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③ 게임 초보 H기자의 < LOL > 체험기

2014.09.16

< LOL >은 정말 초심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게임일까? 한번 시작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빠져드는 걸까? 온라인게임이라곤 <카트라이더>밖에 모르는 게임 초보 H기자가 5일 동안 < LOL >을 체험했다.


9월 1일 월요일 – < LOL > 시작
뭐가 이렇게 어려워? < LOL >을 플레이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 LOL > 초보 가이드’, ‘< LOL > 초보 공략’, ‘< LOL > 초보 챔피언 추천 등으로 검색하다가 살짝 짜증이 났다. 챔피언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를 말한다는 건 알겠는데, 정글은 뭐고 궁은 무엇이며 캐리는 또 뭔가. 완벽한 기초학습을 위해 스마트폰에 ‘< LOL > 백과사전’까지 깔았지만 게임 까막눈에겐 무소용이었다. 외계어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다. 그렇다면 일단, 부딪쳐보자. 이래 봬도 <카트라이더>에 10년을 바쳐온 몸이다. 팀플레이도, 초보에게 쏟아지는 비난도 질릴 만큼 경험해봤다. 무슨 게임이든 눈치와 맷집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게임에 접속해 세 보일 법한 닉네임을 정하고 튜토리얼 모드를 시작했다. 시키는 대로 이동하는 법, 공격하는 법 등을 따라 하다 보니 어려운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이제부터 진짜 몸을 좀 풀어볼까… 했더니 모의전투가 남았단다. 실제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상의 봇(bot)들과 싸우면서 감을 익힐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튜토리얼로 안면을 튼 챔피언, 에쉬를 골라 이 길 저 길 뛰어다니며 화살을 쏴댔다. 분명 열심히 싸운 것 같은데, 자꾸만 적에게 얻어맞고 쓰러졌다. 화살은 왜 이렇게 약한지, 애 발걸음은 왜 이렇게 느린 건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 와중에도 완료해야 하는 퀘스트는 계속 깜빡였다. 정글에서 늑대를 사냥하라는 둥, 상점에서 장화를 사라는 둥, 적의 억제긴지 뭔지를 파괴하라는 둥… 모의전투는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끝났다. 목덜미를 만져보니 땀이 끈적거렸다. 자존심이 상한 채 PC방을 나왔다.

9월 2일 화요일 - <롤짱> 정
섣불리 < LOL >에 뛰어든 자신의 오만함을 깊이 반성하며 관련 도서를 찾았다. 이 복잡한 게임의 세계관과 운용방식, 구체적인 기술을 차근차근 배우고 싶었다. 책은 딱 한 권이 나왔다. 김성모 화백의 만화 <롤짱>이었다. 온라인으로 얼른 1화를 봤다. 주인공 강건마가 < LOL >의 챔피언 리신과 닮은 ‘리심’으로 PC방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거다! 이것만 보면 < LOL > 정복이 멀지 않겠구나. 2화를 봤다. 3화를 봤다. …12화를 봤다. 게임 이야기 따윈 없었다. 찌질했던 강건마가 어찌저찌 리심의 기술을 현실에서 연마하더니 갑자기 전투력이 급상승해서 학교 짱이 된 다음 친구들을 모아 다른 학교 짱과 싸우는 만화였다. 아까운 시간만 버렸다.


9월 3일 수요일 – 본격적 전투
언제까지나 튜토리얼과 모의전투만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편먹고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하는 ‘AI 상대 대전’에 도전했다. 물론, 입문자를 위한 방이었다. 시작부터 헤매는 나를 향해 누군가가 “플레임인더다크 님, 괜찮아요. 탑으로 가세요^^”라고 말했다. 탑? 그게 뭐지? 포탑을 말하는 건가? 그런데 포탑은 어떻게 생긴 거지? 튜토리얼을 하며 들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에게 이런 것들을 전부 물어보고 싶었지만, 게임 중 채팅창을 어떻게 켜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무시하고 이것저것 눌러가며 적과 싸웠다. ‘< LOL >은 조금만 못해도 욕먹는다’던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그야말로 제멋대로 하는 내게 우리 팀 그 누구도 험한 말을 하지 않았다. 상냥해…. 어쨌든 전투는 승리로 끝났고, 두 번째 게임을 위해 다른 방에 들어갔을 때 나의 자신감은 한껏 충전돼 있었다. 탑과 미드, 봇(bot, ‘bottom’의 줄임말)이 게임 맵에서 보이는 길의 위치를 뜻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날은 총 세 판의 대전에서 모두 이겼다. 어떻게 이긴 것인지는 몰라도, 왠지 감을 좀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선 노트북에 < LOL >을 다운받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잘될 때 새벽까지 해볼 요량이었다. 안타깝게도 사양이 낮아 게임이 깔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 누워 온게임넷 채널에서 방송되는 < LOL > 중계를 시청했다. 여전히 생소했지만 적어도 금방 졸리진 않았다.

9월 4일 목요일 – 친구와의 협동
아침 일찍 집 근처 PC방으로 친구를 불렀다. 2 대 2 전투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 LOL > 생초보인 그가 튜토리얼과 모의전투를 마칠 동안, 나는 두 번의 AI 상대 대전에서 승리했다. 오늘은 손맛이 좋은걸. 괜히 마음이 들떴다. 친구와 함께 2 대 2 방을 새로 만든 다음 다른 플레이어들이 오기를 두근두근 기다렸다. 30초, 다시 1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무작위로 초대도 해봤지만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내 레벨이 5, 친구의 레벨이 2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또 봇과 싸웠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가떨어졌다. 친구는 혼잣말로 욕을 하다가 애원하고, 웃다가도 곧 분노했다. PC방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게 다행이었다. 약 30분 동안 봇들의 공격에 쩔쩔매던 우리는 결국 항복 버튼을 눌러 게임을 끝냈다. 허망했다. 친구는 기력이 떨어졌으니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법인카드로 PC방 비용을 계산하겠다는 내 말에 대담하게도 라면에 공깃밥까지 추가했다. 이 정도면 다음 판부턴 무조건 잘하겠지.

오산이었다. 식사 후 이어진 봇과의 5 대 5 전투는 더 처참했다. 30~45분 정도 진행되는 게임 한 판당 친구와 내가 사망한 횟수를 합하면 열다섯 번에 육박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세 번 싸워 세 번 모두 패배했다.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친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게임은 재밌는데, 팀워크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 그런데 우리는 각자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들었으니…” 밥값과 게임값을 더해 총 16,400원을 지불하고 얻은 것치고는 너무도 귀한 깨달음이었다.


9월 5일 금요일 - 단련
‘불금’이며 추석 연휴가 다 무슨 소용인가. 퇴근하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갔다. 이제는 사람 대 사람의 전투를 통해 나를 더 혹독하게 단련해야 할 시간이었다. PVP, 즉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채널을 선택한 다음 어느 방에서든 불러주길 기다렸다. 역시나 초대는 없었다. 도리 없이 다시 봇과의 대전 채널로 돌아가며, 나는 생각했다. 다음번엔 친구들 네 명을 더 꼬드겨서 아예 팀을 꾸리거나, 회사 선후배들을 끌어들여 3 대 3 내기 전투라도 벌여야겠다고. 그렇게 매일매일 레벨을 마구 올려서 언젠가는 당당하게 < LOL >의 고수들과 맞붙겠다고.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 LOL >은 레벨 30부터 진짜 시작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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