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④ <스타>의 전설 홍진호, < LOL >을 말하다

2014.09.16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이후 < LOL >이 있었다. 훗날 e스포츠의 역사를 서술할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장르적으로는 < LOL >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의 적통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당대의 인기 있는 게임을 넘어 e스포츠로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고 스타플레이어들의 경기가 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 LOL >은 전성기의 <스타>를 연상케 한다. 과연 < LOL >의 어떤 요소들이 <스타> 이후 끊긴 e스포츠로의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 장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리고 최종적으로, < LOL > 역시 <스타>처럼 플레이어들에 의해 더 높은 단계의 게임을 보여주며 장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모두가 만족할 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의 전설적 프로게이머이자 < LOL > 유저이며 < LOL > 선수단인 제닉스 스톰의 감독까지 맡았던 홍진호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변자일 것이다. 다음은 홍진호가 생각하는 < LOL >에 대한 모든 것이다. 기사의 모든 내용은 모두 홍진호가 구술한 것이며, 가독성을 위해 FAQ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직접 플레이해본 < LOL >의 매력은 무엇인가.
< LOL >을 접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다. <스타>에서 은퇴하고 나서 다양한 게임을 접했지만 다 하다가 질려서 오래 한 게임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 LOL >은 재밌기도 했고 뭔가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임이었다. 아직 < LOL > 리그는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 게임은 앞으로 잘될 거라는 생각에 나름 욕심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다.

< LOL >이 안 질린 이유는.
무엇보다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는 게 중요하다. <스타>도 그랬지만 제작자 측에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밸런스 패치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걸 라이엇 게임즈가 굉장히 잘하고 있다. 밸런스 패치로만 따지면 전성기 <스타>보다 낫다. 당시의 블리자드도 <스타>에 많이 집중했지만 지금의 라이엇 게임즈는 정말 < LOL >에만 ‘올인’해서 캐릭터 능력치를 최대한 공정하게 보정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챔피언이 나오고 챔피언들의 밸런스를 맞춘 패치도 나오면서 게임의 완성도가 계속 높아지니 사용자가 만족을 느끼게 된다. 물론 맵이 한정적이긴 하다. <스타>의 경우 종족은 단 세 가지지만 여러 가지 맵이 나오면서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었다. 그에 반해 < LOL >은 앞서 말했듯 밸런스를 맞춘 다양한 캐릭터와 5 대 5 팀플레이로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덕분에 쉽게 질리지 않는다.

홍진호의 < LOL > 플레이 스타일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올 포지션 플레이어인데, 최근 가장 많이 하는 포지션은 탑이나 정글이다. 전에는 미드라이너를 많이 했는데, 미드는 경쟁률도 심하고 팀을 위해 로밍(자기 라인을 벗어나 다른 포지션의 라인에 개입하는 행위)을 자주 가야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1 대 1 맞짱을 좋아해서 1 대 1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탑 포지션을 좋아한다. 아니면 혼자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정글도 좋고. 탑에서 자주 쓰는 챔피언은 리븐이나 말파이트처럼 공격적인 캐릭터다. 정글에서는 리신이나 자르반을 쓰고.

< LOL > 게임단인 제닉스 스톰의 감독도 맡았었는데, 선수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쳤나.
내가 제닉스 스톰의 감독을 했었지만 그 친구들보다 < LOL >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다만 도와줄 수 있는 건 멘탈적인 부분이었던 것 같다.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 LOL >은 멘탈 붕괴가 심한 게임이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원 한 명의 실수로 게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러면 아무리 친한 팀원끼리도 불화가 생길 수 있고, 그 불화 때문에 게임을 망칠 수도 있다. 그게 개인 종목으로서의 <스타>와 팀플레이로서의 < LOL >의 가장 큰 차이다. 한 명의 뛰어난 능력보다 서로 맞는 다섯 명이서 팀워크를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마치 <스타>에서 마린과 메딕 조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처럼 다섯이서 맞춰야만 힘이 극대화되는 챔피언을 조합하는 게, 일반 랭크에서 인기 있는 챔피언을 쓰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그럼 홍진호도 놀랄 만큼 < LOL >의 플레이를 멋지게 보여주는 건 누구일까.
나 역시 프로게이머 경력이 있는 입장에서 < LOL >을 접할 때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순간적인 컨트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 LOL > 플레이어에겐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다. 5 대 5 팀플레이이기 때문에 지금 내 앞의 상대를 잡을지, 다른 라인에 가서 팀원을 도울지, 유불리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역시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독보적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나보다 몇 수 앞서 플레이하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저 선수는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커 같은 < LOL > 선수들이 롤드컵 등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는 걸 보면 어떤가.
< LOL >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팬덤을 얻는 걸 보면 굉장히 멋져 보이고 약간은 부럽다. 나 역시 게임을 한창 할 때는 지금 < LOL > 프로게이머 못지않은 유명세를 국내에선 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땐 글로벌한 단위로 열광하는 일은 없었다. 만약 내가 게임을 하던 시절에 <스타>가 그렇게 세계적으로 부흥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 LOL >이라는 좋은 게임이 나오고 국내 게임 산업과 문화가 많이 발전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롤드컵처럼 중계로 < LOL >을 볼 때의 재미는 어떤 걸까.
<스타>의 경우 처음에 서로 자원을 캐고 건물을 짓는 초반 단계가 필요한데, 그동안 보는 사람은 좀 지루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 LOL >은 워낙 다양한 라인에서 전투가 이뤄지고, 순식간에 팀의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감을 가지면서 볼 수 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어떤 일이든 벌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e스포츠로서 < LOL >의 매력 같다.

과연 < LOL >은 <스타>만큼 롱런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말하면, 이제 캐릭터의 다양성은 한계에 이른 거 같다. 얼마 전 나르 같은 챔피언이 나왔지만 기존 챔피언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런 면에서 < LOL >이 <스타>처럼 오래가기 위해서는 이제 캐릭터보다는 맵의 다양성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맵 하나에만 전술이 특화되어 있는데, <스타>처럼 언덕이 있고 언덕 밑에서 위로 공격받을 땐 데미지가 적고 반대의 경우에는 데미지가 많은 식으로 지형적인 전술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유저들이 더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정리. 위근우│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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