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위너의 게임

2014.08.20

요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수장 양현석은 마치 갬블러같다. 그는 Mnet < WIN >에서 소속 연습생들을 WIN A와 WIN B로 나눠 경쟁시켰고, 승리한 WIN A만 WINNER(이하 위너)로 데뷔시켰다. WIN B의 멤버 B.I와 바비는 다시 Mnet <쇼 미 더 머니 3>에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 사이에 던져놓았다. B.I는 <쇼 미 더 머니 3>에서 계속된 실수로 다른 래퍼들의 조롱거리가 될 뻔 했지만, 뛰어난 마지막 무대로 기사회생했다. 가수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일들을, 양현석은 종종 도박 같은 상황에 던진다. 

그러나 위너는 데뷔 첫 날부터 타이틀 곡 ‘공허해’로 음원차트 1위를 했다. B.I와 바비가 <쇼 미 더 머니 3>에서 발표한 곡들도 차트에서 주목 받았다. 이제 막 데뷔하는 팀이, 심지어 데뷔도 안한 신인이 어지간한 아이돌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 WIN >부터 위너의 데뷔까지 1년은 적자생존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좋을 양현석의 방식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승리 팀이 가려지자 마자 Mnet < WINNER TV >를 또 제작한다. 어느 팀이 데뷔할지 모를 상태였으니 음반 작업은 늦어졌고, 데뷔 전부터 마음 졸여야 했던 팬들은 지친다. 그래도 위너는 결국 높은 인지도로 음료 CF를 찍고, 음원 차트 1위도 했다. 1위를 했으니 신인이 SBS <인기가요>에서 두 곡을 부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양현석의 도박은 하이 리스크를 질 명확한 이유가 있고, 사업적 수완을 통해 하이 리턴의 확률을 최대한 높인다. 그러니 B.I 작곡의 ‘공허해’를 위너의 데뷔곡으로 선정할 수 있다. 위너의 팬들은 1년을 기다린 데뷔곡이 경쟁 상대였던 인물의 작품이라는 것에, WIN B의 팬들은 데뷔도 못한 멤버의 곡이 다른 팀에 간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현석은 위너와 WIN B에 대해 일관되게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수와 팬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위너는 어떤 회사의 아이돌보다 빠른 속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빅뱅이 그러했듯, 경영자로서 양현석은 늘 자신의 방식으로 성과를 냈다. 

리스크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 모델의 문제다. 빅뱅의 공연은 일본 매출만 1,000억 원에 이른다. 위너도 이미 일본에서 음반 발매와 활동이 예정돼 있고, 그들의 수익 구조 역시 대규모 해외 공연이 가능해야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위너는 <인기가요>에서 노래의 대부분을 서서 불렀다. 더블 타이틀인 ‘공허해’와 ‘컬러링’은 팝 발라드에 가깝고, 안무를 짜거나 뛰어 다니기도 어렵다. ‘공허해’는 시작부터 등장하는 멜로디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 되며 진행된다. 어느 구간에서 들어도 곡에서 강조하는 멜로디가 쉽게 들어오는 만큼 음원 차트에 유리하다. 반복되는 멜로디 속에서 드러나는 강승윤의 음색이나 랩, 어쿠스틱 사운드와 무거운 비트의 결합은 YG이되 멜로디를 부각시킨 팀의 색깔을 전달한다. 대신 관객들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퍼포먼스나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낼 수 있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강조하기는 어렵다. <인기가요>에서 ‘컬러링’을 부를 때, 멤버들의 파트에는 영문으로 이름이 크게 들어갔다. 위너가 무대에서 캐릭터를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 정도다. 


‘거짓말’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듯, 빅뱅은 퍼포먼스가 가능한 댄스 그룹인 동시에 대중적인 히트가 가능한 멜로디를 집어넣었다. 위너는 음원차트에서 강한 빅뱅의 대중성은 가져오되 퍼포먼스는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빅뱅의 강렬함이나 힙합을 내세운 초기의 장르적 특징은 B.I와 바비가 <쇼 미 더 머니 3>에서 보여줬다. 위너가 ‘공허해’에서 “거울 속에 내 모습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 혼자 길을 걸어 봐도 텅 빈 거리 너무 공허해” 라고 노래하는 동안, B.I는 ‘Be I’에서 “저 새끼 가사 절더니 객기 부리고 발악하네 랩퍼들의 서바이벌에 웬 예쁘장한 아이돌”이라고 랩한다. 동시에 데뷔한 두 팀의 브랜드 분리. 위너는 인지도와 대중성을 얻는 대신 < WIN >부터 1년 동안 쌓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여줄 퍼포먼스가 봉인 됐다. B.I와 바비는 위너가 할 수 없는 것을 <쇼 미 더 머니 3>에서 아이돌의 한계를 넘는 수위로 보여줬지만, 아직 어떤 형태로 데뷔할 수 있을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양현석은 ‘컬러링’의 <인기가요> 첫 무대에서 리더 강승윤에게만 색깔이 다른 옷을 입혔다. 각자 좋아하는 멤버가 있는 팬들은 싫어하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여 성공해온 것이 양현석의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양현석은 이제 데뷔한, 심지어 데뷔도 안한 연습생을 이슈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위너와 WIN B는 탄생부터 양현석이 경쟁을 시켰고, 그의 결정이 곧 두 팀의 방향과 서사를 모두 결정했다. 지난 1년동안 두 팀 중 하나만 데뷔했을 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많아졌고, 그만큼 두 팀에 대한 양현석의 존재감도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은 경영자의 판단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는 두 팀을 크게 성공시키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는 팬들에게 잔인한 사장님이 될 것이고, 성패에 대한 책임은 더욱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게임은 시작됐고, 양현석은 자신의 명예까지 리스크에 포함 시켰다. 의도와 상관 없이, 그는 팬들에게 두 팀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인물의 위치에 섰다. 그가 이 스토리에서도 승자가 된다면, 그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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