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편지부터 엘프어까지, 사이버 검열을 피하는 법

2014.10.06
지난 9월 18일, 서울중앙지검 산하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이 출범됐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 공개된 공간에서의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간의 범위, 적용 대상, 허위사실 유포의 기준 등 모든 것이 모호하고, 카카오톡 같은 사적인 메신저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모니터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이즈>가 사이버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손편지부터 실 전화기, 엘프어 사용 등이 있으니 본인의 여건과 취향에 맞는 것으로 선택하여 적응하다 중요한 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손편지
사이버 검열을 계기 삼아 아날로그로 돌아가 보자. 손편지는 내용의 비밀 보장에 용이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쓰는 과정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만약 기다림의 미학을 더 오랫동안 느끼고 싶다면 유리병 편지를 추천한다. 지난해 9월 캐나다의 한 해변에서는 무려 107년 전에 쓰인 유리병 편지가 발견된 바 있다. 경로와 소요시간을 가늠할 수 없어 상대방과의 정확한 의사소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짜릿하고 늘 새로우며 유리병 편지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파발이나 전서구도 편지를 전달하기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말을 이용한 기발(파발의 한 종류)의 경우, 말 구입과 말을 탈 수 있는 사람의 고용, 전국 휴게소의 마구간 설치 등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수 있다. 전서구 또한 그 희귀성 때문에 한 마리에 최고 4억 5천만 원(영국 기준)까지 값을 치르게 될 수 있으니, 돈을 열심히 모아두도록. 아니면 될 때까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확실한 비밀편지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레몬즙 또는 식초를 준비한다. 그다음 면봉이나 붓 끝에 액체를 묻혀 글을 쓴다. 당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받는 이가 종이를 드라이기로 말리거나 라이터로 살짝 그을리면 글자가 서서히 나타난다. 이렇게 메시지 전달 성공!


실 전화기
휴대폰은 불안하지만 실시간 연락이 필요하다면, 무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면 5km 반경까지 무전이 가능한, 제법 괜찮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119 무전기를 도청하여 장례 영업에 활용했던 사례처럼, 주파수를 맞추면 도청도 어렵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하는 건 무전기보다 실 전화기다. MBC <7급 공무원>에서도 국정원 요원인 길로(주원)가 실 전화기를 이용해 서원(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했을 정도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종이컵 두 개를 준비해 송곳으로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털실 등을 넣어 끝에 클립을 끼운 후 테이프로 컵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실이 팽팽해질 때까지 종이컵을 양쪽으로 당겨 대화를 나누면 된다. 실을 가로·세로로 엮어 네 명이 동시에 통화하는 것도 가능하며, 철사나 구리선, 낚싯줄, 피복을 벗긴 옷걸이 등도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멀거나 누군가 중간에서 실을 끊지만 않는다면, 이만한 통신수단이 또 없다.

종이컵이 없을 경우 두꺼운 종이나 휴지심으로도 만들 수 있다. 얇은 종이로 한쪽 구멍을 막아서 사용하면 된다. 휴대폰은 몇십만 원이지만, 실 전화기는 몇천 원, 운이 좋을 경우엔 공짜로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셈.


봉화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횃불과 연기로 위급한 소식을 알렸다. 남산을 포함하여 전국 각지의 산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봉수대는 봉화가 활발히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신호 방식은 평상시엔 1개의 홰, 적이 나타나면 2홰, 적이 경계에 접근하면 3홰, 경계를 침범하면 4홰, 접전 중이면 5홰를 올리도록 되어 있었으나 현대의 상황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과 논의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도 좋다. 간단히 예를 들면 ‘밥 먹자’는 1홰, ‘놀러 가자’는 2홰, ‘술 마시자’는 3홰, ‘자니?’는 4홰, ‘화 난다’는 5홰를 올리는 식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간 경우 산림보호법에 의거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현재 설치돼 있는 봉수대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봉수대를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연기가 멀리서도 잘 보이게 하려면 나뭇가지 땔감에 소나 말 같은 동물의 똥까지 섞어줘야 하니, 극도로 힘든 육체적 노동에 자신 있는 사람에게만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멀리서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으로는 수기신호와 신호연이 있다. MBC <일밤> ‘진짜 사나이’와 웹툰 <마음의 소리>에도 나온 바 있는 수기신호는 깃발을 양팔에 나눠 들고 45도 각도로 움직이면서 총 64가지의 신호로 숫자와 문자를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식과 세마포어식을 함께 알아두면 한국어, 영어를 모두 나타낼 수 있다. 한편, 작전 명령을 표시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고안한 신호연은 총 30가지다. 현대 사회에 걸맞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연을 날려보도록 하자.


엘프어
복잡한 메시지처럼 위장하기 위해 일반적인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안전하지 않다. 구글을 비롯한 검색 포털의 번역기로 손쉽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쓴 작가, J.R.R. 톨킨이 만든 엘프어는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배워둬야 할 언어다. 한가하게 영어 공부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아름다운 요정들이 쓰는 엘프어는 크게 퀘냐와 신다린으로 나뉘며, 상당히 복잡한 체계와 발음을 갖고 있다. 문자 체계에는 붓이나 펜으로 쓸 수 있게끔 고안된 텡과르, 모난 형태의 키르스 등이 있는데, 모두 글자라기보다는 그림문자에 더 가까워 보일 정도다. 그래서 엘프어로 메시지를 작성했을 경우 보안성은 매우 뛰어날 수 있으나,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길게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실망하지 말고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을 읽으며 이야기 자체에 대한 감부터 차근차근 익히자. 특히 <반지의 제왕 5 – 왕의 귀환 1>편에는 엘프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부록으로 실려 있다. 참고로, 시중에 <가운데땅을 여행하는 한국인을 위한 높은요정어 안내서>가 출간돼 있으니 관련 트위터 계정(@Eldarin_kr)을 주시할 것.

엘프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셜록 홈즈 전집 7 - 셜록 홈즈의 귀환>에 등장했던 ‘춤추는 인형’ 암호를 익혀보자. 사람이 춤을 추는 듯한 모양으로 그려진 이 암호는 각각 다른 모양으로 하나의 알파벳을 대체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열심히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춤추는 인형’이 낙서가 아닌 암호라는 걸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SM 가사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표현들로 가득 찬 우리만의 세상 (중략) 난 내 세상 있죠 Peace B is my network ID”. 보아의 데뷔곡 ‘ID; Peace B’에는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가수들의 노랫말은 문자 그대로 ‘우리만의 언어’, 즉 암호로 삼기 좋을 만큼 독특하고 때론 매니악하며 해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SM의 가사를 코드북 삼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술 마시고 싶은 날에는 “천상지희 ‘나 좀 봐줘’ 1절 두 번째 구절”(소주는 싫어 잔이 작아 얼굴 더 커 보이잖아 / 막걸리 가자 잔도 크고 양도 많아 내 스타일이야 / 오늘 끝까지 한번 달린다 Let’s Go)이라고만 말해도 어떤 주종을 선택하고 싶은지, 얼마나 마실 것인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만약 f(x)를 좋아하는 의사 선생님이라면, 진찰 시 “f(x) ‘Electric Shock’ 2절 두 번째 구절”(의사 선생님 이건 뭔가요? / 숨이 가쁘고 열이 나요 / 말문이 막혀 귓가는 딩동딩동 / 눈이 막 부셔 머릿속은 빙그르르르르)이라는 말만으로도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웬만한 곡들을 다 꿰고 있는 이들에겐 두 곡 이상을 엮어 보다 고급 수준의 문장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짜증 등등을 표현하기엔 다음과 같은 곡들이 알맞다. 슈퍼주니어 ‘돈 돈!’ 후렴구 첫째 줄, H.O.T ‘늑대와 양’ 후렴구 둘째 줄, EXO ‘으르렁’ 인트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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