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①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2014.09.30
계절은 바뀌었고, 휴가철은 지나갔다. 그러나 tvN <꽃보다 청춘>은 그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간절함을 부채질한다. 페루로 떠난 유희열과 이적, 윤상에 이어 유연석, 손호준, B1A4의 바로와 라오스로 떠난 이 프로그램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보다 좀 더 날것의 여행기를 담아내며 8주째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이즈>는 <꽃보다 청춘>이 전 시즌들과 비교해 가지는 미덕을 짚어보고,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자들 중 자신에게 맞는 여행 메이트를 찾아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석맘’ 유연석이 여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코너 역시 준비했다. <꽃보다 청춘>이 펼쳐놓은 여행 이야기.


이것은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인가, EBS <세계테마기행>인가.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을 보고 있으면 때때로 그런 의문이 든다. 유연석과 손호준, 바로와 함께 라오스로 떠난 이 프로그램은 분명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도무지 예능 같지가 않다. 세 명의 청년들은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스스로 숙소를 찾아보고, 옷과 신발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현지에서 실랑이를 벌인다. 비누가 없어 치약으로 몸을 씻는 건 예삿일이다. 그동안 방송은 이것저것 다 챙기는 ‘연석맘’ 유연석, 까다로운 입맛의 ‘호주니’ 손호준, 분위기 메이커 바로라는 캐릭터만 잡아줄 뿐, 여정과 추억을 만드는 건 당사자들의 몫이다. 여기에는 온갖 잡일을 도맡아줄 이서진이나 이승기 같은 짐꾼도, 적절한 제안과 연출로 상황을 정리해줄 나영석 PD도 없다. 그리고 카메라는 걷고, 먹고, 놀고, 자는 세 사람의 모습만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전 시즌인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역시 리얼 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쇼의 사이에 걸쳐 있었다. 전문 예능인과는 거리가 먼 네 노인의 행동 하나하나는 캐릭터 구축을 위한 요소로 살뜰히 사용되었으며, 여행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그들의 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더불어 매번 툴툴거리면서도 성실하고 정중하게 여행의 모든 일을 해결하는 이서진은 <꽃할배>가 주는 ‘예능적’ 재미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신선한 캐릭터와 좌충우돌 사건에 집중하도록 잘 다듬어진 방송은 여행 그 자체보다 해당 인물들을 부각시켰다. 시리즈가 반복되며 차츰 줄어들긴 했지만,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 또한 <꽃청춘>보단 적극적으로 여행에 개입했다. 그들은 여행 경비를 걸고 출연진과 고스톱을 치거나, 더 큰 재미를 위해 소녀시대의 써니를 깜짝 투입시켰다. <꽃보다 누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캐릭터와 사건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졌으며, 시청자들은 무섭거나 깐깐하기만 한 것처럼 느껴졌던 원로 배우와 여배우들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영석 PD 스스로도 “그동안은 배낭여행이라는 틀을 빌려 쓴 느낌이다. 여행을 빌려서 사람들의 인생을 이야기했다”(<디스패치>)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희열, 이적, 윤상과 함께 페루에서 다시 시작한 <꽃청춘>은 명확하게 여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절친한 사이인 여행 메이트들에게 미리 주어지는 것은 약간의 용돈뿐,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은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첫날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해드릴 건, 7월 1일 마추픽추 입장권을 준비해놨어요”라는 나영석 PD의 말에 유희열은 “그게 다야?”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평범한 배낭여행자가 된 그들에게 자유 시간 외엔 그 어떤 상황도 제안하지 않았다. 심지어 라오스 편에는 메인 연출자인 나영석 PD조차 동행하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연출과 편집은 최소화되었다. 정해진 일정이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미션 따위는 없다. 헐렁한 반바지와 대충 꿰어 신은 슬리퍼 차림이지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면 어디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풍경이 기다린다. 매일매일은 같은 듯 전혀 다른 날들이며, 그 시간은 그들만의 추억으로 남는다. 방비엥에서 낯선 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의 표정은 그런 여행자의 흥분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런 상황에서 카메라의 역할이라곤 출연자들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 정도다. 그들이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카메라를 쥐여준 제작진의 태도가 논란이 된 건 이 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로의 오해에서 벌어진 일을 위트 있는 연출로 굳이 포장하지 않고, 그조차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우연한 사건으로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꽃청춘>을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여행 1일 차와 2일 차를 방송으로 보는 건 다소 심심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윤상과 이적, 유희열이 불 꺼진 방에 누워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 때, 유연석과 바로, 손호준이 블루라군에서 정신없이 물놀이를 할 때, 우리가 상상하게 되는 것은 각자의 여행이다. 그들처럼 한 살이라도 젊은 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꽃청춘>은 여행의 구체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지도 위의 점에 불과했던 여행지의 공기를 실제로 맡아보거나 땅에 발을 디뎌보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경이로운지, 같이 여행했던 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은 또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다.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바라본 마추픽추, 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악사의 음악, 자전거를 탈 때 두 볼에 스치던 바람, 배고픔에 허겁지겁 먹었던 팬케이크의 맛. 여행은 모두에게 새로운 기억과 감각을 새겨 넣고, 이것은 왜 여행이 필요한지에 대한 <꽃청춘>의 답이다. 여름휴가도 다 지나버린 지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할.

사진제공. CJ E&M│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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