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바비, 슈퍼 루키가 된 연습생

2014.09.15

비상장주 가운데 최고 우량주, 아이돌 시장을 주식 시장에 비유한다면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연습생 바비는 아마도 이렇게 빗댈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만 세 편째다. 한 번은 졌고, 한 번은 잭 팟을 터뜨렸고, 세 번째엔 굳이 이기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Mnet <믹스 앤 매치>가 방영되기 전, 그는 이미 YG의 차기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멤버로 확정됐다.

물론 데뷔가 인기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 해에 등장하는 아이돌 멤버는 수백 명, YG나 SM 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신인이라도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팀의 이름을 뚫고 나와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지금 바비는 팀명조차 생소한 아이콘의 래퍼이기 전에 Mnet <쇼 미 더 머니 3>의 우승자다. 그가 방송을 통해 발표한 ‘가드올리고 바운스’‘연결고리#힙합’, ‘L4L(Lookin’ For Luv)’, ‘가’ 등의 곡은 이미 음원 차트 수위에 올랐다. 꼭 1년 전, 데뷔 기회를 걸고 출연한 Mnet < WIN >에서 그의 무대를 보고 “<쇼 미 더 머니>에 쟤 나왔으면 대박 났어”라고 했던 이현도의 말은 예언이 되었다.


아무도 반기지 않았던 언더독, 같은 팀 멤버 B.I와 함께 출전한 <쇼 미 더 머니 3>에서 바비의 출발점은 그 정도였다. 쟁쟁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몰려드는 판에 갓 스무 살 연습생을 내보내면서 “우승 못할 거면 짐 싸라”고 경고했다던 YG의 양현석 대표조차 정말로 우승을 기대했을지는 알 수 없다. 팬들은 긴장했고 리스너들은 냉담했다. 그러나 “떨어진다면 아이돌 래퍼가 거기서 거기”라는 이미지를 얻게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바비는 ‘더 노는 분위기’라는 이유로 소속사 YG가 아닌 일리네어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하기를 택했고 태연히 무대에서 ‘선빵’을 날렸다. 온 얼굴이 허물어질 것처럼 해맑은 눈웃음을 지으며. “분명 방송 보시는 분들 몇몇은 절 싫어하실 거예요. 제가 준비한 게 있어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X까, 씨발.” 

씨발이라니. < WIN >의 바비는 오디션 영상에서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멋진 스타가 될 몸이에요. 잘 키워주세요”라며 애교 있게 포부를 드러내던 소년이었고,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미국의 가족들과 통화한 후 눈물짓는 열아홉 남자아이였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 3>의 바비는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가사를 거칠게 내뱉고 “YG라는 색안경을 끼고 계신 분들의 코뼈를 다 부숴 버리고 싶었다”며 비난 여론에 불을 붙이는 스웨거다. 누군가에겐 이 갭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개인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재능을 가진 모두가 스타가 될 수는 없는 시장에서 바비는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아이돌로서의 서사와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각각 드러내며 경계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쇼 미 더 머니 3>에서 그는 자신의 서사를 활용해 재능을 증명하는 영리함도 발휘한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목에 걸고선 / 떳떳하게 돈 벌어서 엄마 만날 수 있어 / 지겹도록 돈 때문에 힘들었던 우리 집 이젠 집 지을 차례 / 떨어져도 상관없어 그냥 쇼 미 더 머니”(‘연결고리#힙합’)로 관객을 열광시킨 야심찬 래퍼는 무대를 내려오면 “(엄마가) 맨날 보고 싶어요”라고 털어놓는 마음 여린 남자아이다. 누군가는, 이 갭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쇼 미 더 머니 3>에 프로듀서로 출연한 스윙스는 바비에 대해 “힙합의 멋 부분을 최적화시킨 친구”라고 표현했다. 신인이지만 여유롭게 무대를 장악하고, 공격적이거나 자신만만한 멘트로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는 모든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첫 단독 무대를 마치며 객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자신이 엄청난 차이로 패배한 결과를 보는 순간 씩 웃을 만큼 두둑한 배짱은 쇼맨십과 함께 자칭 ‘슈퍼루키’의 또 다른 재능이다. 그래서 성공을 갈망하고 이를 숨기지 않지만 야망으로 경직되어 있지 않아 매력적인 이 ‘연습생’은 벌써 작지 않은 팬덤과 대중의 관심을 획득했다. 남은 것은 데뷔뿐이다. 아니, 과연 데뷔가 중요할까? <쇼 미 더 머니 3> 2차 예선에서 자신을 향한 의구심 섞인 시선들에 개의치 않고 “아가씨는 꿈을 꾸고 난 그 꿈의 주인공”이라 선언했던 것처럼, 이미 주인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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