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월킹, 여왕벌의 엉덩이 춤

2014.10.0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TV VMA(비디오 뮤직 어워드)는 ‘엉덩이’에 정복당하고야 말았다. 2013년의 시상식이 마일리 사이러스의 돌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면, 올해는 행사 며칠 전 공개된 신곡 ‘Anaconda’의 도발적인 뮤직비디오로 이미 동영상 조회 수 신기록을 경신한 니키 미나즈가 공연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이날 공연에서 니키 미나즈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 뮤지션들은 허벅지가 깊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엉덩이를 한껏 강조하는 안무를 선보였으며,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비욘세의 무대까지 이러한 경향은 이어졌다. 원색적인 감상과 선정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상식 이후 한 달, 엉덩이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팝계의 화두로 군림하고 있다. 니키 미나즈는 여전히 관심의 중심에서 있으며, 마일리 사이러스는 멕시코 공연에서 엉덩이를 강조하다 국기를 모독했다는 구설수에 휩싸였고, 행사에 시상자로 참석했던 제니퍼 로페즈는 아예 ‘Booty(엉덩이)’라는 곡을 발표하며 대세에 합류했다.

엉덩이가 각광받는 현상은 물론, 전혀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풍만함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이 신체 부위는 ‘엉덩이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굴곡진 몸매를 자랑하는 제니퍼 로페즈의 등장과 ‘bootylicious’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비욘세의 활약으로 건강하고 육감적인 여성의 조건처럼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엉덩이는 트월킹의 유행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듯 보인다. 허리를 흔들어 엉덩이의 탄력을 과시하는 이 춤 동작은 흑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으며, 충만한 리비도와 넘쳐나는 에너지 덕분에 저급하다는 비난 속에서도 대중의 큰 관심을 얻었다. 그동안 다리와 눈 등 신체 일부를 극단적으로 과장한 이미지를 종종 사용해왔던 니키 미나즈가 자신의 과잉성욕 캐릭터와 맞물려 엉덩이에 집중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낸 것은 그런 점에서 도발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Skinny Bitch(마른 여자들)’를 비웃는 것은 이제 멋진 태도로 비춰진다. 여성이 가진 몸의 굴곡을 긍정하기 위해 강조되던 엉덩이는 점점 몸과 분리된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니키 미나즈, 킴 카다시안과 같이 부자연스러운 몸매를 가진 스타들은 오히려 여성의 몸을 향한 새로운 잣대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유의 활기찬 느낌 대신 끈적한 분위기 속에 시종일관 엉덩이를 강조하는 리믹스 버전의 ‘Booty’를 발표한 제니퍼 로페즈의 선택은 그와 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그러나 결국 엉덩이는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엉덩이를 통해 가장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일궈낸 마일리 사이러스는 여전히 진지한 뮤지션보다는 유머의 소재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에서도 트월킹을 주무기로 삼은 걸 그룹 와썹이 등장했으며 씨스타는 ‘Touch My Body’를 통해 엉덩이를 강조하는 안무를 선보인 바 있으나, 와썹의 트월킹은 Mnet <쇼미더머니 3>에서야 주목을 받았고, 씨스타의 춤은 tvN < SNL 코리아 >를 통해 희화화되었다. 니키 미나즈 역시 뮤직비디오는 물론, 앨범 커버의 사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놀림의 대상이 되었으며, 연예 매체들은 그녀의 엉덩이 성형 여부를 알아내겠다며 신체의 일부를 확대한 사진을 게재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초의 엉덩이에 관한 노래로 알려진 ‘Baby Got Back’은 가사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우스꽝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어 오랫동안 코미디의 레퍼런스로 활용된 바 있다. 그리고 ‘Anaconda’는 바로 이 노래를 기초로 만들어진 곡이다.

정글을 배경으로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키는 니키 미나즈와 댄서들은 과격하게 엉덩이를 흔들지만, 어떤 남자도 이들의 엉덩이에 손을 대지 못한다. 말하자면 니키 미나즈가 묘사하는 것은 풍만한 여성성이 섹스어필을 넘어서는 순간, 남성들이 과도한 여성성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지점인 것이다. 보는 이의 엉덩이와 보여주는 이의 엉덩이 사이의 파워게임을 통해 니키 미나즈는 불편하지만 진취적인 메시지를 획득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최근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노출 사진 문제와 연결되어 더욱 감정적인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엉덩이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여성의 신체를 향한 세간의 인식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세상을 놀래키거나 놀리면서 무대 위의 여성들은 엉덩이의 결정권이 여성 자신에게 있음을 새삼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과 뮤지션의 자기표현 사이에서 꿈과 해몽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파괴적인 가사와 연기력을 가진 래퍼가 하필 엉덩이로 자아를 규정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품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매력의 안전지대에서 줄타기를 하던 여성들의 엉덩이가 니키 미나즈를 도화선 삼아 크게 뛰어오른 것만은 사실이다. 다시 줄 위로 내려와 절묘한 포즈를 보여줄 것인가, 안착하지 못하고 튀어나가 버릴 것인가. 엉덩이, 그 다음이 진지하게 기대되는 이유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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