. 녹음할 때나 자기 일을 가사로 쓸 때 행복해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비트버거 활동도 서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들도 그런 나를 보면서 잘 배울 거 같다.

각자 일이 있는데도 비트버거에 굉장히 집중하는 거 같다.
심재원
: 처음에는 가벼마음으로 한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치열하다. 각자 직업이 따로 있는데도 일 끝나고 새벽에 모인다.

왜 이렇게 매달리게 되나.
심재원
: 좋으니까.
플래시 핑거: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뭔가가 좋다. 예를 들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서로를 배려해주고, 매번 정해진 퀘스트를 잘 수행해서 마치고. 특히 공연 뒤에 각자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좋다.


하지만 활동하면서 의견 조율이 매번 쉽지만은 않을 거 같다. 각자 춤, 랩, 록, 일렉트로니카를 전문적으로 하는데.
심재원
: 그래서 내가 뭐 하는 놈이지 하고 고민도 한다. (웃음) 힙합 춤을 좋아하고 록을 좋아하고 일렉트로니카도 좋아하니까. 그래서 정보도 많이 얻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다 보니까 형님들도 만나고. 그런 것들을 이번 미니 앨범에 녹였다. 예를 들어 ‘시끄러’는 MQ가 앞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록적인 느낌이 더 강한 ‘Right Now’는 성민이 형을 주축으로 하고. ‘She So High’나 ‘Rising’은 EDM(Electronic Dance Music)이니까 나하고 핑거 형이 나서고. 
플래시 핑거: 사실 힙합, 록, EDM은 서로 잘 친하지 않은데 (웃음) 그걸 하나로 묶는 게 어려운 일이다. 나름대로 의견 충돌도 있고. 그런데 재원이가 정리를 잘했다.

협업과 조율의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듣다 보면 곡마다 표현하려는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성민
: 내가 록만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웃음) 그리고 대중도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심재원: 멤버들이 서로 배려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멤버들이 선택권을 나에게 주기는 했지만, 나 나름대로는 멤버들 색깔을 모두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선택할 때의 기준은 있나.
심재원
: 뭘 선택하든 절대 만족은 못 할 거 같다. 다만 아직 준비하고 있는 것들도 많고, 각자 멤버들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려고 한다. 
플래시 핑거: 처음에는 이번에 ‘She So High’ 한 곡만 내자고도 했다. 이렇게 다른 곡들을 내면 사람들이 헷갈려 할 거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곡 하나만 있을 때는 이런 색깔의 팀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었는데, 앨범을 내니까 우리의 색깔이 더 잘 보이는 거 같았다.

심재원은 ‘She So High’에서 노래도 했다. 아이돌로 활동한 뒤 오랜만에 불러본 건데.
심재원
: 사실 뮤직비디오에는 안 나오고 싶었다. (웃음) 스태프의 입장에서 일할 때도 좋았지만, 직접 이름을 건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갈증은 있었다. 그래서 DJ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해보니까 역시 무대에 서는 사람과 스태프는 사고방식이 아예 다르다. 그래서 스위치가 바뀌어야 하는데, 직 그 괴리가 있다. 하지만 그 괴리를 느끼기 때문에 SM에 있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백업해줄 수 있다. 내가 무대에 서는 느낌을 알고, 동시에 스태프라는 걸 아니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내가 아티스트들을 응원하듯 나를 응원하고.

그러다 보면 나설 때 나서고 들어갈 때 들어가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심재원
: 여러 해 동안 가수로도 활동했고, 다른 경험도 하다 보니까 중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블랙비트로 활동할 때와는 시야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심재원
: 인생을 많이 경험한 거 같다. 이 앨범을 내면서 무슨 프로모션을 생각한 건 아니다. 우리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다른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했다. 그리고 멤버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그런 데서 행복감을 느낀다.


직업적으로 하는 일도 많은데 계속 에너지가 생기나.
심재원
: 음악을 좋아하고, 늘 갈망한다. 그러면서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되는 것도 있고. 이 사람들은 음악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면 기쁘다. 어제도 EXO에 대한 촬영 때문에 새벽 네 시 반까지 작업했는데, 그래도 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그러다 보니까 회사 안에서도 일이 점점 늘어난다. (웃음)

그럴 거 같다. 퍼포먼스 디렉터지만 ‘으르렁’ 뮤직비디오에서는 영상 작업에도 참여했고.
심재원
: 기본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춤을 보고, ‘으르렁’을 작업하면서 원테이크로 춤을 담는 게 이슈가 되면서 영상 쪽도 작업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노하우가 나오니까 그럴 수 있게 된 거 같다. 전에는 그냥 막연히 생각한 건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된다.

‘비트버거 프로젝트’가 특히 그렇다. SM의 은혁, 태민과 각자의 춤을 담은 영상을 만들었다.
심재원
: 두 사람이 가진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 은혁이의 경우는 2년 동안 설득하기도 했고. 대외적으로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가진 것이 정말 많은 친구다.

춤의 동작도 동작이지만 팔과 얼굴을 같이 보여주는 동작에서의 선 같은 것은 은혁에게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심재원
: 이 친구가 표현력이 굉장히 좋다. 그래서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보여주는 것보다 매력이 극대화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은혁이가 살아 숨 쉬었으면, 날뛰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더 잘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가수의 장점을 보고 신경 쓰게 되는 게 무대에 스스로 서는 것에도 영향을 줄까.
심재원
: 마음부터 달라진다. 누군가는 일할 때 이것만 하고 끝내야지 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이 친구가 무대에 섰을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자신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고, 디테일해질 수밖에 없다. 일이라는 생각도 안 든다.

아이돌과 회사의 스태프, 다시 음악 활동까지 경험한 입장에서 SM의 가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나.
심재원
: 많은 것들이 있는 거 같은데,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경우는 말 그대로 애기들 아닌가. 그래서 많은 걸 보고 배웠으면 좋겠는데,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고민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자신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음악 하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되게 재밌게 살았구나 하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이 나를 형이나 오빠로서 믿고 간다는 시선으로 봐주면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 이 앨범도 SM에서 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주위 분들이 “그렇게 작게 가면 안 돼” 하면서 도와주셨다.

이번 앨범은 헛살지 않은 인생의 또 다른 결과물이겠다. (웃음) 모여서 만든 첫 앨범이 나온 기분이 어떤가.
심재원
: 해냈다. (웃음) 대형 기획사에 있지만 앨범 내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할 것도 엄청 많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앨범을 냈고, 너무 좋다. 잘되든 못되든 음악을 공연장이 아니라도 찾아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나온 게 감사하다.
주성민: 감동이다. (웃음) 몇 년 동안 페스티벌의 활동들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니까 좋다. 즐겁게 만들었지만 돈이 들어가는 건데 앨범이 나온 건 모두 대견하다. (웃음)
플래시 핑거: 멤버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앨범인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와서 좋다. 약간 부담도 된다. 앞으로는 더 잘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웃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MQ: 다들 모이면 음악 얘기만 하고, 이 앨범이 나오고 나서는 이 음악으로 더 공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다. 그래서 앨범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고. 그런데 점점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다. 주업과 주업이 또 생겨버렸다. (웃음)
심재원: 쉬질 못하겠다. 너무 재밌어서. (웃음)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닌데, 계속 꿈꾸게 된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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