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김부선은 뜨겁다

2014.09.29

요즘 김부선은 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부녀회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더니, 이틀 만에 ‘난방 열사’이자 사회의 불의에 항거한 투사로 불리게 됐다. 부녀회 폭행 사건을 통해 김부선이 2년 넘게 파헤친 아파트 난방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서다. 홀로 비리를 추적해왔던 그는 최근 취재 요청이 너무 많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취재 거절을 이해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다루는 기사가 나오고, 김부선은 페이스북에 몇백 개씩 달리는 응원을 받으며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 폭행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부녀회원을 맞고소하며 경찰서에 출두하는 등 사건의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그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길 바라기도 한다.

한미 FTA 반대, 대마초 비범죄화 등 김부선이 과거에 지금처럼 사회 문제를 지적했을 때만 해도 이런 지지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에로배우, 대마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서만은 아니다. 신인 시절, “참 이상해요. 멋은 자기취향이어야 하는데 감독님이 표정을 강요할 땐 정말 괴로웠어요.”(<동아일보>, 1983)라고 겁 없이 말했던 그는 “성 상납 제의요? 제 인물을 보세요. 그런 게 없었겠나. 전두환 대통령 초청도 거절했어요. 참 용감하죠.” 등 자기자랑도 거리낌 없이 했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고등학생 현수(권상우)를 유혹하는 떡볶이집 주인을 연기한 것이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는 포인트도 이 지점이다. 성적 매력과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거칠 것 없는 중년 여자. 하지만 겸손이 미덕이며 여자 연예인의 성적 표현에 보수적인 게 한국 사회다.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350만 원 받고 깐느 가기로 했는데 100만 원 준대서 빈정 상했어”라고 하더니 갑자기 “감독님, 제 할리우드 다리 찍어주세요”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는 독특해서 웃기지만, 기가 세고 공격적이라는 이미지 외에 호의적인 여론을 얻을 수는 없었다. 2년 전, SBS <강심장>에서 난방비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고 말한 그가 ‘무섭게 끈질긴 여자’ 정도로 받아들여진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문제가 보이면 숨기보다 해결할 때까지 달려드는 기질을 타고나기도 한다. 중학생 시절, 조폭에게 맞는 노승을 이웃들이 모두 외면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노승을 껴안은” 김부선은 계산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자신이 겪었던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혹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함이다. 스물일곱에 기혼 남성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빼앗긴 후 김부선은 여성 영화를 찍으며 아버지의 권리만을 존중하는 법률의 문제를 지적했고, 교도소에서 만난 학생 운동가의 친구가 수배 중일 때 숨겨준 것은 “돈 많은 오빠에게 잘 보여 시집만 가고 싶었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지독한 가난이 계속되자 성 접대를 거부한 자신이 싫어졌던 기억이 한스러워, 故 장자연 사건 때 가해자 처벌을 외친 김부선에게 연예인으로서 이득이 되는 행동, 숨겨야 할 것 같은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난방비 비리를 파헤치는 그의 행동에서도 용기가 보인다면, 이런 계산이 없어서다. 오직 “힘없고 돈 없는 사람으로서” 딸에게 같은 설움을 주고 싶지 않다는 목표를 이루고 자신에게 당당하고 싶어 하는 김부선에게서는 치열하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온 이의 뚝심이 느껴진다.

물론 김부선은 성 상납 현실을 폭로하다가, 故 장자연 소속사의 전 대표를 잘못 언급해 당사자로부터 고소당하는 등 실수를 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지치지도 않고 불의에 덤벼드는 김부선이 여전히 과하게 보이고, 누군가는 그의 어머니 말대로 “너 아니라도 이럴 사람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부선은 故 장자연 소속사의 전 대표에게 사과를 한 후, 여배우들의 성상납 폐해에 관해서는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 사회를 바꾸려는 사명의식이 아닌, 늘 그랬듯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행동하는 게 먼저인 여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거침없는 그의 모습은 이처럼 난관을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문제를 극복하려 해왔던 삶의 결과다. 몇 년 전, 당시의 인생을 계절로 비유해 달라는 질문에 김부선은 말했다. “내 인생에 봄이 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야. 초여름 산들바람만 불었으면.” 이는 지금의 관심이 줄어들고 또다시 김부선 혼자 싸우는 날이 오더라도, 혹은 또다시 과거처럼 “그냥 조용히 살라”는 비난을 받는데도 그의 당당한 행보가 계속될 것 같은 이유다. 마치 그가 “나만 또 쓰레기야?”라며 호탕하게 웃고 넘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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