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검열, 카카오톡은 누구의 편인가

2014.10.06

2013년 6월, <워싱턴 포스트>에 무서운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에 백도어를 설치하고 법원의 영장 없이 국민들을 검열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NSA가 검열하는 대상에는 요주의 인물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목적 아래에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인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정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2013년 6월 이후로 디지털 검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2014년 9월, 국가에 의한 디지털 검열의 공포는 한국에서도 현실이 됐다. 검찰은 유언비어 유포를 막기 위해 카카오톡과 포털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얘기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뉴스도 나왔다. 사태가 커지자 검찰은 영장 없는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했고, 카카오톡은 법적인 절차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했다. 카카오톡의 말대로 정말 어쩔 수밖에 없는 일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보다 조금 더 먼저 디지털 검열을 걱정하기 시작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NSA의 백도어가 설치됐다는 의혹을 받은 인터넷 서비스들은 광범위했다. 구글과 애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쟁쟁한 기업들이 리스트에 올랐다. 이 기업들은 즉각적으로 자신들은 NSA의 검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발표했고,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부가 검열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위축됐고, IT 기업들을 신뢰하지 못했다.

이 기업들은 계속해서 추가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투명성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가 어떤 정보를 요구했는지 공개하고, 국가별로 정보 요구 횟수가 얼마나 많은지도 공개했다. 구글은 정부가 영장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넘기려 노력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암호화해서 불법적인 검열에도 안전하도록 보안성을 높였다. 최근엔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자신들은 물론이거니와 정부가 영장을 가지고 오더라도 개인의 데이터를 볼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을 생각하면 카카오톡의 대처가 얼마나 미숙했는지 알 수 있다. 개인정보 제공 건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렇다. 수사기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을 왜 카카오톡이 하는가? 그건 검찰에서나 할 법한 말이다. 카카오톡은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이 정부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싶다. 이제 사람들은 ’국내 메신저는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메신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는 상관이 없다. 국내 메신저들의 보안성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 단지 국내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로 언제든지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대화 내역이 통째로 넘어가 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사람들의 불신을 만들어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메신저나 인터넷을 전부 검열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텔레그램 같은 대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신저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다. 텔레그램처럼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메신저도 있고, 처음부터 서버를 거치지 않게 디자인되는 메신저도 있다. 디지털 검열이 이슈가 되면서 이런 대안들은 더 많아졌다. 정부의 현실적이지 못한 어리석은 발상은 오히려 그런 대안으로 사람들을 떠밀고 있다.

이제 디지털 검열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정부의 요구에 카카오톡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카카오톡이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안전한 다른 메신저로 떠나버린다. 다른 메신저 대신 카카오톡을 쓰라고 해도 부족할 판에 반대로 등을 떠밀어서야 되겠는가. 카카오톡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지금의 대응으로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떠나고 나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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