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 아이돌의 청춘 증명

2014.08.27

전후좌우 세 걸음. 태민의 ‘괴도’는 딱 그 정도 반경에서 안무가 진행된다. 대부분의 춤은 선 채로 진행되고, 이동은 몇 걸음 갔다 돌아오는 정도다. 무대의 폭이 좁아지면서 동작의 디테일은 더 중요해졌다. 후렴구 중 일부는 몇 걸음만 앞으로 나오거나 선 채로 팔을 벌렸다 줄이는 동작만으로 이뤄지고, 팔 동작은 리듬에 맞춰 짧고 빠르게 계속 바뀐다. 전후좌우보다 위아래로 뛰고 착지하는 움직임이 더 강조되고, 다리는 성큼성큼 걷는 대신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팔의 움직임과 표정 연기가 곡을 풀어간다.

Mnet <4가지 쇼>에서 공개한 태민의 안무 연습 영상에서, 안무가 이안 웨스트우드는 태민에게 “Like Michael Jackson”이라 말했다. 한 팔을 쭉 내밀고 공중으로 뛰는 마이클 잭슨 특유의 동작은 ‘괴도’에서 그대로 오마주된다. 이동 반경이 좁은 만큼 태민은 춤으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고, 곡의 흐름에 따라 동작의 속도와 선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도입부부터 계속 빨라진 뒤, 후렴구에서 멜로디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 리듬을 계속 바꾸는 전개는 큰 동작 위주로 표현하기 어렵다. 반면 리듬의 변화만큼 곡은 다채롭고 드라마틱하다. 동작은 작고 정교하게, 하지만 느낌은 폭발적으로. ‘괴도’에 마이클 잭슨의 스타일이 필요했던 이유다. 작은 손동작만으로 관객을 기절시켰던 그의 퍼포먼스는 모든 솔로 댄스 가수들의 바이블이다.

인류 멸망 전까지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재현할 사람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다만 태민은 ‘괴도’에서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가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한 듯 하다. ‘괴도’는 공중으로 뛸 때 한 바퀴 돌고, 다리로 반원을 그으며, 선 채로 팔을 벌려 천천히 도는 등 원에 가까운 움직임을 종종 보여준다. 그 동작 뒤에는 반대로 짧고 빠른 팔 동작이 이어진다. 부드러운 곡선과 짧은 직선이 교차되면서 춤은 가볍고 날렵하며, 끊임없이 몸을 펴고 접고, 돌고 뛰면서 몸의 선이 부각된다. 좋은 비율, 가늘고 긴 팔 다리. 만화 <명탐정 코난>의 괴도 키드나 가능할 것 같았던 그 선. 몸놀림은 가볍지만 하는 일은 심각한 젊은 괴도의 캐릭터가, 태민의 퍼포먼스로 실사가 됐다.

“가수로 꿈꿔온 날로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바라왔던 것들이 있었다. (이하 생략)” 재킷에 영어로 쓴 문장부터, 태민의 솔로 앨범 < ACE >는 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전보다 탄탄해진 상체를 드러낸 채 총을 든 사진이나 ‘Pretty Boy’의 “널 위한 순진한 척 꼭두각시는 해줄리 없지” 같은 가사는 샤이니의 막내가 아닌 스물둘 남자의 성장에 집중한다. ‘괴도’는 < ACE >가 그리는 스물두 살 남자의 상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몸의 움직임은 역동적이되, 57kg의 몸이 보여주는 선은 길고 가늘다. 끈적한 몸짓으로 섹시함을 표현하는 대신 이곳저곳을 재빠르게 쏘다니는 도둑. 때로는 반짝이는 재킷에 치렁거릴 정도로 긴 타이를 메고, 금발에 고스룩 스타일의 아이라인을 그린 태민의 비주얼은 소년도, 일반적인 성인 남자도 아니다. 그렇게 샤이니의 막내는 ‘괴도’의 콘셉트 안에서 자신에게만 딱 맞는 옷을 입은 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성장의 순간을 기록한다. 소년과 청년 사이의 그 짧고 빛나는 순간. 


우연의 산물이겠지만, ‘괴도’는 샤이니의 ‘Dream Girl’과 한 쌍처럼 들린다. 멀리서 있던 리듬이 가까이 다가오며 시작하는 도입부나 ‘괴도’의 “나타날 땐 바람처럼 사라질 땐”과 ‘Dream Girl’의 “아직도 네 얼굴이 이렇게 생생한데”는 비슷한 전개를 보여준다. “Dream Girl”부터 치고 나가는 ‘Dream Girl’의 후렴구와 “Danger”로 시작하는 ‘괴도’의 후렴구는 물론이다. 그러나 ‘괴도’는 ‘Dream Girl’처럼 화려하면서도 정 반대로 어두운 느낌을 낸다. ‘Dream Girl’의 찰랑이는 기타 소리를 뺀 편곡도 중요하지만, ‘괴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태민의 보컬이다. 과거처럼 여리지 않되 거칠어지지도 않은 목소리는 어떤 톤으로도 착색되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건조하게 시작하는 도입부는 ‘괴도’의 분위기를 단번에 설명한다.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하는 구성은 비슷하지만, 편곡과 보컬의 정교한 변화가 정 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민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그의 현재에 정확히 어울리는 소년과 청년 사이의 콘셉트, 어둡지만 무겁지는 않은 음악과 안무를 줬다. 문자 그대로 핀 포인트 컨트롤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터프해도, 더 살이 붙어도, 더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과 달라졌을 ‘괴도’의 이미지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은 태민이다.

태민이 이미 정점의 가수여서가 아니다. 그의 말끔한 보컬과 길고 가는 체형은 요즘 유행하는 흑인 음악 뮤지션들의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 ACE >의 수록곡인 ‘ACE’나 ‘Pretty Boy’처럼 R&B적인 보컬이나 얼반 힙합 스타일이 섞인 춤을 출 때, 그는 자신의 장점을 100% 표현할 수는 없다. 그가 더 다양한 스타일을 하고 싶다면, 더 다양한 무기가 필요할 것이다. 대신 ‘괴도’에서는 오직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낸다. 샤이니에서도 자신의 보컬 톤을 유지하면서 목소리에 점점 힘을 붙였고, 포털 검색창에 태민의 연관 검색어로 마이클 잭슨이 붙을 만큼 마이클 잭슨을 동경하며 따라하던 소년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 ACE >는 태민이 얼마나 다 잘하는가가 아니다. 10대 중반부터 아이돌이었던 소년이 7년 동안 몸이 성장하고, 춤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혼자 무대를 소화하게 된 자신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소년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청춘물,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현실의 콘셉트로 구현한 퍼포먼스, 가수의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한 회사와 그 안에서 자신을 표현한 엔터테인먼트이자 비즈니스다. 이것이 회사의 아이돌이 자신의 성장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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