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공효진 vs 정유미, 로맨틱 코미디의 메이저리거

2014.09.03
이것은 재미있는 우연일까. 요즘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공효진이, KBS <연애의 발견>에는 정유미가 출연한다. 2003년 KBS <상두야 학교 가자>를 시작으로 MBC <최고의 사랑>, MBC <파스타>, SBS <주군의 태양>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히트작을 내놓았던 공효진이 로맨틱 코미디계의 메이저리거라면 2007년 MBC <케세라세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고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통해 영역을 넓힌 정유미는 새롭게 이 리그에 올라와 각광받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그러나 좀처럼 대체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지닌 두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후리후리 vs 여리여리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정유미)은 애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그의 옷장 위층에 웅크려 앉아 숨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인의 신체가 옷장 안에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163cm의 키에 뼈대가 가늘고 마른 체격의 정유미는 무엇을 입어도 헐렁한, 부피감 없는 몸에 소녀같이 말간 얼굴을 가졌다. 그래서 서른이 넘은 현재도 꽃무늬나 레이스 스커트, A라인 면 원피스, 짧은 양말에 스니커즈, 동물무늬 스웨터에 양 갈래 머리가 잘 어울린다. 사랑스럽고 편안한 느낌이라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지만, 막상 도전하면 자칫 허리가 없어 보이거나 초등학생처럼 보인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반면 <괜찮아 사랑이야>의 지해수(공효진)는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셔츠나 개성 있는 프린트 티셔츠에 와이드 팬츠를 즐겨 입는다. 172cm의 늘씬한 체격을 지닌 공효진은 과감한 색상의 수트도, 핫팬츠에 민소매 티셔츠도, 길게 슬릿이 들어간 타이트 롱스커트도 어른스럽게 소화한다. 그러나 나이와 키가 비슷하다고 덥석 도전해보면 깨닫게 된다.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착실히 축적된 지방을 스키니 진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아이템이 와이드 팬츠라는 사실을.

연애 초보 vs 키스 초보
<파스타>의 서유경(공효진)은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여자다. <케세라세라>의 한은수(정유미)는 키스를 한 번도 안 해본 여자다. 하지만 타짜보다 무서운 게 초짜라더니, 둘은 무서운 기세로 애정공세를 펼쳐 상대를 사로잡는다. 서유경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해 상사 최현욱(이선균)에게 불시에 뽀뽀한 뒤 “너무 좋아서 못 참겠다”고 하고, 한은수는 이웃집 남자 강태주(문정혁)에게 “자존심보다 아저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강한 거”라며 매달린다. 자신을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최현욱에게 “그냥 좋아지는 이유만 생각하겠다”며 꿋꿋하게 버틴 서유경과, 강태주를 향해 “너무너무 좋아서 손톱 끝까지 다 아저씨로 사무친 거 같다”고 눈물을 후둑후둑 떨어뜨리던 한은수는 결국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밀고 당기기 따위 없이 오직 진심만으로 승부하는 이들 ‘사랑꾼’ 가운데 숨은 강자를 꼽는다면 KBS 드라마 스페셜 <위대한 계춘빈>의 계춘빈(정유미)일 것이다. 10년 넘게 짝사랑한 왕기남(정경호)과 우연히 손을 잡은 뒤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버스에서 내리느라 서로 손을 놓아야 하자 “놓기 싫다”며 울상을 짓는 여주인공이라니 그 사랑스러움에 질 수밖에 없다.

락가락 약혼녀 vs 적반하장 여자친구
<상두야 학교 가자>의 채은환(공효진)에게는 부유하고 능력 있고 다정하고 너그러운 의사 약혼자 강민석(이동건)이 있다.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에게도 잘나고 돈 많고 착하고 귀여운 의사 애인 남하진(성준)이 있다. 그러나 채은환과 한여름은 우연히 재회하게 되어 또다시 마음을 흔드는 구남친의 존재와 과거의 관계에 대해 들킬 때까지 말을 아낀다. 심지어 차상두(정지훈) 때문에 강민석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소주 병나발을 불고 그에게 차이기 위해 갖은 진상을 부리던 채은환은 가족 문제로 차상두를 포기하고 다시 강민석에게 돌아가더니 그와의 결혼을 공표한다. 여기에 장단을 맞춰주고 마지막 순간 결혼식 장소를 차상두에게 알려주면서 자신은 미국으로 떠나는 강민석은 실로 호구, 아니 보살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한여름은 5년 전 헤어졌던 강태하(문정혁)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남하진에게 거짓말까지 했다가 들켰음에도 먼저 화를 냄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고 이별을 암시하며 그를 조련한다. 그런데 고작 좀, 아니 많이 귀엽다 해서 한여름에게 넘어가다니 이러다간 남하진은 언젠가 강민석과 함께 ‘구남친에게 떨려나 구남친 된 남자들’의 모임이라도 결성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남하진에게 위로가 될 건 그가 강태하와 주먹다짐할 때 한여름이 당구 큐대로 강태하를 가격했다는 사실이겠지만.

비인기 연예인 vs 굴의 취준생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한세진(정유미)은 지방에서 상경해 반지하 월세방에 살며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취업준비생이다. 라면과 영양제로 끼니를 때우다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면접에 수없이 떨어지던 세진은 짓궂은 면접관들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춤을 춰보라고 하자 주뼛거리며 일어나 뻣뻣하게 율동을 한다.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공효진) 역시 헬멧 쓰고 섹시댄스를 추거나 놀이기구 타면서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는 굴욕 미션에 임하면서도 “1분이라도 방송에 나와야 먹고산다”며 참고 견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은 대부분 가난으로 인한 고난을 겪지만 한세진은 고향에서 안주하기보다 더 큰 세상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옆방 건달 오동철(박중훈)에게 가짜 애인 노릇을 부탁할 만큼 절박하고, 구애정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자존심을 굽혀가며 일한다. <파스타>의 서유경 역시 성별과 체력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주방에서 남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집요하게 연구하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흔한 민폐 여주인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랑뿐 아니라 일과 자신이 선택한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덕분이었고 그로 인해 작품은 휘발되지 않는 여운을 얻었다.

불안한 여자 vs 씩씩한 여자
<괜찮아 사랑이야>의 지해수는 불안장애와 관계기피증을 앓고 있는 정신과 의사다. “나는 나쁜 년 소리 듣는 거 하나도 안 무섭다”며 뾰족한 성미를 숨기지 않는 그는 섹스를 두려워하고 스킨십을 불편해하며 예민한 동시에 타인에게 무신경하다. 특히 남자친구 장재열(조인성)의 사랑한다는 말에 “너무 빠르다”고 밀어냈다가, 그가 “그럼 지금은 너 사랑 안 해”라고 받아주면 다시 “기분 더러워”라고 토라지는 모습니 ‘어쩌라고!’를 외치고 싶어지는 캐릭터다. 반면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은 만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강태하를 향해 “저 방금, 그쪽한테 반한 거 같아요”라고 고백할 만큼 감정을 숨기지 않는 성격이다. 심지어 낯선 남자와 한 공간에서 자는 건 두렵지 않지만 쥐가 무섭다며 이불을 붙이자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기어코 손을 잡고 잘 만큼 무방비하고 무모하다. 지해수와 한여름은 극과 극이라 해도 될 만큼 전혀 다른 성격의 여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조동민(성동일)은 지해수에 대해 “차가운 방어기제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뜨거운 인간”이라 분석했고, 한여름은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여자”라고 선언했다. 많이 다르지만 뜨겁다는 것만은 같다. 두 캐릭터의, 혹은 정유미와 공효진이라는 배우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면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도 아직은 흥미롭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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