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 <다큐 3일>을 보며 30년의 사랑을 추억하다

2014.09.15

‘올해는 한 번 제대로 해보려나?’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의 2014년 야구 이야는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시즌 개막 전에 품었던 기대는 ‘역시나’로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응원하고 있는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 KBS에서 방영한 <다큐 3일>을 보면서도 웃고 있는 날 보면,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큐 3일> 방영 전부터 소문은 돌고 있었다. 리그 최하위 팀이지만, 보살이라 불리는 팬들의 열정만큼은 리그 최고였으니까. 점수 차가 벌어져도, 연패를 거듭해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팬들 말이다. 제작진도 궁금했을 것이다. 대체 이 팀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소문에는 이글스 팬이 주제라고 했고, 마침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한화는 비상 중이었다. 희박하나마 4강의 불씨도 피웠다. 기존에 알려졌던 주제에서는 살짝 벗어났지만, <다큐 3일>이 담은 72시간에는 나의 한화가 2014년 가장 높이 날았던 순간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는 내년에도 하니까. 

한화는 빙그레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1985년 창단했다. 이글스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때부터였다(정확히 말하면, 1986년이다.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뛰었던 것은 1986년부터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운명처럼 이글스가 나한테 다가온 것이니까. 그나마 아버지가 이글스의 모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정도일까. 창단 첫 시즌은 최하위였고, 그 팀을 사랑했던 초등학생은 어느덧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1998년 3월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1999년, 내무실에서 한화의 우승을 봤다. 소리 지를 수도, 기뻐할 수도 없었다. 눈물을 속으로 삼킨 거 마냥, 환호를 속으로 삼켰다. 짬밥도 짬밥이지만, 일단 한화 팬이 없었다. 그들의 우승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우승한 팀인데 말이다. 지워졌다.


승 이후 한화는 몇 년동안 강했었다. 강력한 타선, 안정적인 투수진으로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화는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고 싶은 팀이 됐다. 시즌 전에는 늘 날개를 펼쳤지만, 추락했다. 이륙과 함께 착륙했다. 구단에서는 투자도 했고, 몇 몇의 선수는 잘했다. ‘소년 가장’이라 불리며 한화의 승리를 담당했던 류현진도 있었고, 연봉 15억 원의 겁나게 잘 치는 4번 타자 김태균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승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팬들도 돌아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프로선수들인가 의심할 정도로 생경한 모습들로 가득한 야구가 몇 년간 지속됐다. 자, 1회가 시작했다. 원정경기에서 1회 초에만 6득점, 상대 투수를 그로기까지 몰고 갔고, 조기 강판 시켰다.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다. 그게 삼성 라이온즈라면, 선발투수는 1승에 대한 기대를 한다. 하지만 한 팬은 그럴 수 없다. 1회 말에 7점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 그렇지’ 모드가 되고, 1승은 포기한다. 

그렇지만, 한화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으니까.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얼굴에 쓰여 있었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진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선한 선수들이었다. 서로의 실수를 감싸줬고, 미안해했고, 인정했다.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런 팀의 팬을 해서 마음 고생하나라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8회 되면 어김없이 일어서서 한화의 응원단장 ‘창화신’과 함께 하는 육성응원인 ‘최!강!한!화!’를 외치거나, TV 중계에서 그걸 듣는다면,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문이 걸린다.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해 응원하자는 마음이 생긴다. 1승이 아닌, 1패라도 최선을 다하는 1패를 보고 싶어서 말이다.

충청도 두북리에서 건너온 타령 소년은 노랠 불렀지 않은가.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라고. 오늘 지면, 내일은 기겠지라는 마음가짐. 이제는 1승은 물론이오, 10:0으로 지고 있다가도 1점이라도 내고를 끝마치면 기쁘기까지 하다. 한화와 함께 나이를 먹다 보니,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프로 스츠인데도 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만으로도 즐기게 됐다. 앞으로 몇 년간은 하위권에 머물 수도 있다. 전국구 인기 팀이 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난 한화 야구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이유는 그냥 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을 이고 있는 모 것이 랑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내게는 한화가 그고, 그러니 계속 사랑하는 수 밖에 없다. 야구는 수 싸움이지만, 응원은 수가 없나 보다.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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