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② 신라면 라이벌사 28년

2014.08.26

응전의 연속, 그리고 불패. 1986년에 출시된 후 신라면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24년째 국내 판매량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신라면은 타사에게 오랜 시간 동안 넘어야 할 산이었고, 그만큼 신라면을 꺾으려는 수많은 제품의 도전들이 이어졌다. 최근 28년 만에 제품 디자인과 맛에 변화를 준다는 소식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신라면의 역사는 이러한 도전을 받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완성된 것이다. <아이즈>가 지금도 업계 1위인 신라면의 라이벌들을 정리한 이유다.


1. 신라면 vs 삼양라면 (1994)
타사 도전 전
: 국내 라면의 효시이자 원조임을 강조
결과: 신라면 (연 판매량 1위) > 삼양라면 (연 판매량 5위)
승부 한눈에 보기: 1989년에 일어난 우지 파동을 겪으며 농심에게 업계 1위의 자리를 뺏긴 삼양은 1994년 1월, 삼양라면의 판매를 재개한다.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자 국내 라면의 대명사였던 삼양라면의 이름은 물론, 포장의 디자인까지 거의 그대로 가져와 ‘라면의 원조는 삼양’임을 강조했지만 이미 사람들이 신라면의 매운맛을 봐버린 이후였다. 머리는 원조를 알아도 입은 신라면을 원한 것이다. 매운 라면은 건강에 해롭다는 언론 보도에도 삼양라면이 일일 평균 12,000박스를 팔 때 신라면은 60,000박스 이상을 팔 정도로 사람들은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에 빠져들었다. 결국 신라면은 아무런 대응책 없이도, 그해 국내에서 판매된 라면 30억 개 중 8억 개를 파는 기록을 세웠고 출시 10주년인 이듬해에는 “봉지 신라면을 차곡차곡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인 8,848m로 11,302개의 줄을 만들 수” (<한겨레>) 있을 정도의 양인 50억 봉지 판매를 돌파한다. 1994년 3월 당시 “2, 3년 안에 신라면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던 삼양의 기대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 신라면 vs 쇠고기 맵다면, 매운콩, 맵시면 (1999)
타사 도전 전략
: 매운맛은 살리고, 가격은 내리고
결과: 신라면 (매운 라면 시장의 80%) > 非 신라면 (매운 라면 시장의 20%)
승부 한눈에 보기: 어느새 1강 4약 구도로 정착된 1990년대 후반의 라면 업계. 농심을 제외한 4개 업체는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릴 단 하나의 승부수로 매운맛을 택했고 가격 경쟁도 시작했다. 쇠고기 맵다면(삼양), 매운콩(빙그레), 맵시면(한국야쿠르트)은 모두 이름에서부터 매운맛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가격을 낮추고 5개 묶음을 사면 2개를 더 주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신라면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왔다. 아니, 나와도 됐다. 1995년부터 조금씩 가격을 인상한 신라면은 1996년, 삼양식품 한 해 전체 매출의 2배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이듬해에는 중국에서 본격 생산과 판매까지 시작했으며 1999년, 타 제품이 400원 이하였던 당시 450원이란 가격으로 매운 라면 시장 80%를 차지하고야 만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던 셈이다. 매운맛 중에서도 왜 꼭 신라면인가. 소비자 입맛의 비밀은 풀리지 않은 채,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450원을 유지한 신라면은 훨훨 날고 있었다.


3. 신라면 vs 장라면, 된장라면, 미소라면 (2006)
타사 도전 전략
: 웰빙 열풍을 활용해 장 첨가
결과: 신라면 (월 매출 약 136억 원) > 장라면 +된장라면 (월 매출 약 30억 원)
승부 한눈에 보기: 기존의 제품으로도, 엇비슷한 매운맛으로도 신라면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농심 외 타 업체가 내놓은 해답은 웰빙과 된장의 만남이었다. 특히 된장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한국인의 믿음은 한국야쿠르트(장라면), 삼양(된장라면), 오뚜기(미소라면)가 자신감 있게 틈새시장을 공략한 셀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농심은 “어린이 등 매운맛을 버거워하는 수요가 있어서 된장을 재료로 쓴 라면 출시가 잇따르고 있으나 아직 우리가 곧바로 그런 제품을 따라 낼 시장 상황은 아니”며 “검토만 하고 있는 정도”(<연합뉴스>)로 넘겼다. 매운 라면을 못 먹는 어린이도 있지만 여전히 매운 라면만 즐기는 어른들이 많이 있을뿐더러, 애초에 신라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건강보다 얼큰하고 매콤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역시 신라면의 대승리. 별다른 제품의 변화 없이도 봉지라면, 컵라면, 짜장라면 등을 포함한 전체 라면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한 신라면의 아성은 그렇게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4. 신라면 vs 꼬꼬면 (2011)
타사 도전 전략
: 닭고기와 청양고추를 활용한 칼칼한 하얀 국물
결과: 신라면 (2012년 4월 판매량 1위) > 꼬꼬면 (2012년 4월 판매량 9위)
승부 한눈에 보기: 공급이 소비를 따라잡지 못해 제품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라면이 소매점에서 팔린 시절. 이렇게 신라면이 라면의 신세계를 열었을 때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꼬꼬면은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닭고기와 청양고추를 활용한 칼칼한 꼬꼬면의 하얀 국물은 판매 40여 일 만에 1,500만 개 판매로 이어졌고, 신라면 블랙의 판매 중지로 풀이 꺾였던 농심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당초 “주력 브랜드를 두고 굳이 TV에서 인기를 얻은 아이템을 신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마케팅 전략과 맞지 않다”며 꼬꼬면 제작 경쟁에서 빠진 농심은 후루룩 칼국수를 뒤늦게 내놨다. 처음으로 타사 제품에 ‘대응’이라는 것을 했고 경쟁의 후발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신라면을 포함한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70%에서 69%가 됐을 뿐이었고 이듬해 4월 신라면은 다시 독보적인 판매량 1위, 꼬꼬면은 9위를 차지한다. 결국 꼬꼬면과의 대결은 이후 팔도가 다시 타도 신라면을 외쳤음에도 농심이 “큰 관심이 없다”며 콧방귀를 뀔 정도로 농심과 신라면에게 자신감만 안겨주게 됐다.


5. 신라면 vs 불닭볶음면 (2014)
타사 도전 전략
: 매운맛 지수인 SHU 도입
결과: 신라면 (농심 점유율 57.2%) > 불닭볶음면 (삼양 점유율 12.4%)
승부 한눈에 보: 사람에 따라 다른 매운맛의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도전심리를 자극하자. 삼양이 야심 차게 내놓은 불닭볶음면의 전략 포인트다. 원조라는 타이틀도 가고, 웰빙 열풍도 가고, 하얀 국물도 떠나간 업계에 삼양이 처음 라면에 도입한 SHU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매운 라면을 정복해보겠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데에 성공한다. 2700 SHU 정도인 신라면보다 두 배 매운 불닭볶음면은 소비자들이 치즈와 밥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레시피를 만들어냄으로써 화제도 됐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들에게 초강력 매운맛과 신라면의 매운맛은 별개의 것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지난해 신라면이 4,800억 매출을 올릴 때 불닭볶음면은 2013년 10월부터 매달 60억 매출을 올렸다. 신라면이 주력 상품인 농심의 올해 6월 시장 점유율 또한 하락했다고 해도 57.2%다. 타사의 끊임없는 도전과 신라면의 1위 고수. 신라면이 리뉴얼 버전을 내놓은 최근까지도, 여름에 맞는 비빔면과 국물 없는 볶음면 공세가 이어지는 등 신라면과 라이벌들의 역사는 지금도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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