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생 만화 팬이 홍대에 만화방을 차릴 때

2014.09.26

“재벌이 아니면 이렇게 큰 서재를 갖기 힘들잖아요.” 만화방 즐거운 작당의 김민정 사장은 자신의 일터가 곧 서재다. 20년 다닌 직장을 관둔 뒤 즐거운 작당을 차린 이유도 학창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기 때문이었고, 그 장소가 홍대 부근이 된 것은 문화적인 취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내 취향대로 만화방을 꾸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일 만화나 “남편이 선호하지 않는 하드 코어한 야오이”는 들여놓지 않으려 하고, 대신 그래픽 노블이나 인기 만화의 애장판들을 구비해 놓았다. 책 분류는 가나다순이 아니라 작가별로 분류돼 있고, “만화책은 표지가 참 예쁜데, 책등만 보이는 게 너무 아까웠다”는 이유로 만화방 한 쪽에 책을 전시하듯 표지가 보이도록 꽂아 놓는 공간도 있다. 명함에 자신을 사장이 아닌 즐거운 작당의 당주라 표현할 만큼 확실한 취향이 있는 만화 팬이 자신이 꿈꾸던 만화방을 만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전국의 만화방, 만화카페는 2009년 936곳에서 2011년 811곳으로 감소했다. 인넷 불법 복제 등의 영향으로 만화방은 꾸준히 감소 추세다. 그러나 홍대 부근에서는 즐거운 작당처럼 주인장의 취향이 확실히 드러나는 만화방이 늘어나고 있다. 상수동 만화방은 유리창에 이토 준지의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토모에가 크게 붙어 있을 만큼 사장의 취향이 엿보이고, 킥킥나무는 루비코믹스나 뉴루비와 같은 야오이와 순정 만화를 많이 들여온다. 여기에 상수동 만화방이나 카페 데 코믹스에는 고양이가 뛰놀고, 즐거운 작당에는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볼 수 있는 작은 방들이 있는 등 홍대 부근 소비자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다. 즐거운 작당은 최근 온스타일 <스타일 로그>나 SBS <달콤한 나의 도시> 등에 소개되기도 하는 등 여성들, 특히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필한다. 


즐거운 작당은 입소문을 타면서 개점 3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카페 데 코믹스는 홍대와 신촌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 체인으로 운영된다. 깔끔한 분위기나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로 인해 이들 만화방을 데이트 코스로 생각하고 오는 연인이나 부부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성공을 점치기는 어렵다. 이 만화방들은 손님의 취향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홍대 주변에서 영업이 잘 된다. 하지만 이 곳은 자릿세와 권리금도 매우 높다. 반면 만화방은 영세한 업종으로 싸게 시간을 때우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시간당 독서 요금을 높게 책정하기 어렵고, 그만큼 홍대 부근에서 견디기 어렵다.

즐거운 작당의 시간당 독서 비용은 3000원이다. 이 가격은 즐거운 작당 옆 유료 주차장과 같은 가격이다. 김민정 사장은 “만화방이 주는 시간의 효용이 더 높은데, 주차장에 지기는 싫었다”는 이유로 이 가격을 고집한다. 하지만 비싸다고 하는 응도 있고, 그 사이 주차장 가격은 3500원으로 올랐다. 취향을 살리고, 쾌적하고, 접근성도 좋은 만화방을 운영하려면 돈이 든다. 반면 여전히 만화방을 여전히 싼 가격에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곳으로만 생각하거나, 만화를 왜 돈내고 봐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1970년대에 태어나고, 90년대부터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 창업을 했다. 부모 세대보다 훨씬 뚜렷한 취향을 가진 그는 창업도 자신의 취향 따라 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많다 해도 홍대의 임대료를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이 좋아하는 것을 창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세대가 나타났지만 아직 여건은 안정적이지 않다. 즐거운 작당이라 할 만한 이 새로운 만화방, 또는 어떤 세대의 창업은 뿌리내릴 수 있을까. 제2의 인생이 늘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는 것만은 아닐테니 말이다.

사진제공. 즐거운 작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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