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군대와 직장에서 ‘뺑뺑이’ 돌리면

2014.10.01

MBC <일밤>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 촬영은 1주일이 채 안 됐다. 실제 훈련병이라면 제식과 점호에나 익숙해질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여자 연예인들은 부사관 학교에서 체력테스트, 각개전투, 화생방훈련, 유격훈련 등을 끊임없이 소화했다. 홍은희는 버거운 훈련에 구토를 했고, 라미란은 산에 있는 유격훈련장을 오르던 중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갔다. 김소연은 ‘여군특집’ 내내 훈련을 완벽하게 받지 못하는 약한 체력을 자책했지만, 서른 넷 여성이 일주일 사이에 각개전투와 유격훈련을 동시에 받는 것은 애초에 어렵다.

그래서 ‘여군특집’은 기존 ‘진짜 사나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양쪽 모두 고통스러운 훈련이 있다. 그러나 기존 ‘진짜 사나이’의 출연자 중 대부분은 전역자이고, 천정명처럼 조교 출신도 있다. 군생활이 익숙한 전역자들이 군생활의 추억을 되살렸고, 그들 사이에서 군생활이 낯선 외국인이나 입대 전의 아이돌은 해프닝을 일으키는 코믹한 캐릭터로 묘사됐다. 그들도 반복되는 출연과 함께 군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반면 ‘여군특집’은 모두가 샘 헤밍턴과 헨리 같은 처지에서 훈련은 더욱 몰아서 받았다. 다른 요소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훈련의 고통이 스토리 그 자체가 된다.

유격훈련 도중 계속 울려 퍼진 “할 수 있습니다!”는 마치 제작진의 다짐처럼 보인다. 훈련을 소화하면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처럼 영화 <국가대표>의 BGM에 CG까지 넣어준다. 어떻게든 훈련을 받으려는 의지를 보인 김소연의 눈물에는 그 이유를 자막으로 설명한다. 고된 훈련을 이겨내려는 출연자의 의지는 감동을 만들어내고,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그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맹승지는 트러블메이커로 묘사됐다. 맹승지는 훈련 중 팔굽혀펴기가 힘들다며 무릎을 꿇고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부사관 지망생이라면 잘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는 어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빡빡한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시키는 교관 입장에서는 화낼 수 있지만, 제작진이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맹승지의 입장을 반영하기 보다 그의 행동에 대한 교관의 분노를 부각시켰다. 제작진의 연출 방향은 그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맹승지는 스스로 “악플들을 다 읽어봤다”고 할 만큼 비난을 받았다.


유경험자도, 준비된 상태도 아니어도 따라가지 못하면 비난 받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의지부족이다. 명령이 절대적인 군대여서만은 아니다. tvN <오늘부터 출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1주일간 직장 생활을 체험한다. 그들은 그 곳에서 팀장이 식사를 마치면 같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회식이 늦게 끝나도 아침에는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배운다. 이 모든 것에 빨리 적응하면 칭찬 받고, 그렇지 않으면 질책의 대상이 된다. <오늘부터 출근> 속 회사가 아니라도,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직장의 풍경이고, 연예인이 우리가 겪는 이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진짜 사나이’ 중 특히 ‘여군특집’과 <오늘부터 출근>이 체험하는 것은 단지 군인이나 직장생활이 아니다. 그들이 체험하는 것은 조직을 움직이는 그들 나름의 문화이자 룰이다. 싫어도, 익숙하지 않아도 잘 따라야 하는 룰. 그 룰을 빨리 습득해야 ‘개념’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맹승지는 부사관 학교에 배꼽티를 입고 왔다. 그는 군대 문화에 대해 잘 모를 뿐더러, 입소 전까지는 민간인이다. 하지만 맹승지는 ‘개념’ 없는 사람처럼 묘사된다.

그러니까, ‘뺑뺑이예능’의 탄생. 군대나 직장처럼 한국인 대다수가 겪는 조직에 연예인이 들어가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온갖 고생을 한다. ‘진짜 사나이’가 ‘신병특집’을 기획한 것은 ‘여군특집’ 이후의 방향을 보여준다. ‘신병특집’에는 문희준도 출연한다. 그는 과거 많은 안티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고, 그를 모델로 연예인이 군대에 가서 겪는 고생을 담은 애니메이션 <연예인 지옥>까지 생겼다. 문희준의 안티가 사라진 것은 그가 실제로 입대한 이후다. 비호감이던 연예인이 군대에 가서 고생한 뒤 호감이 됐고, 다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또 군대에 가서 화제가 된다. 연예인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조직에서 고생하고, 그 과정에서 친근감을 얻는다. 군대나 직장 특유의 조직 문화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그것을 모르면 ‘개념’이 없다 비난하는 모순. 이것이 마치 <연예인 지옥>의 리얼리티 쇼 버전처럼 예능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에서 온갖 문제가 터져 나오자 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위기에 빠졌던 리얼리티 쇼는 훈련을 받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는 출연자들이 화생방 훈련을 받으며 콧물을 흘리고, 훈련 중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면서 여론을 반전시켰다. 더 좋은 조직 보다 연예인을 그 조직 안으로 끌어들여 고생시키는 것을 즐기는 것. 우리가 지금 바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굳이 ‘뺑뺑이’를 돌리겠다면 연예인말고 더 제대로 돌려야할 사람도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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